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광교산-청계산 두번째 종주하기

맨발나그네 2009. 6. 26. 17:18

광교산 - 청계산 두번째 종주하기

 

● 산행일시 : 2007년 12월 19일 (日) 09:41~ 18:30 (소요시간 8시간 50분)

● 산행코스(코스중의 봉우리 높이, 소요시간, 구간별거리) :

경기대(09:41) - 형제봉(440m,10:28, 3.5km) - 종루봉(11:00, 1.4km/4.9km) - 시루봉(582m,11:19, 1.1km/6.0km) - 백운산(563m,11:58, 3.1km/9.1km) - 고분재(12:29, 1.7km/10.8km) - 바라산(428m,12:42, 0.8km/11.6km) - 우담산(425m,13:26, 1.5km/13.1km) - 하오고개(14:10, 2.4km/15.5km) - 국사봉(542m,14:50, 1.6km/17.1km) - 이수봉(545m,15:33, 1.5km/18.6km) - 청계산 망경대(616m,16:05, 1km/19.6km) - 매봉(582m,16:36, 1.6km/21.2km) - 옥녀봉(376m,17:20, 2.3km/23.5km) - 양재동 화물터미널(18:30, 2.5km/26.0km) (총26.0Km)

 

  오늘은 대통령선거일이다. 원래 초딩동창들 카페에서 내가 쓴 몇편의 산행기를 본 후 동창들이 벙개산행을 했으면 해서 며칠전 벙개산행을 제안했는데, 너무 갑작스런 제안이어서 그런지 모두들 선약이 있어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선거를 끝내고 좀 늦은 시간에 오늘도 홀로 집을 나선다. 늦은 출발이어서 오늘 산행은 경기대-형제봉-종루봉-시루봉-백운산-바라산-우담산-하오고개 코스로 생각하고 나선 길이었다. 이 코스는 광교산-청계산 종주의 약 절반에 해당하므로 약 4~5시간이면 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 놈의 발걸음은 하오고개에서 아직 체력이 소진된거 같지 않고, 날씨도 따듯한게 봄날씨 같으니 더 가보자는 악마의 꾐에 넘어가고 말았으니..... 하긴 지난 11월 20일 이 종주 코스를 걸었으니 꼭 한달만에 다시 걸어 보는 것이다.

 

  여기에 산행기를 올리기 시작한 후 내겐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등산에서 코스안에 있는 봉우리들을 꼭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각각의 봉우리 옆으로 난 우회 등산로를 이용하곤 했는데 말이다. 오늘도 광교산의 봉우리들인 형제봉, 종루봉, 시루봉의 정상들을 전부 들리며 백운산에 도착했다. 시간은 11시 58분. 배낭안에는 오늘도 먹을거라곤 귤 4개, 자유시간 1개, 그리고 식수가 약간 있을 뿐이라, 그곳 간이 매점( 불법 매점이긴 하지만...)에서 고추장에 찍은 홍당무 조각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다, 캬~~~ 정말 맛있다.

 

  지난번 종주길에서 우담산에서 고속도로 통과지점까지의 코스는 낙옆이 수북히 쌓여있어 그 낙옆을 밟고 걷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구간 구간 약간의 잔설이 덮여있기도 하고, 낙옆이 으스러져 젖은길에 쳐박혀있기도 해서 그때의 그 맛을 볼 수가 없어 아쉽다. 산행중 오르막은 대체로 남향이어서 길이 괜찮은 편인데 내리막길은 북향이어서 어김없이 얼어 있지만,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 하는 것이 귀찮을거 같아 그냥 아이젠 없이 걷는다. 남들은 모두들 스틱까지 짚고 다니누만, 또 무릅 통증을 많이 완화 시켜 준다고 하니 조만간 스틱도 하나 준비해야 할까보다.

 

  지난번에는 안양-성남간 국도를 통과하는데 한참을 내려가 고속도로, 국도 밑으로 난 토끼굴을 이용하였는데 이길이 약 2Km 정도를 우회하는 길이어서 이번에 국도를 통과하여 하오고개로 오르는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오늘은 마침 국도에 차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으나 차량이 많은 날은 좀 위험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만, 어쩌랴 30분 정도 시간단축이 되니... 슬슬 배가 고파오지만, 지난번 산행에서 국사봉에서 막걸리 파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곳까지 열심히 올랐는데, 간이 매점은 보이는데 주인이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이수봉으로 다시 바삐 향한다. 그 곳에 또 간이 매점이 있으니까. 이수봉 간이 매점에서 호빵 2개와 막걸리 2잔으로 늦은 점심을 때운다. 사실 산에서의 여러 가지 먹는 재미도 재미라면 재미인데, 항상 준비성 없는 나 때문에 입이 고생을 한다.

 

  청계산 망경대에선 두분의 등산객이 커피를 끓여 먹다가 나를 보곤 한잔을 권한다. 원래 커피는 거의 안마시는데 어쩐지 오늘 같은날은 한 잔 마셔도 될 것같아 맛있게 한잔을 마셨다. 내가 경기대부터 오고 있는 중이라니까 두분 모두 부러워한다. 덕분에 밤에 잠이 안와 거의 새벽녘까지 재미도 없는 선거방송을 시청했다. 매봉에서는 수원에서 오신 분인데 청계사에서 올라와 양재동 화물터미널까지 가시는 분과 동행을 하게되었다. 그 분은 광교산-청계산 종주를 2회로 나누어 오늘은 이수봉-양재동 화물터미널 코스를 하고 있으신데 길을 잘 모른다고 하시길래 동행을 자청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길을 재촉한다. 그러다 옥녀봉을 향해야 하는데 앞 사람만 보고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 10여분간의 알바를 하게 되고, 날씨가 어두워져 옥녀봉에서 헤드렌턴을 챙긴다. 해드랜턴을 키고 한참을 내려오다가 동행인 분이 핸드폰 통화를 하며 걷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나고 말았다. 콧잔등이 깨지고, 코피도 줄줄 흐르고.... 더군다나 요즈음 고지혈증 때문에 피를 묽게하는 약을 먹고 있어 피도 잘 안 멎는다. 이리 저리 응급처치를 하고 천천히 내려오다보니 지난번 매봉-옥녀봉-양재 화물터미널 코스를 1시간 24분 걸려 내려왔는데 오늘은 1시간 54분이나 걸려 내려왔다. 시내뻐스를 세 번 갈아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8시쯤이고, 이미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은 결정되어 있었다.

 

  광교산-청계산을 등산하며, 이 코스를 내 인생과 비교해 본다. 이 코스에도 올라가는 길도 있고 내려가는 길도 있고, 이것이 반복되기도 한다. 내 인생도 오르내림을 계속하여 현재에 와있다. 내 인생의 시루봉은 언제쯤이었으며, 내 인생은 어디쯤일까, 국사봉을 오르기 전 하오고개일까? 아님 청계산 망경대를 오르기전 능선일까? 망경대같은 정상이 남아 있기는 한 건가? 그것도 아님 이제 옥녀봉을 지나 그냥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건가? 아무려면 어떻랴? 옥녀봉을 지나서의 내리막길도 조금씩이지만 작은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에 만족하며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이승과의 하직)을 향해 가고 있는 길이 그저 즐거웠으면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