건강교실

[인터뷰] “숲 치료, 환자 중심 의료의 상징”

맨발나그네 2011. 5. 3. 21:17

[인터뷰] “숲 치료, 환자 중심 의료의 상징”

[2010.08.05 13:49]        

이성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소장

[쿠키 건강] 숲은 자연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사람은 숲과 더불어 살아왔고 숲에서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낀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질병을 앓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숲 속 사찰에 들어가거나 숲에 별장을 짓고 요양을 취하곤 했다. 몸이 본능적으로 숲의 치유효과를 알고 있는 것이다.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인체면역력 증강효과는 물론 각종 감염질환, 아토피성 피부질환 등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숲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성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소장은 실제 임상를 통해 숲이 주는 치유효과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는 그간 산림학적인 측면에서만 진행돼 온 연구를 의학이라는 분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또 숲 치료와 병원 의료시스템연결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이 소장은 독일에서 20여년간 의사로 생활하면서 숲 치료를 접했다. 독일은 자연환경을 이용한 치료요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뇌졸중환자나 심장수술환자를 수술 직후 숲 속에 있는 클리닉에 입원시켜 정신·신체적 재활은 물론 사회적 재활까지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은 “언젠가 이를 반드시 국내에 도입하고 싶었다”며 “이번 연구는 환자는 물론 건강인, 반건강인을 위해 앞으로 ‘숲’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치유요법을 개발해내는 것이 기본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유럽과 같이 다양한 대상을 위한 건강증진에서 질병예방·치료·재활까지 가능한 프로그램, 즉 통합의학적 헬스케어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번에 진행되는 숲 치유 임상연구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숲은 예로부터 휴양지·요양지로 사용돼 왔고 숲에 있는 물리·화학적 요소들은 다양한 치유기능을 갖고 있는 사실이 최근 들어 검증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배경으로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숲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학적 검증과 환경성질환인 아토피피부질환, 생활습관질환인 심혈관질환 부정맥환자, 미건강인의 경계성 고혈압자를 대상으로 숲의 환경조건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심신이완상태의 의학적 효과를 확인하고 숲의 자연환경에서 통합의학적 헬스케어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요법별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하는데 의미가 있다.“

- 어떤 환자가 대상인가?

“부정맥환자군과 경계성 고혈압환자가 대상이다.”

- 숲이 주는 효과에 대한 연구논문은 많이 나왔지만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임상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통 검사 위주가 될 것이다. 도시와 숲에서 여러 가지 치료요법을 적용했을 때 각각 코티졸호르몬과 HRV(심박변이율)는 어떻게 변하고 스트레스는 얼마나 저하되는지 등을 비교 측정하고 설문을 이용한 정신·신체 건강상태를 검사하게 된다. 지속적 유지는 장기과제로 넘길 예정이다.”

- 약이 아닌 자연치료요법을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약물치료와 병행했을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또 단독치료요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나?

“환경성질환과 생활습관성 질환은 고질적 만성질환이며 약물남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현대의학의 대증요법과 한의학의 장부기능조절, 그리고 보완대체요법을 적절하게 융합한 통합의학치유프로그램 적용으로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면 약물남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병원치료 후 회복을 위해서는 이러한 통합의학적 치료가 대단히 중요하다.

숲을 활용한 자연치유요법은 특정 약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다섭취나 잘못된 처방을 걱정할 일도 없다. 병을 고치러 갔다가 다른 병을 얻을 일도 없으며 수술을 통한 부작용 위험도 없다.”

- 향후 숲 치유 임상연구를 어떤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인가?

“1년 단위로 총 3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1차년도의 임상연구는 큰 성과보다는 기초임상관찰연구로서 그 의미를 갖지만 2차년도에는 기초임상관찰에 근거해 현장에서 치유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하고 3차년도에는 숲 치유의 의학적 검증을 완성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숲 치료는 환자뿐 아니라 건강인·반건강인에 대한 프로그램까지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료인은 물론 보건환경학·삼림학·생태학·자연치유요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그룹이 필요하다.

10월 중 고대 통합의학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숲 치유 클리닉’을 개설할 예정이며 향후 수치료사, 지형요법사, 스트레스이완요법사 등 다양한 분야의 숲치유사와 이에 따른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할 것이다.”

- 숲 치료와 통합의학에는 어떤 상관성이 있나?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으며 질병이 급성질환에서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또 급속한 고령화로 죽지 못해 산다는 만성퇴행성질환자의 급증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급성질환에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명쾌한 치료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의학과 한의학의 장점을 융합하고 부족부분에 보완의학이 가세해 통합의학으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경우 만성질환의 치료대안은 많은 부분 해결될 것이다.”

이 소장의 지론은 ‘의료는 환자를 위한 것, 즉 수요자인 환자 중심의 의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한의를 떠나 수술과 약물이 아닌 환자에게 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의사의 열린 마음이 의료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의사들의 모임으로 발족한 대한보완통합의학회, 나아가 비의료인까지 참여하는 대한통합의학교육협의회가 2007년 설립된 것도 이러한 의지의 결실이다.

“숲에서는 오감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컨대 후각으로는 피톤치드향, 시각적으로는 푸른색, 새소리·바람소리 등의 청각, 맨발로 걷기 등을 통한 촉각, 버섯 등 때때로 숲에서 얻는 음식을 통한 미각 등이 그것이죠. 숲 치료가 앞으로 만성질환 치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