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 되어 천리길을 걷다

맨발나그네 2009. 7. 20. 09:13

맨발나그네 되어 천리길을 걷다

 

● 산행일시 : 2009년 7월 19일 (일)

● 누 구 랑  : 수원하늘채산악회 회원들이랑 벙개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종루봉-시루봉-통신대-통신대헬기장-광교헬기장-항아리화징실

                     (14km)

● 사진은?  : 카라님, 터틀박님, 금부처님

 

 오늘은 원래 GS환경보전시민연대 회원들이랑 광교산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약속이 취소되어 수원하늘채산악회원들의 벙개 모임에 따라 나섰다. 누구는 우이령길을 같이 걷자고 하고 누구는 방태산 적가리골을 걷자고 하는데 이를 모두 뿌리친 이유는 단 하나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한 맨발걷기가 지금까지 390km여서 400km인 천리길을 채우는 곳은 내 조강지처인 광교산과 함께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또한 새로운 천리길을 시작하는 첫발도 그녀 광교산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작년 7월11일 나의 조강지처 광교산에서 속살(=맨발)을 약간(약 9km코스중 4km) 보이기 시작한지 일년여가 지난 오늘에 이르러 맨발걷기를 정리해 보니 천여리길이다. 맨처음 맨발이 되었을때는 나 자신도 여기까지 이르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일이다. 그저 매년 여름이 오면 가끔씩 맨발이 되어 보곤 하다가 그만 두곤 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작심을 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맨발로 천리길은 그리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돌이켜 보건데, 작년 8월 11일 광교산 경기대-지지대고개 구간 13km를 맨발로 완주했을 때의 그 고통을 아직도 내 발과 내 머리는 기억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내장산 자갈밭길이 그러했고, 작년 11월 들어 수리산의 네봉우리를 U자로 돌던 15km의 길이 그러했고, 과천에서 시작하여 연주대를 거쳐 삼성산을 지나 안양유원지까지의 약15km의 관악산-삼성산 이어 맨발 걷기도 내 발과 내 머리는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기억하고 있는 코스이다.

 

 그동안 나의 맨발과 같이 했던 애인들을 더듬어 보니, 당연히 조강지처 광교산과는 30여회를, 고향땅 화성의 서봉산과는 너댓번, 그리고 고향땅 유봉산과 초록산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외에도 내장산, 토암산, 수리산, 관악산, 삼성산, 감악산, 가야산, 도드람산, 모락산, 백운산, 바라산,불곡산, 소요산, 내변산, 구봉산, 팔봉산(서산), 지리산둘레길, 동석산, 운악산,  설악의 십이선녀탕계곡, 소리산, 금강산신선봉, 설악의 천불동계곡의 일부 등 일일히 나열하기 조차 버거울 정도로 많은 애인들과 분탕질을 해댔던 일년여이다. 많은 애인들과의 맨발로의 만남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처음으로 장거리 맨발걷기를 비속에서 고통스럽게 마쳤던 경기대-지지대고개의 조강지처 광교산과의 기나긴 포옹이었고, 천년고도 불국사와 토암산을 송창식의  '토함산'의 노래말처럼 맨발이 되어 둘러보고 올라보았던 일은 매우 즐거웠던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올 5월에 걸었던 지리산둘레길은 이틀간에 걸친 여정이었지만 유쾌상쾌한 걷기였던 길로 추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 지난 5월 30일 내고향 화성의 서봉산-유봉산-초록산을 이어 맨발로 걸었던 길은 또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왔던 길이었다. 하긴 그동안 맨발로 걸었던 어느 길 하나 소중하고 추억이 깃들지  않은 길이 있던가?

 

  맨발!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일년여에 천리길이나 걸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걸어 볼 요량이다. 아직도 추운 겨울철에는 맨발이 되기 쉽지 않아 조금씩 밖에 맨발이 될 수 없고. 비속에서는 하산길에 등산화을 신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 더 갈고 닦아야 할 맨발걷기이다. 어디 그뿐인가. 혼자서가 아닌 여럿이 걷다 보면 너무 빠르게 걷고 주의를 집중하지 못해 가끔은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돌부리를 걷어차 여기 저기 작은 상처가 나기도 하고, 밤까시에 찔려 그걸 빼내려 고생하기도 한다. 혹자는 그렇게 아둥바둥 맨발이 되어야 하느냐고 한다. 혹자는 이제 본인이 만든 올가미에 쒸어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떻랴. 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는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 말은 없지만, 고통과 함께 오는 쾌감은 겪어본 사람이나 알 것이고, 마음의 고통을 육신의 고통으로 승화시킨다면 너무 철학적이라고들 하겠지.

 

오늘도 몇분한테 똑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이 맨발걷기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느냐?'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는 사실 대답할 말이 없다. 내가 어디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수치로 표현할 능력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동창님이 '맨발걷기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말씀하신 맨발걷기는 자연이 선사하는 '리플렉솔로지(Reflexology)'라고 말해준다. 리플렉솔로지는 발과 손, 귀 등에 분포한 반사부위를 손가락등으로 지압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법이라 한다.  이 저자는 "맨발걷기는 배변활동을 촉진시키고 감기와 위장장애, 무좀 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한다.  하긴 꼭 맨발이 아니드라도 걷기에 대해 '걷기예찬'이란 책을 쓴 프랑스의 디비드 르 브르동 박사에 의하면 "발로 머리로 몸으로 걸으면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찿는다"고 한다.  뭐 이렇게  어려운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그냥 산소와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푸른 숲이 있고, 음이온이 충만한 계곡과 신록이 있는 곳을 걷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고, 심신이 맑아지며, 피로가 풀리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일게다. 거기에 더해 맨발로 걷는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겠는가

 

            

8시 30분 반딧불이 화장실을 출발한다. 어제까지 내린 장마비로 인해 큰 걱정을 하였는데 날씨는 흐려있지만 다행히 비는 안내린다. 주변 조망이 안좋아서 그렇지 불볕더위속을 걷는 것 보단 훨씬 나을 것 같다. 다만 어제 점심때부터 오밤중까지 중고딩 동기들과의 복달임에 너무 많은 양의 반야탕을 즐긴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형제봉이다. 조강지처 광교산이 오래간만에 집에 들른 팔난봉꾼 지아비를 위해 조명을 신방모드로 전환해 놓았나 보다. 사방이 그저 뿌였게 흐려있다.

 

       

 배낭안에는 슬리퍼 하나를 넣어오긴 했지만, 오늘은 집을 나설 때부터 아예 맨발로 나섰다. 버스 기사님을 비롯한 버스안의 여러분들이 모두 눈길을 보내오지만 새로운 천리길을 맞이하는 오늘부터는 집을 나설 때부터 맨발이 되어 보기로 하였으니 앞으로는 이 눈길에서 자유스러워지는 일도 내가 겪어야 할 몫이다.

         

         

종루봉을 오르기전 잠깐의 휴식시간에 산우님들과 사진을 찍는다. 카라님이나 아름다운님, 터틀박님은 그동안 여러번 산행을 같이한 사이여서 낫설지가 않다. 그러나 종루봉에서 사진을 같이 찍은 기쁨이님과 그 친구분은 오늘 처음이니 약간은 어색해하니 사진을 찍던 카라님이 농담을 한마디 던진다.  

 

             

억새밭이다. 평소보다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 시간에 도착이지만 어떠랴. 땅바닥이 축축하여 맨발로 걷기에 적당하지만, 그동안의 비로 고운 흙은 떠내려가고 콩알돌만 남아 내발에 고통을 더해 오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

 

 

                        

통신대 헬기장이다. 각자 갖고 온 먹거리를 내놓고 먹으며 휴식을 갖는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여기까지가 약 10여km이니, 발바닥이 조금 힘들다고 엄살을 부린다. 광교산과의 헤어짐 시간도 다가온다. 그녀는 조명을 신방모드에서 이별을 위해 환하게 밝힌다.

 

 

 

  통신대헬기장에서 항아리화장실에 이르는 길은 정말 걷기에 좋은 길이다. 내려오며 이 수원하늘채산악회의 총산악대장을 맡고 있는 금부처님이 웰빙산행에 대해 강조를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천천히 걸으며 경치를 구경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산행이 그가 주장하는 산행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극한의 고통을 극복해 보는 험한길이나 먼길을 걷는 것도 그 나름대로 각자가 걷기를 택하여 얻는 즐거움일게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비온 후 튀어나온 돌들과 어제 과하게 마셨던 반야탕 때문인지 조금 힘에 부친다. 아니 조강지처 광교와의 오랜만에 운우의 정을 나누어서 일게다.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째거나 52개의 뼈(우리 인체의 총 206개의 뼈중 1/4이라 함)와 38개의 관절, 107개의 인대, 19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진 내 발이 굳건히 내몸을 지탱하고 마무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항아리화장실 못미쳐 계곡이다. 평소같으면 별로 물이 많지 않은 곳인데 장마철이다 보니 제법 많은 물이 흐른다. 그곳에 발을 담근다. 오늘도 14km에 이르는 쉽지 않은 길을 맨발로 걸었다. 몸은 고되고 발바닥은 얼얼 하지만 마음은 밝고 투명해지는 듯하다.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이렇게 맨발로의 천리길을 마감하고 새로운 천리길을 시작하는 광교산과의 데이트를 마무리한다.

 

                

사랑하는 나의 여보(광교)!

또 언제나 당신(=광교산)을 볼 수 있을런지...

그래도 항상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당신이 있기에 내가 맘대로 이산 저산을 헤멜 수 있는것 아닌가 여보게! 혹 아나 다음주말 또다시 당신 품이 그리워 다시 찿을런지.... 

혹 자네도 내가 그리워 지거들랑 맨발걷기 일년여에 천리길이 되기에 내 나름대로 정리의 의미로 20여일전 인터넷 '다음'에 '맨발나그네'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그동안의 맨발걷기를 정리해 두었다네. 맨발걷기에 관심들이 있어서인지 꾸준히 하루 백여분이상이 방문을 해주고 계신데 당신도 들려보게. 그래야 나 말고 다른이들이 당신품이 그리워 맨발로 와도 놀라지 않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