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비경 ~ 십이선녀탕계곡을 맨발로
● 산행일시 : 2009년 6월 14일 (日)
● 산행코스 : 장수대- 대승폭포-대승령-안산갈림길- 안산-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
● 사진은 ? : 따스한마음(이규범),매송원님, 상현달님과 본인
설악산! 말만 들어도 항상 가슴 설레이게 하는 산이다. 나야 뭐 전문 산악인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이유로 그저 가까운 산, 특히 광교산이나 찾는 주말 근교산행이나 가끔하는 처지이니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인 설악산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그런 산이다. 그 설악산과 아주 오래간만의 데이트이다. 1971년 설악산으로의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그후 1980년대 몇차례 이런 저런 코스로 설악과의 데이트를 즐긴후 최근에는 그저 설악산 근처의 콘도에서 설악을 먼 발치에서 감상만을 하며 고스톱으로 밤을 지샌후 부랴부랴 귀경길에 오르길 여러번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지리산둘레길을 1박2일에 걸처 걸으면서 도예가이신 이명희님의 ‘설악가’를 코러스 삼아 화등연의 김석렬님이 읇은 ‘설악찬가’는 나를 다시 한번 설악에 들려야 겠다고 마음먹게 만들었다. 그날 두분이 어찌나 죽이 잘 맞던지 곡주에 취해, 노래에 취해, 시 낭송에 취해 모두 앵콜을 외쳤고, 내 생전에 노래가 아닌 시낭송을 앵콜로 감상해 보긴 처음이었다. 그러던 차에 화등연 회장인 이규범님이 설악의 십이선녀탕계곡을 걸어 보잔다. 물론 OK!
전교준님이 쓴 설악찬가이다.
설악찬가
지은이 : 진 교 준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산이 좋더라...
푸른바다가 내려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없어 법률도 없어 내발로 뛸수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등...
그 사이에 내가 서면
아 170센티라는것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것을..
설악산 오름길을 다리쉼 하노라면 내겐 한껏 남는 것..
머루, 다래를 싫껏 먹고 싶은 소박한 욕망뿐....
깨어진 기왓장처럼 흩어진 오세암 전설이 있는곳에 어둠이 내리고..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박은 움막에는
뜬숯이 벌건 탄환케이스에 둘러앉아..
갈가지로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어느 포수의 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아...................
이런 밤엔 차라리 칡감자라도 구어먹으면 더욱 좋을것을...
백담사 가는길에 해골이 있다했다..
그 해골을 주어다 술부어 마시자 했다...
해골에 술부어 마시던 바이런이 죽어..
하나의 해골이 된것 처럼
철학을 부어 마시자 했다....
나는야.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야, 산이 좋더라..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설악 ! 그녀와의 만남, 아니지 웅대함이 남한 제일인 설악산을 그녀라고 부르면 설악산 산신령이 노하겠지? 그러나 어쩌랴. 설악을 그이(남자)라고 부르며 사랑을 나누면 우리나라 법률에 위배되는 동성애자가 될 터이고, 내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설악을 애인으로 품기 위해서는 그녀라고 지칭하는 수 밖에...
하여튼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아침 7시 수원을 출발한다. 그리고 한계령을 넘기전 장수대에 도착한 것이 10시다. 옛날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길이 잘 뚫려 3시간만에 그녀와의 조우이다. 가는길에 홍천휴게소를 지날 즈음 제법 큰 비가 내려 산행이 어려운건 아닌가 맨발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였는데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약간의 이슬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그닥 산행에는 지장이 없을 듯하다. 그녀의 속살을 품을려면 나도 약간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맨발이 되어 본다. 그동안 한국의 10대 ‘악’자 들어가는 산중 감악산, 관악산. 운악산에 이어 4번째로 설악 그녀에게 맨발을 보이는 그런 날이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오르는 중 멋있는 운무가 우리를 맞아줘 다시 한번 설악을 찾은 우리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파른 등산로를 약 30여분 올라 대승폭포 전망대에 이른다.
백두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에 그 이름을 올려 놓았다는 대승폭포가 우리를 맞는다. 시원한 조망에 깍아 지른 절벽까지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원하다. 거기에다 대승폭포에 얽인 전설이 다시 한번 우리를 숙연케 한다. 그 전설은 이렇다.
'먼 옛날 한계리에 대승이라는 총각이 살았는데 하루는 폭포가 있는 돌기둥 절벽에 동아줄을 타고 내려가서 버섯을 캐고 있는데 절벽위에서 "대승아! 대승아!"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외침이 들려 동아줄을 타고 올라 갔으나 어머니는 간곳없고 동아줄에는 신짝만한 지네가 동아줄을 갉아먹어 막 끊어지려는 참이었다. 대승은 동아줄을 급히 타고 올라 무사이 살아날 수 있었다. 후세 사람들은 죽어서도 아들의 위험을 가르켜준 어머니의 외침이 메아리 친다고 하여 이폭포를 대승폭포라고 하였다'라고 하는....
대승폭포를 뒤로 하고 대승령으로 오른다. 지금까지 올랐던 길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저 주변을 휘둘러 보며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당히 섞인 원시림이다. 그야말로 피톤치드를 무한정 리필해준다. 피톤치드 뿐이랴. 이슬비를 맞은 나무들로 부터 음이온이 맘껏 선사된다. 등산로는 모두 넓적넓적한 돌이 깔려져 잘 정리되어 있는 그런길이다. 맨발로 하는 그녀와의 데이트여서 약간은 겁먹었는데 이정도라면 비단길이다. 이런 길을 약 1시간정도 오르니 대승령을 코앞에 두고는 별안간 가파른 언덕길이 나와 일행을 숨을 헐떡이게 한다.
대승령에 오르니 삼거리 길이다. 왼쪽으로 안산, 십이선녀탕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능선과 오름을 약 40여분 걸으니 안산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의 안산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점심상을 펼친다. 오늘은 아름다운님이 챙겨온 돼지족발이 주메뉴다. 항상 산에서의 점심은 부페 수준이다. 정상주는 아니지만 곡차도 한잔씩 겯들여 맛있게 점심을 먹고 능선을 따라 안산으로 향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안산은 입산 금지 구역이란다. 그런데 입산금지에 대한 안내표시판도 없고 하여 안산의 비경을 맛볼 수 있었다. 비록 비로 인하여 설악 최고의 조망이라는 안산에서의 조망이 2% 부족하기는 하였지만 나름대로 손때 묻지 않은 비경을 맛볼 수 있었다. 정말 그녀가 감추고 감추었던 은밀한 곳을 내게 보여주는 듯 하다. 그뿐아니라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보는 야생화는 색다르다. 다람쥐는 아예 제녀석이 설악의 주인이라도 되는냥 우리를 반긴다. 수원산정산악회 회장님은 안산에 들르거든 거시기봉을 꼭 감상하라 하시든데 어디가 어딘지 잘 구분이 안간다. 혹시 위에 사진중 위 좌측 2번째 사진이 거시기봉은 아닌지....
안산 정상을 밟고 우리는 고민해야 했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안산갈림길로 해서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직진하여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내려 갈 것인가를... 그러나 우리는 등산로가 잘 나있는지가 불안하지만 직진하는 길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안산을 들르지 않은 일행과 시간이 너무 벌어지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사람들이 거의 안다녀 좀 힘든 코스이긴 하지만 아주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비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려오며 몇번인가 진동하던 산더덕 냄새는 우리를 다시 한번 감동 시겼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그저 냄새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뿐아니라 아름드리 주목나무와 고목들도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족히 몇백년은 되어 보임직하다.
드디어 십이선녀탕계곡에 입성이다. 설악산에는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는데, 그중 대승령(1260m)과 안산(1430m)에서 발원하여 인제군 북면 남교리까지 이어지는 약 8km의 수려한 계곡을 십이선녀탕계곡이라 한다. 십이선녀탕계곡은 ‘지리곡(支離谷)’,‘탕수골’또는 ‘탕수동계곡(湯水洞溪谷)’으로 불리우던 것이 1950년대말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십이선녀탕은 8km의 십이선녀탕계곡 중간 지점에 있다. 폭포와 탕의 연속으로 구슬같은 푸른 물이 갖은 변화와 기교를 부리면서 흐른다. 옛말에 12탕12폭이 있다 하여 또는 밤에 12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노산 이은상님은 탕은 8개 밖에 없다고 하였단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수없이 많은 폭포와 탕의 연속이다. 하긴 그 개수는 계절, 수량, 보는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르다 하였으니 아마 노산 이은상님은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 들렸나보다. 탕으 모양이 장구한 세월에 거친 하상작용에 의해 아름답고 신기한 형상을 갖는다. 그중 폭포아래 복숭아 형태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복숭아탕이 백미로 손꼽으며, 그 아래로 무지개탕, 용탕, 독탕등 여러 이름을 갖는 탕들이 그 탕을 만든 폭포들과 어울려 그아름다운 자태를 뽑낸다. 조선조 정조때 성해응(1760-1839)은 설악산의 여러 명소중 십이선녀탕을 첫손으로 꼽았다 한다.
그러나 몇년전 이곳을 할퀴고 지나간 수마로 많이 훼손되어 안타깝다. 그래도 많이 복구되어 우리가 십이선녀탕계곡을 안을 수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안산을 들리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계곡 감상을 하며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 한다. 9번이나 굽이쳐 흐른다고 하는 구선대나 넓은 반석위에 두터운 골이 7번 굽이쳐 흐르며 신비로운 물소리를 들려준다는 칠음대는 안내판이 없는 관계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떠랴. 이름이 구선대건 칠음대건 모두가 비경인 것을... 아니 이름없는 폭포와 탕들도 이곳이 한국 최고의 계곡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저 천천히 음미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하다.
이렇게 설악과의 속깊은 애정행각을 벌이며 오는 동안 어느덧 날머리인 남교리에 도착이다. 장장 6시간반에 걸친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과의 데이트를 마무리 한다. 12선녀의 목욕 모습은 못 보았지만, 탕이면 탕마다, 폭포면 폭포마다, 짜릿한 흥분을 내게 쏟아 부었으니 그야말로 탈렌트 서갑숙이 말한 멀티 오르가즘이 이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내가 나뭇꾼이 아닐진대 선녀가 눈에 보일리가 있나...
그리고 오늘 설악 십이선녀탕계곡에서 작년 7월 시작한 산과의 맨발데이트가 900리를 이루는 날이니 개인적으로 무사고로 맨발데이트를 허락해준 내애인 모든 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 이름 광교산, 수리산, 관악산, 감악산, 토암산, 내장산, 모락산, 백운산, 서봉산, 삼성산, 불암산, 가야산, 내변산, 소요산, 도드람산, 서산팔봉산, 운악산, 진안 구봉산, 진도 동석산, 1박2일에 걸쳐 걸었던 지리산둘레길1~2구간에 이어 오늘의 설악 십이선녀탕계곡까지 모든 산들의 산신령님들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겠기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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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수원하늘채 댓글들)
(카페:발안중.바이오고등학교 총동문회의 댓글들)
09.06.17 22:40
(카페:화성시등산연합회 댓글들)
09.06.16 07:45
(카페:양감초등학교의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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