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조령산~신선암봉과 운무(雲舞)속에 어렵게 나눈 사랑

맨발나그네 2010. 6. 30. 18:48

조령산~신선암봉과 운무(雲舞)속에 어렵게 나눈 사랑

 

● 산 행 지 : 조령산(1,026m)-신선암봉(939m)

● 산행일시 : 2010년 6월 27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이화령-조령샘-조령산-신선암봉-795봉삼거리-깃대봉-새터매표소(약 12km, 약 6간)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오늘은 조령산-신선암봉을 산7000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지난달 쇠뿔바위봉도 안개속에서 사랑을 나누었는데, 오늘도 날씨가 안 좋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굵은 빗줄기가 아닌 안개비가 오락가락하여 산행하기에는 괜찮은 환경이다.

다만 오늘의 코스는 백두대간 중에도 조망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 풍광을 볼 수 없음이 애석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나누어 이어 걷는 사람들을 '대간꾼'이라 한다고 한다.

그들이 한결같이 오르내림이 심해 가장 힘들지만, 풍광이 아름다운 절승이어서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구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암봉과 암능이 유난히 많은 험난한 코스인데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 대간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고 한다.

 

(전희에서 만난 그녀)

 

그래서 그녀 조령산-신선암봉의 품에 안기기 전, 전희(사전조사)를 통해 그녀의 성감대(조령산에서 신선암봉에 이르는 마루금의 풍광)를 알고 있었던 터러 가슴 졸이며 기다려왔건만 날씨가 도움이 안된다.

 

 

 

그래도 들머리로 잡은 이화령을 출발하여 조령산을 향하는 동안, 길게 늘어선 잣나무 숲은 깊고 울창하며, 비에 젖은 낙옆의 냄새와 어우러진 숲의 향기는 그윽하며 싱그러워 그녀 조령산의 품에 안긴 우리들의 마음을 맑게 가득채운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조령샘을 만나고 졸졸 흐르는 샘물을 어렵게 한 바가지 받아 목도 축이고 마음도 적시며 걷다보니 어느듯 조령산(鳥嶺山, 1025m) 정상에 이른다.

 

 

 

 

 

조령산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룬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우뚝 솟은 조령산은 기묘한 바위와 절묘한 봉우리에 노송들이 어울려 눈길 닿는 곳곳이 바로 동양화 한폭인 명산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넘는 대표적인 고개는 단양의 죽령, 문경의 조령, 영동의 추풍령이라 한다.

그중에서 조령은 영남과 중부지방을 잇는 대표적 고개마루이기에 평상시에는 교통, 물류의 요충지였고, 전시에는 험난한 지세를 방패삼아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기능을 했다고 한다.

이 조령을 허리춤에 끼고 남북으로 길게 앉아있는 산이 조령산이다.

이 조령이 한반도 중부이남을 남과 북으로 갈라 놓은 분수령이어서, 이 고개의 남쪽인 경상도 지역을 영남(嶺南)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주변의 신선봉(967m), 주흘산(1106m)을 가까이 두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월악산, 문수봉, 소백산 등으로 이어지고, 남으로는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가 조령산이다.

그러나 오늘은 시계가 5~6m나 될까말까하다.

그저 주변이 희뿌연 안개가 쌓여 그냥 운무속을 걷는 나그네가 된다.

날씨가 이러니 맨발나그네가 되는 일도 포기하고 오래간만에 등산화를 신고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는다.

 

 

정말 애석하다.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에 이르는 길은 많은 선답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구간이건만 오늘은 안개에 쌓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암괴석 사이를 비집고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생을 이어가는 노송들의 아름다움이 어울린 동양화 몇 폭을 볼 수 있음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렇게 바위등걸을 밟으며 오른 곳이 신선암봉(939m)이다.

조령산보다는 조금 낮으나 직벽으로 흘러내린  곳곳의 대슬랩이 압권이라 한다.

빼어난 풍광에 취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 바다 속에 떠있는 한낱 쪽배 신세이다.

우린 그 쪽배에 몸을 실은 뱃사람 꼴이다.

신선암봉의 신선같은 나그네가 되보고자 떠난 길인데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다.

그 신선암봉에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그곳 평평한 터를 잡아 점심상을 펼친다.

 

 

 

 

 

신선암봉에서 출발하여 조금 내려와 표지판을 만난다.

그 표지판에서 절골 방향인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냥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날씨로 인해 조망은 없고, 그저 뿌였게 뿌려놓은 회색물감속 암능길을 걸을 뿐이다.

미끄러운 암능길을 수없이 늘여져 있는 로프에 매달려 어렵게 어렵게 대간길을 이어 나간다.

산7000 산악회의 카페지기인 겨울이슬비님도 어렵게 걷다가는 누군가 카메라를 들이밀면 입가에 웃음을 띠고는 포즈를 잡느라 고생이 많다.

일행을 이루고 같이 걷고 있는 다이아몬드님을 비롯하여 모두들 어렵게 어렵게 산길을 걷는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찟는 일도 다반사다.

나도 엉덩방아를 쪄 팔꿈치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렇게 깃대봉을 지나 또 한참을 걸어 새터매표소에 도착이다.

 

 

 

 

 

오늘은 정말 힘든 산행길이었다.

그래도 날머리에서 알탕을 즐기고, 홍어와 가오리무침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한잔 하니 다음번 산행이 또다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