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눈꽃속에 파묻혀 지낸 하루 ~ 담양 병풍산

맨발나그네 2010. 1. 31. 11:04

● 산 행 지 : 병풍산(822m, 전남 담양군 )

● 산행일시 : 2010년 1월 24일 (日)               

● 누 구 랑 : 산7000산악회 정기산행

● 산행코스 : 대방저수지-약수가든-쪽재-천자봉-철사다리-깃대봉-병풍산-안부-만남재-상암야영장

● 사진은 ? : 본인

 

  경인년이라는 365일간의 새로운 날을 선사 받은지도 어느덧 한달여가 흐르고 있다. 이 선사받은 시간의 영토중의 하루를 담양에 있는 병풍산과 같이 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넘기기는 했지만, 항상 새로운 산에 도전하는 기분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날에 대한 도전은 두렵고, 흥분되고, 짜릿하기에  인생은 살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행을 다녀오면 다음 산행을 꿈꾸듯, 경인년을 맞아 또다른 시작을 꿈꾸어 본다.

  그동안 실패와 이별에 대한 비관, 절망, 고통 때문에 몸부림치며 새로운 일에 망설인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과거가 충분한 밑거름으로 승화 될 것이라고 믿고, 도전해 볼 것이다. 만약 또다른 실패와 이별의 고통을 맞이한다 한들 맨발로 공룡능선을 넘을 때의 고통만 할까? 맨발로 전국의 산하를 누비던 고통만 할까? 그러나 그 고통이 쾌락으로 전이되는 쾌감을 맛보지 않았던가? 경인년이라는 경작지에서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올해는 일이 되었든, 산행이 되었든, 또다른 무엇이 되었든  열심히 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담양군 홈페이지에서 병풍산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니,

'담양읍에서 서북쪽으로 약 8km 지점에 있는 이 병풍산은 담양군 대전면, 수북면, 월산면 장성군 북하면에 경계를 이루고 있다. 담양군 수북면 소재지에서 병풍산을 바라보면 왜 이 산을 병풍산이라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른쪽 투구봉에서 시작하여 우뚝 솟은 옥녀봉, 중봉, 천자봉을 거쳐 정상인 깃대봉과 신선대까지 고르게 뻗은 산줄기는 한눈에 보아도 틀림없는 병풍이다. 병풍산은 높이가 822.2m로 노령산맥에 위치하고 있는 산중에 가장 높은 산이다. 또한,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병풍산은 등줄기 양옆으로 무수히 많은 작은 능선이 있는데 이 능선 사이에 일궈진 골짜기가 99개에 이르는데 이중 한 개 골짜기만 빼고 나머지의 골짜기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라고 설명 되어 있다.

어째거나 병풍산 들머리에 도착하여 보니 겨울철 눈길을 걷는 행복은 없어 보였다. 들머리에서 천자봉과 용구봉 사이의 안부까지는 제법 가파른 고갯길을 땀을 흘려가며 힘들여 오른다. 그곳부터 천자봉에 이르는 길은 주위 조망을 둘러 보며, 약간의 설화를 감상하며 그런대로 걸을 만 한 그런 길이다. 그리고 도착한 천자봉에서 바라본 병풍산은 방금 병풍속에서 뛰쳐나온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병풍산과 천자봉사이의 적당한 곳에서 탕골님과 황산님이 끓이는 라면과 변산님이 준비한 갑오징어에 반야탕 한잔을 들이키니 세상에 더 부러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곳부터 병풍산 정상까지의 길은 환상 그 자체였다. 설레이는 마음을 끌어안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화려한 눈꽃터널을 걷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영롱한 눈꽃으로 뒤덮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꽃.....

눈꽃은 설화, 상고대, 빙화등 여러가지로 불리우고 있다. 습한 눈이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인 모습을 설화라고 한다. 안개나 습기 등이 나뭇가지에 얼어 붙은 모습은 상고대라고 불린다. 늦겨울  상고대나 눈이 녹아 얼음이 얼리는 모습은 빙화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설화와 상고대는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동시에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조사에 의하면 영하 6도 이하, 습도는 90%이내, 풍속은 초속 3m 이상일 때 상고대가 피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 한다. 그러니 겨울철 무작정 산을 찾는다고 모두에게 환상적인 모습을 내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 정말 원없이 그 눈꽃터널을 걸을 수 있었으니 축복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 기쁨과 행복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꿈처럼 아름답고 잊지 못할 포근하고 행복했던 병풍산과의 만남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곳 병풍산 능선이 아직도 내 가슴을 그곳 병풍산 능선 어귀에 머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