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시 : 2009년 5월 31일 (日)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정남면사무소-성녀루이제네집-서봉산-동오리고개-백토사거리-유봉산-초록산-양감초교
(종주산행 4시간 30분소요)
신록의 계절이라는 오월의 끝자락이다. 오늘은 내가 48년전 코흘리개 소년으로입학을 하여 개구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내고향 양감초등학교 총동문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그런날이란다. 그곳을 서봉지맥의 일부구간인 서봉산~동오리고개를 거쳐 백토사거리로 하여 유봉산과 초록산을 이어주는 능선길을 따라 걸어갈 요량으로 집을 나선다. 아침 7시 집을 나서 시내버스로 화성시 정남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하여 서봉산 들머리인 성녀루이제집으로 이동하여 출발한다.
오늘도 맨발로 대지와 입맞춤을 한다. 사랑스런 그녀 서봉산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그녀의 품을 파고 든다. 어릴적 응석부리던 나를 안아주었던 어머니의 품안과 같다고나 할까 아님 언젠가 꿈속에서 안아보았던 여인의 품안이라고나 할까 그런 서봉산과의 데이트에 나선 길이다. 서봉산 뿐아니라 유봉산과 초록산으로 이어지는 멀티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마음 단단히 먹고 나선 길이다. 오늘도 사랑스런 서봉산이 내 속살(맨발)을 보고 약간은 놀란 기색이다. 하긴 한두번이든가? 벌써 여러번 서봉산과의 데이트에 내 속살을 보여왔으니 이제 숙달이 되었으련만......... 아니지 아마 유봉산과 초록산을 시샘하며 놀란척하는 모습으로 더 사랑스럽게 보이려는 서봉산의 교태는 아닐런지.
나의 종교이자 내가 숭배해 마지않는 내애인 광교를 떠나 새애인과의 조우이지만, 청명한 날씨 만큼이나 즐겁고 상쾌한 길이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동물들이 다니는 길도 있고,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오솔길도 있다. 차량이 다니는 신작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 인간의 삶을 이어가는 인생길도 있다. 험난한 인생길을 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평탄한 인생길을 선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지 아마. 나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 왔을까?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헤르만 헤세는 "인생의 길이란 급히 가건 느리게 가건 앞길에 허다한 길이 있고, 재물은 악한 방법으로 모으던 좋은 방법으로 모으던 죽음에 이르러서는 결국 빈 것이 되고 만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우리의 인생길을 마감함에 있어서는 모두가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데 그냥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에 충실하면 그만인것이다.
그런 인생길의 후반부에 산과의 만남은 행복이다. 산을 만나러 가기위해 준비할 때부터 흥분되고 즐겁다. 나혼자 삶이 버거워 껴안을 수 조차 없을때도 가만히 안아준 것은 내 애인인 광교산 이었다. 그리고 그 광교산이 나에게 말한다. “혼자는 버겁드라도 적당히 부대끼며 살면 삶이란 즐거운거야.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인거야. 당신 혼자 동떨어져 살 수만은 없는 거잖아. 인생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줘.삶의 절망은 또다른 삶의 희망이라잖아. 인생이란 그저 음미하며 이어가는 여행이라오.”라고. 요즈음이야 그런 충직한 애인 광교산을 멀리하고 자주 다른 산들과의 데이트를 위해 길을 나서지만 정말 내 인생길에서 광교산은 은인이자 앞으로 남은 인생길을 함께할 조강지처와 같다. 언제나 내가 위로를 받고 싶어 할 때마다 그 넓은 어깨를 내게 내준 친구이자 애인으로 평생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나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마음으로 내 어깨를 내 주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당신, 광교야 말로 나의 종교이자 평생의 반려자이다.
광교산에 대한 칭찬을 하니 같이하고 있는 서봉산이 질투를 한다. 그러나 삐져있는 그 모습 조차 이쁘고 아름답다. 더군다나 최근에 지리산둘레길을 제외하면 맨발로는 버거운 진도 동석산, 소요산, 불곡산,도드람산이 있었으며, 비속을 맨발로 걸어야 했던 합천 가야산, 진안 구봉산에 비하면 내고향 뒤산인 서봉~초록산은 그저 즐겁기만 한 길이다. 거기다 그동안의 시끌벅적한 단체산행이 아닌 혼자만의 호젓한 걷기인데다, 다른 등산객도 별로 눈에 안띄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산길과 우리네 인생길이 어쩜 이리도 닮은 꼴인지...... 그야말로 숨가쁘게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내리막길도 나오고, 그저 이 서봉산~초록산 이어 걷기처럼 긴 인생길이 별 오르내리막 없이 평탄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오르막에서는 내 인생의 가장 황금기이며 계속 될것처럼 보이지만 내리막에서는 죽을듯 힘들고 아팠다가도, 평탄한 마루금을 걸을 때에는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느긋해 하기도 하는 것이 산길이자 인생길인 것이다. 앞으로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소중하여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산길이자 인생길이 될 것이다. 내가 어디있는 지도 모르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아 본 젊은 날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허세이고 일장춘몽 아니었던가? 이제 남은 인생길에 만난 모두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런 길이 될 것이다. 사랑은 너무 꽉 쥐고 있으면 가장 빨리 잃는 것이고, 남에게 사랑을 퍼주는 것이 사랑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이라 한다. 산이 주는 교훈을 항상 머리에 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길을 살아 갈 것이다.
나의 삶에서 산과의 만남은 큰 행복이다. 내 가슴에 새겨진 너희들의 흔적을 되씹으며 이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보배로운 것이 너의들과의 만남이라 생각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너, 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움이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반겨주는 너의 매력적인 모습에 난 항상 반해버린다.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인생길 굽이굽이 마다, 그리움이 사무쳐 몸 둘바를 몰라 방황 할 때에도, 항상 자상한 미소로 날 방겨준 너, 산이 아니든가.....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탁월하고 행복한 선택은 바로 너, 산임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할 존재, 바로 너, 산이다.
들머리인 성녀루이제네집이다. 아마도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무료양로원인것 같다.
조금 올라가니 산림욕장 안내표지판도 나오고...
정겨운 약수터도 만나고...
그늘을 만들어줄 모자가 필요없는 그런 길이다.
정상에는 '서봉각'이란 팔각정도 있고,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다. 팔탄저수지와 멀리 화성시에서 가장 높다는 건달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어느 스님과 낭자의 이루지 못할 사랑의 전설을 지닌 쉰길바위가 있다. 한 가족이 그 바위를 보며, 전설 속의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봉산 정상에서 동오리고개까지 가는 길중 마지막 안내판이다.
정상 바로 밑에는 계단공사가 한참이다.내 생각으론 이런 조형물은 최소화하여야 하고, 만약 꼭 필요하여 설치한다면, 인체공학적인 면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계단도 계단폭이 너무 넓은 단점이 있는 것 같다.
길은 이어진다.
서봉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이렇게 탁트인 전망을 보여주는 곳도 있다.
골프장도 보이고...
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꽃들도 이제 이렇게 다음 생을 위해 생을 마감한다.
꽃길을 즈려 밟고...
서봉산정상부터 동오리고개까지는 몇군데 방향표지판이 있었으면 한다. 오죽하면 어느 산꾼님이 이렇게 페인트로 길바닥에 표시를 하였을까.....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여서인가???
서봉지맥을 종주하며 어느 님이 남긴......
동오리고개에서....지난번 한번 들렸던 따스한마음님의 시골집이다.
한참 공사중인 동오리고개를 건너 백토리사거리를 가기위해 철계단을 오른다.
철계단을 오른후 본 동오리고개길
이제 길은 더 호젓하여 혼자만의 길이 된다.
가을은 아니지만, 아직 낙엽이 생생하다. 낙엽 밟는 시몬이 되보고 싶은 분은 이곳에 들려라. 당신에게 낙엽 밟는 기회를 줄 것이니...
벤치는 있으나 인걸은 간데없네... 아마도 사람 대신, 동물들이 쉬어가지는 않을런지...
소나무 낙엽을 밟고 가는 길은 정말 기분이 좋다. 소나무에서 풍기는 솔향도 그지없이 좋다.
사람의 왕래가 별로여서 이렇게 길을 가로 막고 있는 쓰러진 나무에 담쟁이 넝굴만 무성하네.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어 이렇게 밤까시가 맨발인 나를 괴롭힌다. 밤까시 지뢰밭을 피하느라 피하는 데도 결국은 여기 저기 찔리고 만다.
백토 사거리이다. 이곳에서 경기도 사격장이 있는 사창리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다 고개 마루턱에서 능선으로 오르기로 마음을 먹고 앞으로 나아간다.
백토사거리에서 한 700~800m 전진하여 백토2리 환두골입구 고개 마루턱에서 오른쪽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그러나 왠걸... KTX 시설물이 들어서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리 저리 헤메다 할 수 없이 공장을 짓기위해 파헤쳐논 절개지를 기어 오르기로 마음 먹고 절개지를 올랐다. 그러나 다시 능선길을 찿느라 한참을 헤멘다.
내가 헤멘 곳이다. 풀만 무성할 뿐 길이 안보인다.
그렇게 헤메고 나니 이번엔 또 밤까시 지뢰밭이다. 이런 밤까시가 유봉산~초록산 내내 맨발인 나를 괴롭혔다. 많이 찔렸다.
그래도 내고향 산하는 정겹다.
유봉산에서 내려다 본 두머리(상두리) 앞뜰이 풍요롭게 펼쳐져있다.
어느 님이 쌓아논 돌탑도 보이고...
이제 초록산을 거쳐 양감초등학교 방향으로 하산이다.
그곳에 나의 모교 양감초등학교가 있다. 졸업생들이 모여 우정을 다지고 있다.
위의 현대식 학교 건물이 들어서기 전 내가 초딩이던 이절 1960년대의 교사전경이다.
모두들 정답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정남면사무소-성루이제네집-서봉산-동오리고개-백토사거리-유봉산-초록산-양감초교에 이르는 길을 4시간 30여분만에 맨발로 걸을 수 있었다.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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