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광교산-쳥계산 간신히 종주하기

맨발나그네 2009. 6. 26. 17:14

광교산 - 청계산 간신히 종주하기

 

● 산행일시 : 2007년 11월 18일 (日) 07:35~ 16:54 (소요시간 9시간 19분)

● 산행코스 : 반딧불이 화장실(07:35) - 형제봉(440m,08:21) - 시루봉(582m,09:02) - 백운산(563m,09:48) - 고분재(10:13) - 바리산(428m,10:27) - 우담산(11:28)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160m,12:10) - 원터마을 중식(40분간) - 국사봉(542m,13:55) - 이수봉(545m,14:17) - 망경대(616m,14:54) - 매봉(582m,15:30) - 옥녀봉(376m,16:14) - 양재 화물터미널(16:54) (총26Km)

 

가끔 광교산을 가곤 하였다. 그동안은 주로 경기대-형제봉-시루봉-억새밭-절터-버스종점 코스(약 10Km)를 주로 이용하곤 했는데 최근들어 억새밭에서 통신대-통신대헬기장-한일타운에 이르는 약 14~5Km에 이르는 코스를 몇 번 경험한 후에는 은근히 광교산-청계산 종주를 탐내기 시작했었다. 광교산으로의 잦은 산행으로 허리를 무지무지 줄인 친구녀석이 이 종주코스를 한 이후 자랑이 대단했고, 나도 무척 해보고 싶은 코스였지만, 그러나 마음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고교동창인 지종이를 만났고, 마라톤에 입문하여 열심인 친구들이 화제에 올라 나를 이 험한길에 떠밀었는지 모르겟다... ㅎㅎ 하여튼 이 산행을 떠다민 중권, 지종 친구에게 감사를 전한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등산이나 갈까하는데 TV속에서는 기온이 영하를 가르킨다고 하니 몸이 조금 움추려든다. 보통의 광교산 산행에는 500ml짜리 물병 하나 달랑들고 나서는데 오늘은 배낭에 사과 한알, 귤 4알을 넣고 귀를 덮는 모자, 아주오래된 겨울등산용장갑도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경기대 입구에서 시내버스를 내려 편의점에 들려 보리차 500ml 하나, 자유시간 2개를 챙긴다. 편의점을 나서며 광교산-청계산 종주하기엔 너무 초라한 식탁에 초라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길을 재촉한다. 나같은 촌놈이 뭐 산길 좀 걷는다고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건 아니지 않는가??????????

 

 그 유명한 반딧불이화장실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산행을 시작한다. 7시 35분 출발하였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보통날의 휴일에 붐비던 광교산이 아니라서 한가하다. 날씨는 장난이 아니다. 귀덮개 모자를 쓰고 장갑을 꺼내 낀다. 모두 구형들이지만 바람피하고, 손 따습게 나를 20여년간 보필한 보물들이다. 요즘의 삐까번쩍한 것은 아니어서 사람들 눈길에 부딪치지만 어떻랴. 형제봉에 오른 시간이 8시21분이니 보통때보다 약5~6분이 더 걸렸으나 이는 장거리 산행을 대비해 첨부터 너무 빨리 걸으면 안될거 같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 이후 종루봉, 토끼재, 시루봉을 거쳐 노루목 대피소에 잠깐 들른다. 사실 너무 추웠걸랑....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던 아주머니가 커피를 권하는데 커피를 못마시는 나는 거절하고, 다시 길을 떠나며 커피는 아니어도 따듯한 물이라도 한모금 얻어 마실걸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억새밭에 도착한게 9시27분, 출발한지 1시간52분이 지났다. 다른날은 보통 1시간 20분에서 30분정도 소요되던 코스였는데 역시 추운날씨, 노루목대피소에서의 휴식, 장거리 산행에 대한 부담이었던거 같다.

억새밭을 지나 통신대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산행이다. 통신대 옆을 비껴 백운산에 도착하니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고, 그옆에는 막걸리를 팔고 있었는데 주당이라고 자처하는 내가 그냥 지나친건 어디까지나 요즘음 속병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서부터는 나도 처녀지를 가는거기 때문에 조금 긴장된다. 등산객이 많은것도 아니고............. 물론 요즘은 등산로 표시가 잘되어 있어서 알바(길을 잃고 헤멤)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코스는 완만한 경사로 별 어려움이 없었고, 낙옆이 두툼하게 깔린 산행길은 혼자 걷기에도 매우 기분좋은 길이었다. 사~악 사~악 낙옆 밟는 소리에 취해 나홀로 산행도 행복했다.

 

다만, 지금까지도 잘 안나오던 볼펜이 수명을 다해 그나마 기초적인 기록을 남기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핸드폰의 전자다이어리를 이용해 주요 이정및 시각을 기록하고, 나머지 산행기는 그냥 이 우둔한 머리로 기억나는대로 적어 보련다. 또다른 문제는 우담산을 지나 하오고개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서울순환외곽고속도와 성남안양간 국도를 횡단하는데 있다. 결국은 약간의 알바(길을 잃고 헤멤)를 하고서야 고속도로 밑으로 난 지하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서는데 이길이 맞는길인지 아니면 나를 중도 포기하게 하는 길인지 확신이 안선채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고속도로와 국도를 가로지르는 토끼굴같은 일차선 굴이 나오고 그곳을 건너니 원터마을이란 곳이다.

 

한참전부터 생각해온 자유시간 두 개로는 점심이 부족할거 같다는 생각에 원터마을에 식당을 찿아보니 세 개의 식당이 있었는데 가까운곳의 두곳은 영업을 안하고 있어서, 좀 멀리 떨어진 식당으로 가보니 가장 싼 메뉴가 보신탕(12,000원)이었다. 등산중의 식사로는 너무 호화스럽다 싶었지만 갈길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몸보신을 하기로 하였다. 식사후 다시 갈등하기 시작하였다. 점심을 먹고나니, 나른하기도 하고, 서서히 다가오는 다리의 통증에, 국도에서는 성남-안양간 시내뻐스들이 나의 한쪽 마음을 마구 흔들고 있었고 다른 한쪽 마음은 오늘 이 코스를 놓치면 넌 다시는 할 수 없다고 하며 두 마음이 한창 전쟁을 치루고 있는데, 계속 가자는 놈의 승리로 끝나 다시 산행을 시작 할 수 있었다. 12시 50분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다. 원터마을에 있는 성당옆길로 해서 국사봉으로 올랐는데, 나중에 안일이지만 공동묘지쪽으로 해서 하오고개란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빼먹은 결과를 낳았다. 어째거나 국사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고, 가끔 만나는 등산객과 인사를 하며 적당히 통증이 오는 두 다리를 다스리며 국사봉을 거쳐 이수봉에 오른다. 이곳에는 제법 많은 등산객이 있고 막걸리를 팔고 있어, 한잔이 간절하지만 백운산에서 참았던거와 같은 이유로 눈길을 돌린다.

 

다리의 통증이 좀 더해가고 있지만 참을만하다. 아니 참아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망경대. 아마 이 종주코스중에 가장 높은곳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잠시 쉬며 나와 오늘을 같이한 두 다리도 쉬게하고, 배낭속의 사과를 꺼내 깍아 먹는다. 아니 그런데 사과맛이 원래 이렇게 좋은거였었나??? 이제 쉬기도 하고 영양분 섭취도 끝났으니 매봉을 향해 가보자구나. 가는 중에는 서울대공원도 보이고, 서울대공원에 무료입장을 막기위한 철조망도 쳐져있고 그렇드라고.... 하여간 인내심의 한계가 다가옴을 느끼며 도착한곳이 매봉이다.

이곳부터는 부자구청인 서초구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시설관리가 잘되어 있는편이다. 관망대에서는 과천 경마장은 물론이고, 멀리 남산이나 북한산이 스모그 속에서 대강의 형체를 나타내며 나를 반겨주고 있다. 매봉을 떠나 매바위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매바위 주위를 돌고 있는게 아닌가. 옆에는 매바위를 돌며 청계산 정기를 받고 소원성취하라는 표지판도 보이길래 나도 사람들을 따라 두바퀴를 돌아본다. 한바퀴는 부모님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사시고, 또 한 바퀴는 며칠뒤 임고시험을 앞둔 울딸 좋은 결과가 있으라고......... 그런데 한바퀴 더 안돈게 후회가 된다. 내 하는일 모두 잘되길 비는일을 잊어버렸으니...... 너무 했나???

부자구청이 다 좋은건만은 아닌거 같다. 경사지에 빗물에 패여나가는 것을 막고, 등산에 편하라고 인공적인 계단으로 싸발라 놓았는데 내겐 자연스런 경사로만 못하니 말이다. 하여튼 원터골 삼거리에서 다시 한번 망서린다. 마음 한쪽에선 빠른길인 원터로 내려가라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렇게 하면 정상적인 종주가 아니라며 싸우길 한참만에 옥녀봉을 거쳐, 화물터미널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정말 힘든다. 자꾸 방향표지판에 화물터미널 몇미터에 몇분 남았다는 글귀만 보인다. 이런때 누구라도 같이 왔으면 서로 의지를 하며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여간 통증으로 가득찬 두 다리가 그래도 많이 도와 포기하지 않고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6시54분,대략 26Km의 산행이 알바와 화려한 점심시간까지를 포함해 9시간24분만에 끝난것이다. 간신히 끝내기는 했지만 광교-청계 종주를 해냈다는 뿌듯함에 조금은 힘이 난다.

이제 이 종주코스를 다음번에 시간 단축이라는 목표를 갖어볼까한다. 비록 친구들처럼 마라톤에 입문할 용기는 없지만, 촌놈이 해봤고, 할 수 있는 두발로 걷기야 조금만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현재 34인치인 허리도 32인치로 줄일수 있다는 소박한 꿈도 이루어 지겠지????

 

(댓글들)

 

이분재

건강을 위해 열심히 산에 오르는 윤희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네. 2-3시간이면 좋겠는데. 07.11.19 16:07
그래,분재야 우리 등산모임도 갖어보자 . 서울근교 에 있는 산행 어때..... 07.11.20 07:48

혼자 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닌데 ,아무튼 여기서도 축하하며 박수를 보낼께( 초딩까페에 올렸지만) 07.11.19 16:42

음~~~ 사연이 길군~~!!...ㅎㅎㅎ 07.11.20 10:34

글 쓰는 재주는 여전하구나...윤희는 아직 젊은 애들이니 무리는 아니였겠지, 07.11.20 16:02
정말 대단한일을 해낸 친구에게 박수를 보내며, 사람의 능력은 마음먹기 달려있음을 알게했네, 초딩친구 소풍때 한얘기를 그렇게 빨리 해낼줄이야, 두바퀴 안돌았어도 그 정성, 혼자해낸 26킬로의 산행은 아무나 할수없는 코스이기에 모든 일이 형통할줄로 믿네.......친구야 정말 축하해.... 07.11.19 16:36

광교산은 몇번 가봤지만 종주는 못했다오.산행은 즐기나 종주를한 기록도 없고, i 창피해 ~ ㅎㅎ ㅎ 다리통증으로 약 26Km 를 9시간 24분에 마쳤다는것 아무나하는 것은 아닌것으로 보이고 건강을 다지겠다는 집념 높이사고싶네. 친구야 축 하하~ 07.11.2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