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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인’ 기생 재조명하는 전시회 열려

맨발나그네 2009. 7. 20. 11:52

종합예술인’ 기생 재조명하는 전시회 열려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19세기 말 조바위를 쓴 동기(童妓)의 모습. 채색엽서.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문재로 꼽히며 서경덕과 철학적 담론을 교류했던 개성 기생 황진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 적장을 안고 진주 남강으로 뛰어내려 산화했던 논개, 사회구호 활동을 펼쳤던 제주기생 만덕…’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인이 만든 엽서. 한본도 지도에 승려춤(승무)을 추는 기생을 그려넣어 식민지 여인들을 점령했다는 침략자의 오만함을 표현했다.

널리 알려진 기생(또는 妓女) 이야기는 야사의 한편을 장식하면서 영웅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에서 기생은 양반 사회의 주변에 머물며 문장과 음악에 능했던 여성집단이었다.
고려시대부터 기원한 기생제도는 국가에 소속된 노비였기때문에 장악원이라는 관청에서 노래, 춤, 악기를 배우는 한편 시조, 가무, 한문, 시, 서 등 5과목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았다.


1910년대 문제만 신부가 사용한 엽서. 그가 프랑스의 친지에게 보냈던 이 엽서의 앞면에는 영어로 조선의 가수와 하녀라고 쓰여 있다.

이 때문에 황진이 논개 같은 절세의 기녀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종합예술인이었지만 양반들의 성적노리개였던 만큼 평생을 사회적 편견과 비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는 예술인의 기능은 사라지고 단순한 성적 노리개로 전락해 더욱 슬픈 계층으로 전락했다.


단정한 머리 자식의 조선 무희의 뒷모습. 채색엽서.


'종합예술인’으로서의 기생을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기생’만을 단독 주제로 삼은 첫 전시회다.

2월 13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에서 열리는 ‘기생전’은 원판 사진엽서와 고미술품, 현대미술품, 규방용품, 여성장신구, 고증한복, 관련 영상 등을 통해 기생들의 지난 족적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기생의 미와 예를 천천히 다시 보기 위한 친절한 장치다. 특히 1900년대 초반 일제 조선총독부 등에서 식민지 홍보로 삼은 수단이면서 근대 회화적 표현으로 주목 받았던 500여장의 사진엽서도 함께 공개된다.


기생들이 여가 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바둑을 두고 있다. 양담배가 눈의 띈다. 채색엽서.


전시장에서는 현대미술이 고전 기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좀더 엿볼 수 있다. 사진작가 배준성씨의 독특한 '기생옷 입히기' 작품과 윤석남씨의 설치조각들이 그것.


가야금 앞에 앉아 있는 동기(童妓)들의 모습이 정갈해 보인다. 흑백엽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효선 차장은 “여성이 억눌려 있던 전통사회에서 기생은 당대 상류층 남성과 교류를 위해서라도 지적능력을 갖추고 자기표현이 가능했던 유일한 존재였다”라며 “그들의 예술적 성과에 주목한 전시회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사진엽서 일부를 소개한다.


서화(書畵)에 정진하고 있는 기녀의 모습. 흑백엽서.



서울 명월관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기생들. 흑백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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