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광교산과의 데이트(그 두번째 이야기)

맨발나그네 2009. 6. 26. 17:17

광교산과의 데이트(그 두 번째 이야기)

● 산행일시 : 2007년 12월 16일 (日) 06:31~ 09:00 (소요시간 2시간 30분)

● 산행코스 : 경기대(06:31) - 형제봉(440m,07:19) - 양지재 - 종루봉(07:52)

                                          (3.5Km)                   (4.1Km)   (4.9Km)

- 토끼재 - 시루봉(582m,08:16) - 노루목대피소 - 억새밭(08:30) -

  (5.1Km) (6.0Km)                      (6.5Km)            (7.2Km)

절터(08:37) - 사방댐(08:54) - 상광교 버스정류장(09:00)

(7.6Km)        (9.4Km)            (9.9Km)

 

  오늘도 일찍 집을 나선다. 오늘은 며칠뒤에 닥아오는 어머니의 86번째 생신날이라 가족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으므로 좀 서두르기로 했다. 그리고 코스도 좀 짧게 잡았다. 사람들이 광교산 산행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기대-형제봉-종루봉-시루봉-억새밭-절터-상광교 버스정류장 코스이다.

 

  6시31분 경기대 정문앞을 시작으로 광교산과의 데이트가 시작된다. 아직 어둡다. 헤드렌턴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나마 날씨가 별로 춥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오늘은 코스도 짧게 계획했으므로 발걸음을 빨리한다. 대부분 두서너명이 팀을 이룬 등산객을 서너팀 뒤로 따 돌리며 10여분을 걸었을 즈음 대여섯명의 등산객이 하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녀 혼성팀인걸로 보아 부부들인거 같은데 도대체 저들은 몇시에 집을 나섰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발한지 50여분만에 형제봉에 입성. 아직은 어슴프레한 안개속으로 여명의 붉은 기운이 내애인 광교산은 물론이요, 주변의 많은 능선들의 속살을 수줍게 내보인다. 정말 장관이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이다. 이쁘다. 수증기 자욱한 목간통을 나신으로 빠져나와 그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여인네처럼, 아니 내 어렸을적 부엌에서 큰 함지박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하시던 어머니의 등짝을 밀어 드릴때의 감촉처럼, 아니 그어머니의 앞가슴을 슬쩍 슬쩍 훔쳐보던 십여살 소년의 마음 설레임처럼 광교산의 새벽이 내게 닥아온다. 이런 즐거움이 내애인 광교산을 자주 찿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 형제봉에서의 일출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오래동안 쉬게 되면 땀에 젖은 옷 때문에 곤란할거 같아 길을 재촉한다. 그리곤 형제봉에서 양지재로 향하는 계곡안에서 있을때 해가 떠오르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을 해본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일 뿐, 7시 41분경 종루봉을 향하는 7부 능선에서 떠오르는 햇님을 맞는다. 장관이다.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속에 만천하를 발아래 두고서 서서히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이다.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다시 안성 칠장산에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갈라지고, 그 칠장산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한남정맥의 많은 봉우리와 능선들이 저 태양아래 무릅을 꿇고 태양을 맞이한다.

 

  종루봉을 거쳐 토끼재를 지나 시루봉에 도착이다. 오늘은 안개가 많이 끼어서인지, 아니면 스모그 때문인지, 백운산, 청계산, 관악산이 그 고운 자태를 숨기고 어슴프레하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좀 안탑깝지만 어쩌랴, 그냥 내애인과의 데이트에만 충실하련다. 바람난 불량남편처럼 매번 딴 산들에게 눈길을 주면 되겠는가???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억새도 없는 억새밭을 지나 절터로 향한다. 이 길은 옛날에는 애용하던 길이었는데, 요즘 좀 더 긴 코스로 산행을 하다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가본다. 절터에 들려 약수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사방댐을 거쳐 상광교 버스정류장에 도착이다. 시간이 9시인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고, 난 오댕 한꼬치와 힌떡가래 하나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집으로 향한다. 내애인 광교산아!! 오늘은 너와 오랜시간 같이하지 못해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