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일일선(一日仙)되어 거닌 동악산

맨발나그네 2017. 6. 30. 16:11



일일선(一日仙)되어 닌 


어 디 를 : 곡성 동악산(736m)

언 제 : 2017625()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도림관광단지 주차장~청류동계곡~배넘이재~동락산~도림관광단지 주차장

사 진 은 : 소리새, 나그네

 

       

▲  GPS 기록


▲  함께한 일행들


   이번 주 산과의 운우지정은 곡성의 동악산(動樂山)이다. 내게 있어 곡성(谷城)은 처음 접해보는 고장이다. 그러니 동악산도 꽃잠자리 일 수 밖에 없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백제시대에는 욕내(欲乃) 혹은 욕천(浴川)군으로 불렸는데, 산맥과 하천의 흐름을 본따 신라 경덕왕 때는 곡성(曲城)으로 부르게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시골장을 떠돌아 다니는 장사꾼들이 교통이 불편하여, 통행에 어려움을 느낀 나머지, 지나갈 때마다 통곡을 한다하여 곡성(哭聲)이라 불리우기도 하였다하는데 지금은 곳곳에 섬진강과 보성강에 물을 공급하는 계곡이 많아 골짜기가 많은 마을의 의미를 가진 곡성(谷城)으로 바뀌어 불린지 오래되었단다, 곡성군은 전체 면적 가운데 산지가 75% 나 되는 산촌(山村)이다. 산이라 그래봤자 봉두산(754m), 삼산(772m), 통명산(754m), 설산(522.6m), 괘일산(441m) 등으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산세가 수려하고 태고의 사찰과 역사 유적을 간직한 산과 계곡이 즐비하여 높이에 상관하지않고 대접을 받는 산들이라 한다.

또한 곡성(谷城)은 곽도원, 황정민 등이 출연하고 나홍진감독이 만들어 작년에 개봉한 영화 <곡성(哭聲)>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듯 보였으나 영화에 관객이 6백만여명이 몰려들면서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그 덕을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  도림사를 향해~~


▲  도림사 일주문


  처음 접해보는 곡성(谷城)에 대해 전희(前戲)를 즐겼으니 오늘 운우지정을 나눌 동악산(動樂山)과의 전희를 즐길 차례이다. 곡성군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삼남제일 암반계류 청류동 계곡 풍치가 일품인 산이 동악산(動樂山)이라 소개해 놓았다. 그리고 動樂山동락산이라 읽지 않고, ‘동악산이라 읽는 까닭부터 밝혀 놓았다. 대개 은 뒤에 딸려 나올 때 으로 읽힌다. 도락산(道樂山)이니 진락산(眞樂山)이니 하는 것이 그런 경우인데, 이 경우는 즐거울 의 경우다. 그러나 동악산의 경우에는 풍류 으로 읽어야 한다. 천상의 노래, 즉 음악이 울린다(동한다)는 전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전설에 의하면 이 동악산 자락에 원효대사가 도림사와 길상암을 세울 당시 하늘에서 들려오는 풍악소리에 산이 춤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  신라 무열왕(660년) 때 원효대사가 세운 고찰 도림사


▲  청류동 계곡 암반에 새겨진 글, 싯구와 이름들이 어지러이 새겨져 있다


▲ 삼남제일 암반계류인 청류동계곡에서 물이 없어 섭섭하지만 한 폼 잡은 맨발나그네


▲  정상을 향하던 중 만난 철다리

 

  이제 전희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운우지정을 나눌 차례이다.

오늘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모두 도림관광단지 주차장으로 하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주차장부터 도림사을 거쳐 계곡이 약 2km 펼쳐지니 이름하여 청류동계곡이다. 계곡은 폭포와 소, 담이 많고 물길이 휘감아 도니 아름답다고 하나 요즈음 계속되는 가뭄으로 물이 말라 그 아름다움은 간곳 없으니 때를 잘못 찾아 온 듯 싶다.

날씨 또한 더워서 땀을 제법 흘리며 걷고 있자니 배넘어재이다. 해발 530m에 배넘어재가 있으니 범상치 않으나 이 정도의 높이에 배가 넘을려면 노아의 홍수 정도 되는 홍수가 아님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잠시 쉼을 갖고 다시 길을 떠난다


▲  산행길 만난 아지자기한 바위


▲  정상 코앞에서 본 동악산


▲  산염소도 힘들어 똥을 싸면서 오르는 으리으리한 계단


▲  정상을 배경으로


▲  함께한 일행들과


 

  배넘어재에서 동악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 길은 빼곡한 소나무 그늘에 어려움 없이 진행 할 수 있는 길이다. 다만 날씨가 흐려 지리산 감상에는 실패하고 가까이 있는 산들을 감상하며 걷자니 동악산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바위이다. 동악산을 조망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싶을 정도로 동악산의 멋드러진 모습을 한참 눈에 담고 길을 떠난다.

 전망바위에서 보기엔 멋있어 보였던 철계단을 오르는 일은 쉽지않다. 하긴 동악산과의 운우지정에 오르가즘을 맛보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해줘야 할 것 같다. 계단은 급경사이고 한 계단의 높이가 커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려움의 연속이다. 계단에는 산염소인지 산양 똥으로 보이는 것들이 엄청 많은데 아마 이 놈들도 이 계단으로 이동하다 힘들어 배설물까지 싸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 웃음이 절로 난다.



▲  계단을 오르고


▲  동악산 정상에서일행들과


▲  동악산 정상에서의 맨발나그네

 

  그렇게 정상에 오르니 제법 높은 돌탑이 놓인 정상이다. 흐린 날씨 때문에 주변 조망은 시원치 않지만 어떠랴. 그저 동악산의 품에 안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신선바위 쪽 안부를 거쳐 마른계곡을 따라 하산하니 날머리인 도림사 주차장이다.




 

  오늘도 맨발나그네되어 곡성의 동악산과 꽃잠자리 운우지정을 치루고 이렇게 후희(산행일기 쓰기)를 즐겨본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쓰는 신조어 중에 내로남불이란 말이 있다. 이름하여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을 줄여 하는 말이다. 정말 답답한 현실이다. 언제쯤 내로남로가 될려나 간절히 기대해 보면서 산과의 로맨스야말로 내로남로가 아닐까한다.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 知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라고 했다. 물론 이 맨발나그네 지자(知者)나 인자(仁者)의 축에 끼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자연과 하나되어 산이 내 준 품에 하루를 머물며 로맨스에 빠질 수 있는 건강이 있음이 고마울 뿐이다. 신선의 선()자는 사람()이 산()속에 머무는 것을 일컫는 말일지니 가끔씩이나마 산과의 운우지정을 즐기며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오늘 하루를 맑게 욕심을 끊고 한가롭게 살면 오늘 하루는 말로만 듣던 신선이 되는 것이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이 세상을 떠나는 그 날 까지의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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