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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벗는 순간 땅은 어머니”|한겨레|2007-07-24

맨발나그네 2009. 6. 27. 02:13
“신발 벗는 순간 땅은 어머니”|한겨레|2007-07-24


[한겨레] 6년 전 폴란드 생활 중 간 나빠져
매일 맨발걷기로 2년 만에 완치
“21세기 자연 웰빙 건강법입니다”

박동창(55)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주말이면 집 가까운
대모산에 간다. 산 초입에 다다르면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맨발로 산을 오른다. 맨발걷기다.

그는 맨발걷기 예찬론자다. 맨발걷기는 “21세기 자연 웰빙 건강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펴낸 책 〈맨발로 걷는 즐거움〉(화남 펴냄)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맨발걷기는 잃어버렸던 건강을 되찾는 치유의 열쇠”이자 “선고된 죽음까지도 건너뛰는 건강과 생명의 비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기도 했다.

박씨가 맨발걷기를 만난 것은 2001년 3월. 그때 그는 폴란드에 있었다. 1997년부터 엘지페트로은행의 은행장으로 일하며 그 은행을 폴란드 5대 은행의 하나로 키운 뒤 매각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지 몸에 탈이 났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힘들다는 간이었다. 2000년 말 건강검진을 받으니 37 이하가 정상인 지오티(GOT) 수치가 46, 41 이하가 정상인 지피티(GPT) 수치는 107이나 됐다. 10~50 사이가 정상인 지지티(GGT) 수치도 71이나 됐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194로 위험선인 200에 육박하고 있었다. 병원을 다니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식이요법을 해봤지만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불면증도 찾아왔다. 감기도 달고 살았다. 감기환자 근처에만 가도 감기가 걸렸다. 은행장실 문앞에 ‘감기환자 접근금지’라고 써붙여 놓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재외국민을 위한 위성방송에서 맨발걷기로 간경화를 이겨낸 할아버지 이야기를 보고 바로 다음날부터
바르샤바 집 뒤에 있는 카바티숲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맨발과 흙이 닿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흙의 감촉이 발로부터 전해지고 이어서 나무들의 청신함도 느껴졌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1시간씩 맨발로 숲을 걸었다. 주말에는 시간을 더 늘렸다. 넉 달이 지난 7월 지오티 수치가 30으로 정상이 됐고 2년 뒤인 2003년 6월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치를 넘어 거의 최적 상태를 보였다. 200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틈만 나면 맨발로 걸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종합검진에서 “올 에이를 받았다”고 자랑한다.

그는 혼자 걷는 것을 즐긴다. ‘대지를 맨발로 걸으면 우리의 정신은 우주로 연결된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처럼 그는 맨발걷기를 통해 삶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그가 맨발걷기를 종교적인 수행과 철학적 사유의 한 방법으로 찬양하는 이유다. 박씨는 숲 속에서의 맨발걸음은 숲 안의 생명체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었고 자신의 실존에 맞닥뜨린 순일한 명상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모든 생명체를 품어안고 있는 숲과 대지의 넉넉함을 배우자 자신의 삶에도 여유가 생겼다. 특히 그는 가을에 낙엽으로 뒤덮인 길을 걸으며 자신도 가을이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처럼 자연의 이치에 맞게 아름답게 베풀며 살다 가기를 바라게 됐다.

맨발걷기를 하면서 ‘팬’도 생겼다. 대모산을 걷다가 만난 사람들이다.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그는 맨발걷기의 효용을 설명하고 자신이 쓴 책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함께 걷자는 요청도 자주 받는다. 최근 대전에서는 맨발걷기 모임도 만들어져 “족장(회장)님”의 초청을 받아 다녀오기도 했다.

“신발은 자연과 우리 사이의 단절을 가져옵니다. 신발을 벗는 순간 대지가 어머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주변의 모든 생명체가 같은 생명이라는 합일의식이 생깁니다. 그리고 주위의 모슨 생명체가 나와 하나이며 그 본질은 사랑임을 느끼게 됩니다.”

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맨발 걷기, 이렇게 해봐요

맨발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계곡에 가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고 주변을 걸어다니듯이 산길이나 숲길을 맨발로 걸으면 된다. 하지만 방법도 있다. 걷는 방법에 따라 발의 자극부위도 달라지고 운동량도 다르다. 박동창씨는 자신의 책에서 여섯 단계로 이뤄진 맨발걷기 방식을 제시했다.

■ 두꺼비처럼 천천히 걷기

발바닥 모든 부위가 대지와 닿도록, 두꺼비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걷는다. 발바닥이 완전히 땅에 밀착되도록 터벅터벅, 느릿느릿, 무겁게 걷는 걸음이다.

■ 황새와 같이 날렵하게 걷기

발바닥을 활처럼 둥글게 휘게 해서 발뒤꿈치, 발허리, 발샅, 발부리, 발가락 등의 순서대로 땅을 딛고 팔을 휘이휘이 저으며 황새처럼 날렵하게 성큼성큼 걷는다.

■ 잇몸을 우물거리듯 걷기

발가락을 살포시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고 발가락을 부챗살처럼 가볍게 펼친 뒤 나머지 발바닥 만으로 걷는다. 발바닥 지압에 좋고 황새걸음으로 생긴 피로도 풀린다.

■ 까치발로 걷기

발뒤꿈치를 들고 발부리와 발가락 부위만으로 걷는 걸음이다. 사타구니 근육과 허리 힘을 강화시켜주며 여성들의 경우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긴장시켜 예쁜 다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 주걱을 엎어 놓은 듯 걷기

발가락 전체를 오므려 발뒤꿈치와 오므려 붙인 다섯 발가락이 동시에 땅에 닿도록 걷는다. 앞의 네 가지 걸음을 한 뒤에 하는 보충걸음이다. 한자리에 오래 있어서 몸과 발이 매우 피로할 때 이 동작을 하고 있으면 좋다.

■ 가재처럼 뒤로 걷기

말 그대로 뒤로 걷는 걸음이다. 앞으로 걷기보다 운동량이 더 많고 발과 장딴지에 전해지는 힘의 방향이 정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쓰도록 해준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맨발걷기를 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먼저 숲속은 집보다 온도가 낮고 맨발로 차가운 땅과 접촉하게 되므로 평소보다 좀 더 두터운 옷을 입는다. 또 발이 다칠 때를 대비해 소독약과 일회용 밴드나 붕대 등 구급약을 준비한다.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좋다.

권복기 기자, 사진 화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