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아름다운 암능-진도 동석산을 맨발로 오르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7:22

● 산행일시 : 2009년 5월 22~23일 (土,日)  무박 2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원들이랑

● 산행코스 : 심동마을>1,2,3,4,5봉>칼날암릉~6,7,8,9봉>동석산>큰애기봉>세방주차장(종주산행 4시간20분소요)

● 사진은 ? : 경인일보 송수복기자님 및 산7000의 산우님들 

 

진도!

글쎄? 진도개, 바다가 열린다는 모세의 기적이라 일컫는 갈라지는 바닷길, 그 알싸한 맛에 주당들을 흥분케하는 홍주, 남도의 풍류를 뽐내는 진도아리랑 등이 내가 가진 진도에 대한 상식의 모두일 것이다. 그래서 진도 동석산을 간다고 하여 테마 백과사전 진도군편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전라남도 서남단 해남반도 남서쪽에 있는 군으로 동쪽은 명량해협을 사이에 두고 해남반도로 이어지고, 서쪽은 황해, 남쪽은 제주해협으로 틔어 있으며, 북쪽은 해남군 화원반도 및 신안군의 여러 섬들과 마주한다. 이제는 진도대교가 개통되어 섬이라 부르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어째거나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이라 한다. 인구 3만 5,000여명(2007년 기준)의 전라남도에서 3번째로 작은 군이지만,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유물, 유적, 천연기념물, 기.예능보유자가 많다고 한다.

             

갑작스런 전직 노무현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하루종일 착잡한 마음으로 보냈다. 그분의 정치적인 공과야 좀 더 세월이 흐른후 역사가 기록해 주겠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써 치욕과 좌절, 절망감이 자실이라는 극단적으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예정되었던 대로 무박으로 진도의 동석산으로 떠난다.

저녁 10시 30분 수원 시청앞을 출발한 우리는 새벽 4시 30분쯤 진도대교에 도착이다. 새벽녁 휘황찬란하게 조명을 받고 그 위용을 뽑내는 진도대교가 일품이다.

진도대교는 전남 해남군 문내면(門內面) 학동리(鶴洞里)와 진도군 군내면(郡內面) 녹진리(鹿津里) 사이의 울돌목해협[鳴梁海峽]에 놓인 다리이다. 길이 484 m. 너비 11.7 m. 한국 최초의 사장교(斜張橋)이다. 1980년 12월에 착공, 1984년 10월에 완공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 해협은 초속 6 m의 거센 조류가 흘러, 물속에 교각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에 양쪽 해안에 높이 각각 69 m의 강철교탑(鋼鐵橋塔)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 연륙교의 개통으로 우리는 편하게 진도를 여행할 수 있게 된것이다.

 

 

                                                   

         

         

 

간단히 산악회에서 준비해준 아침밥을 먹고 동석산을 향해 출발이다. 무박산행이 오래간만이어서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차창밖으로 보이는 남녁의 들녁도 눈에 안들어 오고 그저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고 앉아있는 내모습이 안되보인다. 40여분만에 산행들머리인 진도군 지산면 삼동리 아랫삼동 마을에 도착이다.

보통 진도의 산이라고 하면 최고봉인 첨찰산(485.2m), 여귀산(457m)를 꼽는다지만, 들머리에서 올려다본 동석산(240m)도 예사롭지 않다. 높이가 200여 m 급이고, 섬산이어서 약간 깔보며, 그저 설렁설렁 산을 오르고 진도나 둘러볼 요량으로 떠나왔던 길인데,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첫눈에 예고하는 듯하다.

오늘도 맨발이 되어 심동마을 마을회관 건너편 교회 뒷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소나무가 무성한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5분이 지났을까, 아님 그보다 좀 더 되었을까, 숲이 끝나면서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바위산이 우리를 턱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그곳엔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놓인 조각배처럼 한줄 밧줄만이 매듭지어진 채로 늘어져 있을 뿐이다. 여기저기서 비명이다. 높이 240m로 즐겁게 산행할 수 있으리라는 산악회카페의 고지만을 철석같이 믿은 산우들이 고생길이 훤히 내다보이기 때문에 지르는 비명이리라.

밀어주고 끌어주며, 3~4m쯤되는 짧은 슬랩을 오르니 조금 평평한 쉼터를 제공하곤 이내 두번째 슬랩으로 이어지고, 오로지 긴 밧줄만이 우릴 맞이 할 뿐이다.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산행이긴 하지만, 잠깐의 실수로 수십미터 아래로 떨어 질 수 있으므로 안전확보에 모두 긴장한다.

이곳을 오르며 어제 새벽 봉화마을 뒷산 절벽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노 전대통령이 다시 뇌리에 떠오른 것은 왜일까?

 

 

          

           

           

            

           

             

   이렇게 밧줄에 의지하며 두번의 짜릿한 슬랩오르기를 마치니 첫 봉우리이다. 동석산은 낮아도 맵고 앙팡지고 옹골찬 그런 산임이 분명하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다 안개가 끼어 주변의 조망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침 여명속으로 진도가 그 속살을 수줍게 살며시 낫선 이방인들에게 내보인다.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이쁘다고 해야할까? 수증기 자욱한 목간통을 나신으로 빠져나와 그 고운 자태를 수줍은듯 내보이는 여인네처럼, 아니 내 어릴적 부엌에서 큰 함지박에 목욕을 하시던 울 어머니의 등짝을 밀어드릴 때의 부드러운 감촉처럼, 아니 그 어머니의 앞가슴을 슬적슬적 훔쳐보던 어린시절의 마음 설레임처럼 진도의 새벽이 내게 다가온다. 

 

                 

 

                  

               

               

                  

                  

길은 이어져 계속된다. 어느곳은 밧줄을 이용하여 슬랩을 오르고, 어느곳에는 스텐 손잡이가 박혀져 있어 그걸 의지한채로 오르기도 한다. 손과 발이 다 동원되어 오르고 또 오른다. 쳐다만 봐도 오금이 저린 그런 슬랩을 오르고 또 오른다. 고래등처럼 넓은 바위능선을 따라 걷기도 한다 . 제2봉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100m는 됨직한 바위벽도 장관이다. 도열해 있는 암벽과 암능의 퍼레이드에 혼줄을 빼긴채 봉과 봉을 넘는다. 산우들도 처음의 비명과는 달리 잘 적응이 된듯 싶다.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격으며 3봉, 4봉을 거쳐 5봉에 이른다. 어려운 코스이지만 모두 재미가 붙었는지 잘들 따라 붙는다. 본격적인 암릉 산행을 만끽하고 있다. 주변의 풍광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산우님들이 맨발로 걷고 있는 나를 걱정해준다. 하긴 산이 험할 것 같아 배낭에 등산화를 챙겨오긴 하였지만 견딜만 하니 그냥 맨발로 걷는다. 해풍으로 오랜 풍화작용을 거친 바위면은 거칠고 뾰족뾰족하니 산우님들의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리고 나도 딴 산에 비해 그 고통의 정도가 더하지만, 그 고통을 즐겨보려한다. 나의 머리속에서는 발바닥의 근육세포들을 달래는 신호를 보낸다. 남도땅 끝자락의 동석산 기가 온몸으로 스멀스멀 침투하여 온몸의 세포들이 그들을 맞아들이기 바쁘다. 자연과 하나되는 희열을 느낀다. 천연 맛사지샾에 무료 서비스를 받는 이 행복을 그 누가 알랴? 이 즐거움을 누가 알랴?

 

 

 

 

 

 

 

 

 

 

 

 

5봉에서 바라본 진도의 풍광은 아름답다. 높이는 비록 200m급이지만, 탁월한 암벽미와 암릉미를 자랑한다. 능선은 거대한 자연 성곽을 연상하는 바위덩어리로 되어있다. 조망도 훌륭하다. 암능이 시작되는 남쪽 심동저수지와 동쪽의 봉암저수지가 맵시를 뽑내고, 남해와 서해쪽으로는 각흘도, 곡섬, 잠두도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바위를 오르기 위해 밧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옆으로 눈길을 주니 높은 수직바위를 집삼아 조금 붙어있는 흙과 바위틈을 비집고 그 모습을 드러낸 식물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나에게 살포시 내보인다.

 

 

 

 

          

 

 

 

           

            

 

5봉부터는 주능선을 더는 탈 수 없다. 양쪽으로 아찔한 절벽이 형성된 한 70~80m가까이 되는 나이프리지(칼날암릉)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왼쪽아래로 나있는 우회로를 이용하여 6봉으로 나아간다. 지금까지의 구간에 비하면 남어지 구간은 별로 어려움이 없다. 6~8봉을 거쳐 삼각점이 있는 제9봉을 거쳐 앞으로 나아간다. 동석산정상을 거쳐 큰애기봉을 거치는 구간은 지금까지의 바위구간이 아닌 숲길이다. 바위길에 지친 몸에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신다. 피톤치드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고 심신이 맑아지게 하며, 피로가 풀린단다. 큰애기봉 전망대에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감상하고 세방리쪽으로 하산이다. 이렇게 대략 4시간반에 걸친 진도의 동석산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마무리한다. 오는길에 진도대교 근처에서 푸짐한 회와 소주로 뒤풀이도 하고 말이다.

지금까지 많은 암능을 가진 산을 보아왔지만, 그중에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높이는 200m급 밖에 안되는데 그 암능미와 암벽미의 앙상블은 그 어느곳보다 훌륭하다. 더군다나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등산객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이런 저런 훼손을 가한 다른 산에 비해 아직은 손이 덜 간 그런 원시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 앞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시설만을 설치할 것을 진도군청 관계자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오늘도 나와 같이한 내 맨발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예로부터 선인(仙人)들은 발바닥으로 숨쉬고 범인들은 코로 숨쉰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고 한다. 아직이야 느껴보지 못한 경지이지만,,,,,, 촉각기관인 발은 우리의 눈이나 귀처럼 소중하다. 발은 몸 바깥에 나와있는 오장육부라 한다. 흙과 자갈과 바위를 밟고 걷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지압으로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좋아질 것이고 몸안의 기혈을 좋게 해 줄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든 의식이 발바닥으로 집중되니 들뜬 마음이 사라지고 차분해 진다. 아직은 발다박이 덜 숙련되어 약간의 고통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머리는 맑고 투명해지고,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싸 오는것 같다.

지난주 경인일보 특별취재팀과 '지리산둘레길 1.2구간'을 가느라 경인일보 송수복기자님과 함께 했는데 이번주에는 매주 연재되는 경인일보의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이라는 코너를 취재하기 위해 산7000산악회에 함께한 송기자님과 함께하는 행운을 얻어 좋은 사진을 많이 얻어 쓸 수 있어 더 행복한 산행이었다. 이자리를 빌어 산7000의 부회장인 이규범님과 경인일보의 송수복기자, 그리고 좋은 사진들을 제공해준 산7000의 산우님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든곳, 진도 동석산에 언제 다시 한번 가볼 날이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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