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하기/초딩(양감초교)의 추억

하늘재로 가을소풍을 가다

맨발나그네 2014. 11. 2. 14:26

하늘재로 가을소풍을 가다

● 언    제 : 2014년 11월 1일 (토)

● 누 구 랑 : 초등동창들과

● 어 디 로 : 충주 미륵리대원지~하늘재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1961년 3월 어느날 우리는 가슴에 커다란 손수건을 매단채 만났다. 6.25전쟁이 끝나자마자 태어난 우리는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소재한 아주 조그만 양감초등학교에서 학창생활을 시작하였다. 전교생이라야 350여명, 교실은 콩나물시루처럼 60여명이 한 반이던 때이다. 화성시라고는 하지만 꽤나 시골이었던 그곳은 전교생이 각학년 한반씩 6학급이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동급생들도 60여명이 한 반을 이루어 지지고 볶으며 6년간을 생활하였다.

 

 

▲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양감초등학교 교사(졸업앨범에서)

 

▲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66년의 우리들 모습(졸업앨범에서)

 

  그 시절 어려웠지만 즐거웠던 일상은 추억과 향수다. 도시락 반찬이래야 단무지(그때는 일본식‘다꽝<takuan,澤庵>’이라 불렀지만)나 김치가 전부였을 정도로 가난한 우리들이었다. 심지어 새우젓갈도 도시락 반찬 중의 하나여서 책보를 적셔 그 냄새가 며칠을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어려웠었다. 하긴 미국에서 원조한 구호품 옥수수가루로 죽과 빵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것도 배불리 먹을 처지가 못되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키의 열길정도되는 플라타너스나무(플라타너스는 학명이고, 한국식이름은 버즘나무라 한다)가 2그루 있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기도 하고, 봄, 가을이 되면 소풍을 가기도 하였다. 소풍이래봐야 학교에서 약 4km 떨어진 명봉산 덕지사를 봄,가을로 지겹게 찾아야 했지만 그날은 어렵게 몇푼 얻어간 용돈으로 이것 저것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장기자랑이나 보물찾기도 재미있었다. 5~6학년때는 서울이나 인천으로의 1박2일 수학여행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으니 5.6학년 두 학년이 합쳐야 겨우 버스 한 대를 대절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   2010년 7월 안면도로의 소풍 

 

▲   2014년 6월 수원에서 열린 우리들의 합동회갑 자축연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렇게 초등학교 6년을 보내고 우리는 각자의 길로 떠나 살다가 어느날부터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만나왔고, 또 어느해부터인가는 소풍을 떠나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떠나는 소풍은 거의 매년 이어져 원주 소금산, 단양 옥순봉과 구담봉, 양주 불암산, 안면도, 설악산, 천리포수목원 등으로 떠나보기도 하였고, 어느해인가는 모교의 뒷산인 초록산을 올라보기도 하며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왔는데, 올해는 충주에 있는 미륵리대원지와 하늘재를 찾았다. 원래는 만수산 만수계곡 자연탐방로를 가기로 하였으나 현재 그 길을 보수중이라는 정보에 의해 바뀐 일정이다.

 

 

▲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먼 길을 달려와준 순분이 친구, 노란 은행잎 만큼이나 마음이 이쁜..

 

 누구는 이미 저세상으로 발길을 돌렸고, 누구는 장기간 투병생활을 이어가는 친구도 있으며, 누구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동창회에 얼굴을 못내밀고 있지만,  오늘 21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모여 가을 소풍을 떠난다. 53년간 벗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사이인 친구들이 멀리는 전북 부안의 위도에서 달려오기도 하고, 서울, 인천 등 각지에서 모여 떠나는 원족(遠足)이다. 그야말로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논어>)이다. 하긴 옛사람들도 벗들과 모여 자연과 시와 술로 소요자적한 많은 사료들을 남겨왔으니 고려시대 말기의 죽림고회(竹林高會)나 조선시대 말기의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가 곧 그것이다. 그들이 남긴 시화나 가전체문학, 시문들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아침 댓바람부터 술로서 회포를 푼다.

 

 

▲   주차장에서 만난 단풍나무 

 

▲   충주 미륵대원지를 만나러 가는 길

 

▲   충주 미륵대원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사과밭

 

▲   충주 미륵대원지를 만나러 가는 길

 

▲   충주 미륵대원지를 만나러 가는 길

 

  발안~양감을 거쳐 오산역을 출발한 시간이 9시 반인데 우리나라의 잘 발달된 도로망은 우리를 금새 미륵리주차장에 내려 놓는다. 행장을 가다듬고 충주 미륵대원지, 미륵리 석조여래입상, 석등, 오층석탑 등을 둘러 본다.

 미륵대원지는 신라말~고려초기 석굴사원터로 알려져 있다. 이 절에 얽힌 전설로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의 망함에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입산하러 가던 길에 누이인 덕주공주는 월악산 덕주사를 창건하여 남향한 암벽에 마애불을 조성하였고, 태자는 이곳에 석굴을 창건하고 불상을 북쪽으로 두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고 전한단다.

 

 

▲   하늘재를 만나러 가는 길

 

 ▲   하늘재를 만나러 가는 길 어릴적부터의 친구들과 어께동무를 하고

 

 

 ▲   하늘재를 만나러 가는 길

 

  미륵대원지를 둘러 보고 하늘재로 향한다. 얼핏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다하여 이름지어진 하늘재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잇고 있는 도 경계로 높이가 525m인 도로이다. 충북 쪽은 비포장 길이고, 문경쪽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이다. 겨릅산, 계립령, 대원령으로도 불리는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이라 한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이 재위3년(서기 156년)에 북진을 위해 길을 열었단다. 죽령보다 수년 먼저 개통된 하늘재는 신라가 이 고개를 교두보로 한강으로 진출하게 하였으며,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였다 한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보니 하늘재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었단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도 이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시도하였고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난을 간 공민왕도 이 길을 이용하였다. 신라 망국의 한을 품은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가 금강산을 향할 때 피눈물을 흘리며 넘었던 고개도 바로 하늘재이다.

 

 

▲   하늘재를 만나러 가는 길

 

 

▲   하늘재를 만나러 가는 길 우리들 마음 만큼이나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

 

▲   하늘재에서

 

역사적인 사실들을 곱씹으며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길 양옆으로는 곱게 물든 단풍들과 길옆으로 흐르는 맑고 청아한 계곡물이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하늘과 맞닿은 길 하늘재이다. 원래 날씨가 좋으면 서쪽으로 문경 대미산을 비롯하여 전망이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어있어 그런 횡재를 할 수 없다. 그나마 어제까지 오던 비가 그쳐있는 것만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하늘재에서 또 한 장의 흔적을 남기고 되돌아 미륵리 주차장으로 향한다. 대략 왕복 5km에 이르는 길로 2시간에 걸친 트래킹이었다.

 

 

▲   횟집이 있는 송계계곡

 

▲   횟집에서

 

▲   난생처름 먹어본 철갑상어회

 

  이제 걷는 힐링을 하였으니 먹는 힐링을 할 차례이다. 다시 버스로 송계계곡 내에 위치한 월악송어양식장횟집으로 향한다. 오늘의 주메뉴는 철갑상어 회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가 양식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스텔렛 철갑상어(Acipenser ruthenus)는 철갑상어과에 속하는 25개종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다고 한다. 나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회인데 살은 탄력이 있고 맛이 순한 편이었다. 어째거나 맛과 질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내겐 그져 비싼 회로 좀 색다르다는 평가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친구들과 자연속에서 철갑상어 회를 안주삼아 한 잔 술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니 이보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 있을 수 있을손가?

 

 

▲   여자동창들에 둘러싸여 청일점이 되어버린 나그네

 

▲   날씨 관계로 신발신은 맨발나그네

 

  고인이 된 박상규는 그의 노래 ‘친구야 친구’에서 ‘개구장이 시절엔 / 누가 컷나 키를 재며 / 동구밖 황토길에서 / 공치기 하던 / 아하 자네와 난 / 친구야 친구’ 라며 노래하며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뒤돌아보게 한다.

 조용필은 그의 노래 ‘친구여’에서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따라 흐르고 /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라며 친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노래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우린 만난지 53년이 되었건만 일년에 서너번씩 만나 정을 나누고 있으니 큰 행복이다. 이제 환갑을 넘겨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선 친구들이어서 하늘재를 오르는 일조차 버거워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점점 더 늘어나 불품없이 되가는 나이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끈끈한 우정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댓 글 )

 

이희숙 14.11.02. 21:09
코흘리게 입학시절부터 어제 가을소풍까지 또한번 친구의 재미있는 글솜씨로 수놓은 한편의 드라마 잘 읽었수다.
정말 매일 만나도 반갑고 그지없는 우리들의 끊을수 없는 우정, 사랑, 영원하리..... 
 
 
이정례 14.11.06. 09:53
어린시절 올린 사진을 보고 0또한번 비디오 로 연상에 젓어 보는나 어느덧 육십대가 되어 육십대 를 받아 드려야 할까 삼십대로 머무를까 우리 다같이 삼십대로 머물자 고사리 와 같은 모습들...

 

유인숙

역시 윤희여 글과 사진 잘 보았지 어제는 넘 줄거웠구 헤어지기 싫어 서로 아쉬워하면서도 안녕 하며 쓸쓸한 뒷모습만 보였지 아무튼 몸건강하고 다음에 만날때는 여보게 친구 반갑네 하면서 만나자구 아무튼 수고 많이 했네

 

최원복 14.11.11. 16:28
멋진 후배들이네!!!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것 같네
끝까지 건강하시고 우정변치마시길...

 

따스한마음(회장) 14.11.04. 19:23 new
동심으로 돌아가 반가운 만남 이였겠네요
행복한 미소가 그날에 즐거움을 말해주는듯 합니다 ㅎㅎㅎ

 

좋은친구 14.11.14. 08:09 new
단풍만큼이나 고운 죽마고우의 모습들이 넘 멋집니다
단체로 초딩들의 회갑연을 보니 정겹고 보기 좋네요
긴데 마지막사진 맨발나그네님의 뒷모습이 무언가 많은 의미가 있어보입니다.

 

김선희

맨발나그네님이 젤로 젊어보이세요~ ㅎㅎ 그리 연세가 많으신줄 몰랐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맨발이 아니시네요.

 

김경배

참 멋있게 살고 계시네요

 

김홍식

가을 단풍 여행. 재미있었겠네 추억을 되새기며~~~~

 

브레드 14.11.02. 19:57 new
아름답군요^*^
 
새별 14.11.02. 23:05 new
우와~ 산행도 함께 하시고 합동 회갑연도 하시고~
정다운 모습들 잘 보고 갑니다.

짱~가 14.11.03. 10:58
즐산을 축하드립니다~~~

 

심인길(27,28) 14.11.02. 17:58
아름다운 여행 이네요
 
이정철(중26) 14.11.03. 14:13
신왕리 최종천 이정래 김윤기 대 선배님 모습이 보이니 반갑기도 하고 저 또한 옛 추억이 새롭습니다. 10년 후인 양감초등학교 본관의 모습은 비슷 하였으나 본관 뒷편에 신관이 새로 지어졌고 5학년에 신관에서 수업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970년대 저희는 한 학년에 98명으로 2학급 나누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인구 억제 정책으로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라는 포스터를 많이 보았던거 같습니다.
 

 

  • 날센돌이

    이산행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은 왤까.. 2014.11.02 20:00

  • 아리수

    오늘은 맨발이 아니신게 이상타..모처럼 만난 통창의 반가움에 혼이 빠지셨나봐..이글을 읽으면서 아득한 동심의 세계로 훨훨날아갓다 왔네요. 잘보고 가네요. 늘 건강하세요. 나그네님.. 2014.11.02 20:16

  • 산울림

    친구 중에서 가장 부담없고 속털어 보여도 괜찮은 친구는 국민학교 친구들이더군요. 오랜만에 만나면 모두들 어린애들이 되더군요. ㅎㅎ 2014.11.02 20:29

  • 가을여자

    소풍보다는 원족을 가다...더 어울리지요. 그때는 그랬지요. 밤잠을 설치며 기둘리던 원족..원족기 잘보고 눈시울을 붉힙니다. 2014.11.03 05:40

  • 티쳐

    가을을 밟으며 유년을 걷다. 2014.11.03 13:44

  • 쥬라기

    나그네님 산행기 잘보고 가네요. 늘 건강하세요. 2014.11.04 13:41

  • 사샤

    국민학교 동창을 만나면 코흘리개가 되는게 이상해요. ㅎㅎㅎ 2014.11.05 09:01

  • 미수다

    소풍을 가다...기분이 이상타...옛날로 돌아가네요. 2014.11.05 09:25

  • 연아

    저도 동창들과 소풍을 떠나고 싶어요..허물없이 조잘거리면서..ㅎㅎ 2014.11.06 08:19

  • 순돌이

    친구중의 친구는 초딩동창... 2014.11.06 18:49

  • 문희

    아련한 추억들이 물밀듯하네요. 소풍...초딩들의 소풍..재잘재잘 정다운 목소리가 귀가에 내려앉았네.. 2014.11.07 09:19

  • 동이

    그냥 떠들고 웃고 두두리고 ...초딩은 즐거워... 2014.11.07 18:45

  • 소영

    하늘재가 떠들썩... 2014.11.09 06:22

  • 범수

    하늘재에 초딩의 추억을 ...즐감입니다. 2014.11.11 05:35

  • 소낭구

    멋진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좋은 산행기 또 부탁드립니다. 2014.11.11 17:43

  • 지영이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2014.11.1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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