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광교산과의 데이트(그 첫번째 이야기)

맨발나그네 2009. 6. 26. 17:16

광교산과의 데이트

● 산행일시 : 2007년 12월 9일 (日) 06:57~ 11:09 (소요시간 4시간 12분)

● 산행코스 : 경기대(06:57) - 형제봉(440m,07:47) - 양지재 - 비로봉(08:28)

                                          (3.5Km)                               (4.9Km)

- 토끼재(08:32) - 시루봉(582m,08:50) - 노루목대피소 - 억새밭(09:21) -

  (5.1Km)            (6.0Km)                     (6.5Km)           (7.2Km)

통신대(09:39) - 통신대헬기장(09:54) - 광교헬기장(10:19) - 지지대고개(11:09)

(8.0Km)            (9.0Km)                      (10.4Km)                (13Km)

 

오래간만의 산행이다. 자주가야한다고 마음을 먹지만 마음대로 시간과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지난번 광교산-청계산을 종주한지 3주만의 산행이다. 매번 광교산 가지고 울거먹는다는 핀잔을 들을런지 모르지만, 어쩌랴? 이 광교산조차도 2-3주에 한번 찿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오늘은 내애인 광교산에 대해서도 자랑 좀 할련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산자락을 넓게 벌리고 수원시를 북에서 싸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산이다. 산 능선이 매우 완만하면서도 사방으로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찿는 곳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광교적설이라 하여 겨울철 눈이 내려 나무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치를 일컫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지금의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전한다. 능선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이 가능하여 이것이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여러 산행코스가 있으나 오늘 광교산과의 데이트코스는 위에 소개된 산행코스로 하련다.

 

 아침 6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장안문을 지날즈음, 각종 산악회가 등산을 가기위해 모여있는 버스들이 약 20여대는 됨직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이 추위에도 전국의 명산을 찿기 위해 저리도 애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내버스는 벌써 경기대 앞임을 알린다. 그래 이렇게 가까운 곳에 내애인 광교산이 있는데, 또다른 산을 탐하면 무엇하리............. 하긴 요즈음은 국내산도 모자라 히말라야나 중국등지로 산행을 한다지.

 

 각설하고 6시 57분 경기대 정문앞을 출발하여 광교산과의 데이트를 시작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산행길이 어슴푸레하게 보이지만 걸을만은 하다. 앞으로 좀 더 이른 시간에 나올때는 헤드랜턴이라도 준비해야 할까보다. 날씨도 좀 차가웠지만 약 10여분 빠른걸음으로 산행을 하였더니 추위는 날라가 버렸다. 7시가 좀 지나기 시작하자 여명이 강하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안개속에 나타나는 여명기의 햇님은 항상 방가운 존재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재주도 가졌다. 드디어 형제봉에 입성. 언제보아도 정다운 형제들이다. 그러나 난 가끔은 형님산은 들리지만 아우산에는 발걸음을 해본적이 없다. 아우산은 코스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형님산도 마찬가지로 보통의 산행에서는 우회로를 이용하게된다. 항상 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겨울산행인데다, 이른아침이어서 형제봉 봉우리에는 몇 명의 등산객만 보일뿐이어서 나도 바위에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형제봉 봉우리에 올라본다.

 

 형제봉에서 아침 여명기의 주변을 감상하고 다시 데이트에 나서는데, 양지재로 내려가는 길이 며칠전 온눈에 의해 빙판길이 되어 있었다. 또 나의 준비없음을 탓하며 조심조심 내려가며, 집에가면 아이젠과 스페츠를 꼭 배낭에 챙겨두련다. 내 아이젠과 스페츠는 약 20여년 된 것들이어서 착용하고 벗는데 좀 불편한데 요즘 최신형 아이젠은 무척 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들 어떠하랴 좀 불편함을 감수하면 앞으로 20여년은 더 쓸 수 있을것 같은데 말이다.

 8시 28분 비로봉에 올랐다. 이제 햇살도 퍼져, 수원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다시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하며 토끼재로 향하였다. 보통 광교산과의 2시간 데이트시에는 이 토끼재에서 사방댐을 거쳐 상광교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2시간반의 데이트시에는 시루봉을 거쳐 억새밭을 거쳐 상광교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어떤 코스를 밟던 내애인 광교산은 투정을 부리지도 않고, 언제나 즐거워하며 나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하긴 광교산이 갖고있는 애인이 어디 나 뿐일까 만..........

 

 8시50분 시루봉에 오른다. 582m로 광교산 봉우리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친구들끼리 산에 오른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이 여러명 있었다. 이 이른시간에 같이 산에 오를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좋아 관악산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3주전 종주를 한 백운산과 청계산의 국사봉, 이수봉, 망경대가 아주 가깝고 선명하게 내 앞에 자태를 뽑낸다. 지난번 산행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리고 앞으로 자주 애용해 달라며........ 내 애인 광교산이 옆에서 시샘의 눈길을 보내오지만, 내마음은 길거리를 지나다 애인 몰래 딴 여인의 각선미라도 훔쳐본듯 흥분된다.

 

 9시21분 억새밭이다. 경기대를 출발한지 2시간 24분이 걸렸는데, 이는 평소때보다 약 30여분이나 오버를 했다. 빙판길을 조심해서 걷고, 형제봉정상, 비로봉정상, 시루봉 정상을 두루 거친데다가, 또 시루봉에서는 애인 몰래 딴 여인에게 오랜시간 눈길을 준게 주된 원인인거 같다............ㅎ ㅎ ㅎ

 매번 이 억새밭을 지나면서 의문인것은 억새라고는 몇포기 밖에 없는데 왜 억새밭일까 하는거지만, 이건 나만의 의문이 아니고 가끔은 이곳에서 쉬고 있노라면 다른 사람들도 억새도 없는데 억새밭이냐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9시 39분 통신대. 이곳에서 광교-청계를 종주하려면 우측으로 통신대 담을 따라 가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좌측담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나야 뭐 오늘은 지지대 고개가 목표이니 당연히 좌측으로 GO다.

 

 9시 54분 통신대 헬기장이다. 이곳은 봄,여름, 가을이면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동호인들로 넘쳐나는 곳인데 오늘은 계절탓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보이질 않고 대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앙증맞은 눈사람 사형제가 나를 반긴다. 이곳에는 수원시와 의왕시의 시계임을 알리는 표지도 보인다.

 

 10시 19분 광교헬기장. 내애인 광교산이 한눈에 조망된다. 저기 형제봉, 비로봉, 시루봉등이 겨울 아침햇살을 받으며 자태를 뽑낸다. 마치 젊었을적 고운 울 어머니의 모습으로 아늑하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낸다. 그래 내 애인 광교산아! 내 비록 너에게 대놓고 고백을 하진 못했지만, 난 너를 언제나 사랑한단다. 지난 30여년간 사랑해 왔던것처럼 앞으로도 늘 너를 사랑하련다.

 

 광교 헬기장에서 잠시 사과도 먹고 초코렛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얼마남지 않은 내애인과의 데이트에 나선다. 정말 이곳부터 지지대고개 까지는 산행이 아닌 산책코스라고나 할까. 물론 범봉에 이은 산마루까지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기는 하지만 적당히 섞여있는 소나무들의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로 권하고 싶다. 하긴 이길도 그렇고 광교헬기장에서 한일타운으로 내려가는 길도 그렇고 다른 날은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을 해야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제 지지대 고개. 약 13Km를 약 4시간 12분에 걸쳐 내애인 광교산과 같이했다.

평소보다 약 30-40분간이 더 걸린 데이트 였다. 항상 광교산과 같이한 시간이 즐거웠지만, 오늘은 특히 추운날씨 때문에 갈까 말까를 망설이나 나선 길인데다가 빙판길을 더듬더듬 걸어 더 애틋하다. 내애인 광교산아! 다음에 또 보자꾸나! 머지않은 장래에............ 그때 또 많이 많이 사랑해 줄게. 나 없는 동안 더 많은 애인들에게도 잘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