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이 즐겁고 설레이는 여행이었으면....
1975년의 일이다.
군입대를 위해 휴학중인 22살의 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해 7월초 군입대를 앞두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기차를 타고 천안의 군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를 면회하고 부산으로....
부산시내를 하릴없이 배회하다 여객선을 타고 여수로...
오동도를 한바퀴 돌아 본 다음 다시 기차를 타고 전주로...
전주시내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거리다 진안 마이산으로...
그리고 무주 구천동을 거쳐 영동으로 나와 다시 기차로 수원을 향한 일주일간의 여행이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그 시절,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
아마도 전주에서 진안에 이르는 길은 비포장인데다 무척 험했었던 것 같다.
진안에서 무주 구천동에 이르는 길은 더 험했었고....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이었지만 낭만이었고 추억이었다.
구천동 계곡물에 발가벗고 뛰어들어도 보는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 부산 용두산 공원
▲ 여수 오동도
▲ 진안 마이산
▲ 무주 구천동
지금 생각해 보니 혼자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고 싶어하는 것은 그때 부터의 버릇이었나 보다.
하긴 인생 자체가 여행이다.
알몸으로 태어나 긴 여행 끝에 수의 한 벌 얻어 걸치고 북망산으로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그 인생을 오욕칠정에 몸부림치고 낙담하며 어렵게 여행해 왔다.
하긴 그 여행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재미가 있을리 없다.
이런 저런 고생을 해야 더 추억이 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법정스님은 희망의 양에 따라 그만큼 젊어지고, 낙망의 양에 따라 그만큼 늙어진다고 말씀 하신다.
자심감의 양에 따라 젊어지고, 믿음의 양에 따라 젊어진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항상 새롭게 항상 즐겁게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신다.
하지만 희망도 자신감도 믿음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리석은 나그네이기에 몸은 말을 안듣고 얼굴은 쪼글쪼글한 늙은이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빛바랜 앨범의 한페이지에 꽂혀있는 20대 초반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남은 인생의 여행은 항상 설레이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으면 한다.
20대일때의 나처럼 무작정 떠날 수는 없겠지만 호기심과 동경으로 가득찬 여행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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