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두번 오른 성인봉

맨발나그네 2009. 6. 26. 17:21

두 번 오른 성인봉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난 울릉도여행

  그동안 내가 아는 울릉도는 오징어가 유명하고 호박엿이 있고 ‘울렁울렁대는 가슴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하고 시작되는 울릉도트위스트가 고작이었던거 같다. 청마 유치환시인의 ‘울릉도’란 시가 있다고는 하는데 들어보거나 읽어본적도 없다. 그래도 그곳에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동경을 해왔던것도 사실일게다. 어디 울릉도 뿐이랴. 홍도나 흑산도가 그렇고, 백두산과 금강산이 그럴게다. 아니 아직도 가봐야할 우리의 산하가 무지 무지 많을것이다. 그 울릉도와 독도를 가자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 여행은 여러 가지면에서 쉽지않은 코스이다. 가는데 7~8시간, 오는데 7~8시간이 걸리는 만만치않은 거리에다, 풍랑이라도 만날나치면 배가 출항할수 없어 입도도 안되고, 섬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마침 한모임에서 울릉도 독도를 다녀오기로해서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따라 나섰다. 2008년 8월 22일(금요일)부터 8월 24일(일요일)까지 2박3일 일정이 계획이었다. 오래간만에 나서보는 아주 귀한 여행이니, 약간의 설레임과 흥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거기다 일본놈들이 자꾸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는 독도탐방까지 일정에 들어있었으니 말이다.

  22일 새벽 5시 수원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강원도 묵호항에 9시에 도착을 했고, 예정대로 오전 10시 우리가 탄 여객선 한겨레호는 묵호항을 출발하여 울릉도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 일행중 일부는 배멀미로 초죽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도 걱정이 되어 배멀미약을 먹었었는데 그럭저럭 참을만 하여 TV로 올림픽야구를 관전하는 호사도 누렸다. 13시에 도동항에 도착했으니 제시간에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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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동항-퍼온사진임)

  여행사에서 지정해준 여관에 짐을 풀고 생선류와 나물류가 주 반찬인 점심을 먹었는데 반찬이 제법 먹을만 하였다. 이집에서 풍랑으로 배가 못뜨는 바람에 3박4일간 총 10여끼니나 먹었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는 거의 매일 비슷비슷한 메뉴에 질릴거 같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특히 여러 가지 나물중에서 삼나물 무침과 더덕무침이 일품이었다. 또다른 먹거리로는 따개비밥과 홍합밥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이중 홍합밥이라는 것을 먹어봤는데 유명세치고는 그렇고 그런거 같다. 오징어는 울릉도 대표적 어종인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계속 좋지않아 첫날을 제외하곤 오징어회를 맛보지 못하다가 간신히 돌아오는날 도동항에 서서 오징어회를 조금 맛본것이 전부랄까......... 이외에도 섬바디(일명 돼지풀)을 먹여 키운 약소(울릉한우)구이가 있다는데 단체관광인 관계로 맛볼수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육상관광

  울릉도를 관광하는데는 보통 관광버스나 택시 혹은 렌트카를 이용하여 일주도로를 따라 울릉도의 비경을 찿아보는 육상관광이 있는데 우리팀은 첫날 오후를 이 육상관광으로 보냈다. 35인승(울릉도에서 2대밖에 없는 가장 큰차라 함) 관광버스를 타고 거북바위, 성하신당, 황토굴, 공암(코끼리바위), 송곳봉, 나리분지를 돌며 운전기사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설명도 들어가며, 우스갯소리도 들어가며 울릉도의 비경에 맘껏 빠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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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에서)

 

  둘째날 오전에는 저동에서 1.6KM에 있는 성인봉 허리에서 용출하는 3단폭포인 봉래폭포에 가는길에 천연에어컨이라는 풍혈을 보고 삼림욕도 하며 느긋함을 즐겼다. 호박막걸리도 한잔 걸치면서....

이날 오후에는 보통은 자투리관광이라고 하는 도동의 약수공원에서 약수도 마시고, 케이블카를를 타고, 맑은날이면 오대산이나 독도가 육안으로 보인다는 317M의 망향봉 전망대에 오르는 스케줄이었는데 내일이면 떠나야 하므로 난 일행중에 따로 빠져 성인봉을 오르기로 마음먹고, 일행중 동행할 분을 찿으니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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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폭포에서)

 

  처음오른 성인봉

  동행이 없으니 혼자 성인봉에 도전한다. 우선 도동항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서 안내를 부탁하자 KBS중계소로 해서 오르란다. 나중에 알고보니 KBS중계소까지는 택시를 타고가면 편하다는걸 나는 도동항으로부터 걷기 시작한다. 머리가 모자라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던가... 그렇게 시작한 산행은 약 1시간이 지나서부터 작은 빗발이 시작된다. 원래 맑은날이 1년 365일중 약 50여일밖에 안된다는 성인봉이다 보니 오늘이라고 예외랴. 해서 대충 비설겆이(호주머니안의 물건들을 비닐봉지에 넣어 배낭안으로 넣는것)를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날씨가 좋아야 이곳저곳 눈을 돌리며 산행을 하겠건만, 폭우는 아닐지라도 비가 내리고 있으니 그냥 열심히 걸을 수밖에... 그래서 도착한 성인봉, 오후1시에 도동항을 출발했으니 출발한지 2시간만에 성인봉(聖人峰 :987M)정상에 섰다. 이 성인봉 등산이야말로 해발 0M에서 시작하는 몇안되는 등산코스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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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 표지석-퍼온사진인데 이렇게 날씨 좋은날 다시 한번 오를수 있을까?)

 

  하여튼 성인봉에 오른 나는 카메라를 안가지고 온관계로 어설프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한 장 박고는 다시 하산을 해야하는데, 원래 목표는 나리분지로 해서 천부로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비도오고, 나지분지-천부, 천부-도동항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차편이 어떨지 몰라 그냥 올라온길을 이용하여 도동항으로 내려가기로 맘을 먹고 길을 나선다. 내려오는 길에는 강원도 양구에서 오신 의용소방대원 다섯분과 동행을 이뤄 내려오다가 팔각정에서 비를 피하며, 그분들이 준비한 소주, 맥주를 섞어 소맥한잔을 하니 신선이 따로 있을손가. 이렇게해서 도동항-KBS중계소-팔각정-성인봉-팔각정-대원사-도동항(왕복 약 10km)를 휴식시간 포함 4시간 30분만의 쾌거라면 쾌거리라. 해수탕에 몸을 담그고 오늘의 산행을 음미해본다.

 

  연속 두 번 성인봉등반의 대기록을 남기다

   성인봉등반을 마치고 숙소로 오니 일행들이 수심에 가득차있다. 내일 풍랑관계로 아마도 여객선이 뜰수 없다는거다. 이런 낭패가 있나. 월요일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어디 나뿐이랴. 가본다는 독도관광은 고사하고 우선 이 울릉도에서 며칠을 묵게 될런지 오직 하늘만 알뿐이니말이다. 그래도 내심으로는 이왕지사 이렇게된거, 내일 숙소에서 고스톱으로 세월을 보내느니, 차라리 한번더 성인봉에 오르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8월 24일(일요일) 아침식사를 하며 다시한번 성인봉등산을 제안해보지만 다들 시큰둥하다. 그래도 같이간 일행중에 있던 후배가 따라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게 탈이었다, 이 후배가 전날저녁 울릉도에서 사귀 울룽도 분과 과음을 해서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출발을 도동항-대원사로 잡았는데 대원사 입구 등산로 표시판부터 보통 경사가 아니다. 조금가다 쉬고 조금가다 쉬고,,,,,,, 토하고,,,,,,, 또 토하고....... 급기야 성인봉을 3km정도 남겨두고 내려가잖다. 이런 낭패가...... 충분히 쉬며 쉬엄쉬엄 가자고 꼬시고, 성인봉까지 얼마 안남았다고 꼬시고...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올랐는데 어제보다 1시간 반이 더 걸려 3시간 반만에 성인봉에 올랐다. 또한 오늘도 비는 안오지만, 안개로 사방이 덮혀 시야가 막혀있어 망망대해를 볼수없다니 내 복이 여기까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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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봉에서)

 

  성인봉에서 디카로 사진도 한방 박고, 가지고 온 소주와 맥주를 소맥으로 만들어 한잔하고 있는데, 여자분 세분이 올라왔다. 울산인가 포항인가에서 사신다는 분들인데 28살먹은 대학원생과 내또래의 그 어머니, 그리고 그어머니의 친구분 이었는데 내 후배는 어제의 후유증으로 술을 못먹고 있으므로 가져온 소맥을 대접해드렸더니 사과도 깍아 내놓으시고 옥수수 찐것도 주시고 한다. 역시 산에서의 인심은 무지 후하다. 조금 정신을 차린 후배와 동행이 된 세분과 하산길을 재촉한다. 어제 생각만 했던 나리분지로의 하산이다.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로 향하는 길은 무척 경사가 심한데, 울릉군에서 나무계단을 아주 잘해 놓아서 어려움이 없이 내려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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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나무계단)

 

  특히 신령수가 있는 곳부터 나리분지까지의 3.4km 코스는 환상이다. 아주 평탄하며 무더운 팔월의 하늘을 태고의 원시림이 녹색터널로 가려준다. 원시림자체가 천연기념물 189호로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마가목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며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길을 아까의 두 모녀는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히 걷고 있다. 서울로 유학을 가 있는 딸과 어머니의 대화내용을 듣지는 못했지만, 부러운 모습이다. 거기다 그딸은 이곳 천부가 할아버지,할머니댁인데 아주 어렸을적에 와보곤 첨이라니 더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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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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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을 걷다)

 

  성인봉을 떠난지 약 2시간만에 도착한 나리분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마침 찿아들은 식당이 동행한 아까 그 딸의 아버지의 친구분댁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시킨 음식외에 어제 그제 이틀에 걸쳐 맛있게 먹은 삼나물무침을 서비스로 내 주셔서 정말 섬마을 정을 느끼며 소주한잔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감자전을 부치기 위한 재료준비를 하는것을 보았는데 나는 감자전 하면 그냥 감자를 맷돌에 갈아서 전을 부치면 되는줄 알았는데 그 준비과정이 꽤나 복잡하고 시간이 걸림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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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재료를 만들고 계신 식당 사장님과 일하시는 분들)

 

  울릉도는 동해 바닷 속에서 솟아난 거대한 두 번의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섬이란다. 첫 번째 성인봉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것이 나리분지고, 두번째가 중앙 화구구(火口丘)인 알봉(卵峰:538m)이 있고, 지붕을 나무로 한 너와집, 지붕을 억새로 한 투막집등이 있는데 그저께 이곳에 들렸을때는 비가 많이 내려서 그냥 음식점에 들려 씨껍대기술만 먹고 갔던 곳인데 오늘은 천천히 음미하며 마을을 한바퀴 돌 수 있었다. 울릉도에서 오직 한곳의 평지인 이곳을 나리분지라 한것은 개척 당시 개척민들이 겨울을 지내며 식량이 바닥이나서 눈을 헤치고 돋아나는 나리나 그뿌리로 5-6월까지 연명하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천천히 울릉도의 산하를 음미하며 야영장을 지나 송곳봉이 있는 추산으로 내려왔다. 야영장-추산간은 도로가 모두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래서 추산에 도착한 시간이 16시. 도동항-대원사-팔각정-성인봉-나리분지-추산에 이르는 총13km를 8시간에 걸쳐 천천히 음미한 산행이었다. 일행이 되어 같이 동행을 해주신 분들이 삼선암, 관음도, 죽도를 볼수 있는 내수전 전망대를 가볼것을 권하는데 피곤하여 도저히 더는 갈수 없어 그분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노선버스를 타고 졸며 숙소인 도동항에 도착하여 다시 해수탕에 몸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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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산=추산을 설명한 안내판)

 

해상관광

오늘은 출항이 가능하단다. 드디어 이 울릉도에서 탈출하는 날이다. 그래서 독도를 못간 아쉬움을 달래며 약 1시간 반에 걸쳐 유람선을 타고 섬을 일주하는 관광에 나선다. 이곳저곳 울릉도내의 비경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풍랑 때문에 굳게 닫쳤던 산책로도 걸어보고, 오징어배도 아침에 항구에 도착해 그동안 못먹어보던 오징어회도 먹어보고, 오후 1시 드디어 도동항을 떠나 육지로의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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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동항 주변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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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관광중인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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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관광중 유람선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