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내마음속의 수채화 ~ 광교적설(光敎積雪)과의 만남

맨발나그네 2010. 2. 15. 09:33

내마음속의 수채화 ~ 광교적설(光敎積雪)과의 만남

 

● 산 행 지 : 광교산

● 산행일시 : 2010년 2월 13일 (土)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종루봉 - 토끼재 - 시루봉 - 억새밭 - 절터 - 상광교버스종점(약4시간)

● 사진은 ? : 본인

 

  세상에는 八景이 많이 있다.  아마도 중국의 <瀟湘八景(소상팔경)>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어째거나 풍광이 아름답고 운치있는 여덟 군데를 골라 <OO八景>이라 이름짓고, 그 풍광을 즐겨왔다. 전국을 아우르는 <大韓八景>을 비롯하여 <關東八景>,<丹陽八景>등 곳곳에 많은 八景이 있다. 그 八景이 수원에도 있으니, 제1경은 광교산에 눈쌓인 모습인 광교적설(光敎積雪), 제2경은 안개에 감싸여 신비로운 팔달산 팔달청람(八達晴嵐), 제3경은 긴 제방에 늘어선 버드나무인 남제장류(南堤長柳), 제4경은 화산의 두견새 울음소리인 화산두견(花山杜鵑), 제5경은 북쪽연못의 흰색 붉은색 연꽃인 북지상련(北池賞蓮), 제6경은 서호 노을에 드리운 여기산 그림자인 서호낙조(西湖落照), 제7경은 화홍문의 비단결 폭포수인 화홍관창(華虹觀漲), 제8경은 용지에서 월출(月出)을기다리는 경치인 용지대월(龍池待月)을 水源八景이라고 한다.

 

  

 그 수원팔경중 으뜸인  광교적설(光敎積雪)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어제 그제 비가 오다 눈이오다 하여 그닥 기대는 하지 않고 떠난 길이다.  그러나 들머리인 반딧불이 화장실에 도착해 올려다 본 내 애인, 아니 조강지처 광교의 모습은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그런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동령수고송 (冬嶺秀孤松 : 겨울의 산령에 서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수려함)이라 했는데 그 소나무 여럿이 모여 군락을 이루니 그 수려함이 더한 길을 기분좋게 한산행려(寒山行旅 : 차가운 산길을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어 나홀로 걷는다.

 

 

  

 까치설날이어서 인지 등산로는 한산하다. 혼자만이 이 비경속을 헤메게 됨을 아쉬어 하며 형제봉을 향해 한산행려(寒山行旅 )가 되어 걷고 있는데 그동안 산악회 산행길에 여러번 만난 태산북두님을 만난다. 어제도 광교산에 들렸는데, 그 비경에 취해 오늘 다시 오게 되었다고 한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광교적설(光敎積雪)은 한폭의 동양화이다. 정말 오늘과 같은날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안긴게 더없는 행복이다. 멀리 보이는 시루봉은 이 한산행려(寒山行旅 )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옥설개화(玉雪開花 : 꽃이 피어 있는것 같이 나무에 눈이 내린 모습)라 한다든가... 내 봄, 여름으로 광교의 품에 안겨 그녀가 피워논 꽃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피워낸 꽃은 본 적이 없는듯 하다.

 

 

 발길이 더디기만 하다. 토끼재를 지나 산높이가 높아질수록  광교산이 피워논 옥설개화(玉雪開花)는 그 요염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누가 겨울산은 볼 것이 없다고 했는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눈꽃을 피워낸 은빛 설원은 내 가슴의 모든 잡념을 앗아가기에 충분하다.

 

 

 

  영롱한 눈꽃을 피워낸 내 조강지처 광교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녀의 어깨에 기대 그녀만의 향내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광교와 인연을 맺고 사랑을 나눈지 어언 40여년, 항상 아름답고, 멋진 그녀였지만, 오늘 그녀와의 꿈같은 하루는 잊지 못할 행복한 한산행려(寒山行旅 )의 길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태양에 들이대본다. 과연 역광속에서도 그 영롱함은 그대로 살아날까? 그 눈부심은 그대로 일까? 하는 어줍잖은 의구심이, 내 조강지처이지만 그녀의 너무나 아름다움에 살짝 삐져 별짓을 다해보지만, 항상 넉넉함으로 나를 대해주었던 그녀이니 오늘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시루봉을 지나 억새밭으로 향하던중 또 한분을 만난다. 닉네임으로 터틀박이라고 하는 분인데, 이분도 어제도 들렸고, 오늘 또 광교산과의 데이트를 위해 나왔다고 한다. 모두들 광교적설(光敎積雪)과의 만남을 위해 이렇게들 열심들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명색이 조강지처라고 동네방네 나팔불고 다니지만, 오늘에서야 그녀의 품에 안긴 내 꼴이 말이 아니다.

 

 

 

  여기가 天上이다. 여기가 선계(仙界)이다. 빼꼼이 뚫린 창으로 인간세상이 내다 보인다. 그냥 이곳에 마냥 머물고 싶다.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이곳에 살고 싶다고 해본다.  그러나 결국은 인간세상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겠지. 그리고 오늘의 이 모습을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인간들이 부딛기며 사는 그곳으로 향한다.

 

 

 

 엊그제 입춘이 지났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의 춘설을  광교적설(光敎積雪)중에서도 백미라 하던데 오늘의 이 눈꽃잔치가 바로 그 모습이다. 포근한 날씨속에 꿈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내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하루를 보낼 수있었던 나는 행운아이다. 광교와의 40여년 데이트중에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감히 외쳐본다. 보통은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종루봉-시루봉-억새밭-절터-상광교버스종점의 9km에 이르는 길을 2시간반내지 3시간에 걸쳐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늘은 물경 4시간에 걸쳐 깊고 찐한, 그래도 어딘가 허전한, 그래서 헤어지기 싫은 그런 날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마음속에 수채화로 남긴채,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그녀의 품에서 벗어난다.

 

  • 소희

    나그네님이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사진을 보니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요. 광교의 겨울 설경을 즐감합니다. 2013.02.13 17:49

  • 야호만만세

    멋잇네요. 아름다운 광교에 모습이...조강지처의 품이 얼마나 그리우셨나요. 눈송이처럼 포근한... 2013.02.14 17:44

  • 환상소미

    겨울 광교산의 설경은 가히 으뜸이라 할수 있네요. 2013.02.15 15:04

  • 러브리숙

    광교적설이 수원팔경에 으뜸이라..산행기를 읽으며 실감합니다. 나그네님의 글솜씨에 반해서 넘어간건지.. 2013.02.16 10:11

  • 장고

    너무 멋지네요. 먼곳, 높은 유명산보다 더 멋집니다. 2013.02.16 20:49

  • 아스라히

    상고대인지 눈꽃인지 너무 소담스럽고 경이스럽네요. 즐감합니다. 2013.02.17 19:16

  • 복두산

    4시간의 시간이 꿈결같았을것 같군요. 꿈속에서라도 보았으면... 2013.02.18 09:05

  • 나오미

    소담스럽네요. 저런 설경을 보는 사람들은 복받은 사람들이지요. 2013.02.19 18:56

  • 사랑의인사

    장관입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절경입니다. 2013.02.20 10:12

  • 카라

    광교산에 자주가기는하지만 나그네님처럼 멋진설경을 남겨두진못햇네요..아쉽게도,,잘보고갑니다,, 2013.02.23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