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임진(壬辰)년 무진(戊辰)일 비룡상천봉을 걷다

맨발나그네 2012. 1. 10. 14:48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의 봄) ( http://blog.daum.net/yooyh54/288 )

 

임진(壬辰)년 무진(戊辰)일 비룡상천봉을 걷다

 

● 산 행 지 : 비룡상천봉(445m, 전라북도 부안군)-쇠뿔바위봉(475m, 전라북도 부안군)

● 산행일시 : 2012년 1월 8일 (일) 

● 누 구 랑 : 수원산정산악회

● 산행코스 : 우슬재-비룡상천봉-와우봉-쇠뿔바위봉-지장봉-새재-투구봉-사두봉-청림리

● 사진은 ? : 수원산정산악회 회원 여러분

 

 

 

 

 

 

오늘이 임진(壬辰)년 무진(戊辰)일이다.

용의 해 첫 용날 비룡상천봉(飛龍上天峰)을 올해 첫 산행지로 삼아 길을 떠난다.

지난주 일요일인 1월 1일에는 조강지처인 광교산과의 의무방어전(?)으로 하루를 보냈으니 실질적으로 올해의 첫 여인(山)과의 운우지정을 비룡상천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山)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비룡상천봉은 재작년 5월 그녀의 품에 안겨 보았으니 꽃잠자리는 아니다.

그녀와의 꽃잠자리는 특별했었다.

바위가 많아 아름답지만 깐깐한 여인(山), 거기다 이슬비와 안개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속내를 감추고 있어 더 몸을 달구게 하여서 더 황홀했던 여인(山)으로 기억하고 있다.

팜므파탈( http://blog.daum.net/yooyh54/309)을 뒤로 감춘채 5월의 싱그러운 연두빛 정장을 입고 내 귓가에 향기로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속살거리는 그녀의 눈빛에 난 사랑의 포로가 되기에 충분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움 속에서도 아슬아슬한 바위봉들이 솟구쳐 다른 여인(山)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선사한 그런 여인(山)이었다.

그날 이후 한참이 지났건만,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마음이 항상 내 마음에 아로새겨져 나로 하여금 잊지 못하게 하고 그리워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용의 해, 첫 용날, 그녀 비룡상천봉과의 운우지정을 나눌 수 있다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따라 나선 길이다.

 

 

 

 

 

 

비룡상천봉(飛龍上天峰).

예사롭지 않은 산이름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예로부터 봄을 상징하고 비를 관장하여 부귀와 풍요를 의미하는 길조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어 왔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에 비해 용이 산이름 속에 유난히 많기는 하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 중 100m가 넘는 산으로 가치가 있는 산은 4440개라고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중 용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산은 총 110개에 달한다고 한다.

용과 관련된 산이름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전국에 15개가 있는 용두산(龍頭山)이고 그다음이 그냥 용산(龍山)이다.

강원 평창군, 경남 김해, 하동, 경산, 칠곡, 포항 오천읍, 포항 기계면, 청하면, 대구, 달성군, 공주, 예산등 전국에 13개의 용산(龍山)이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산청, 강진, 고흥, 정읍, 영동에는 용두봉(龍頭峰)이 있으며, 춘천, 통영, 함안, 군산 옥산면, 군산 회현면, 익산등에는 용화산(龍華山)이 있다.

이뿐아니라 비룡산(飛龍山), 청룡산(靑龍山),용문산(龍門山), 용암산(龍岩山), 팔룡산(八龍山), 관용산(觀龍山), 반용산(盤龍山), 용덕산(龍德山), 용등산(龍登山), 용무령(龍舞嶺), 용암봉(龍岩峰) .......

사족을 달자면, 우리나라에는 총 150만여 개의 지명이 있으며 그중 1261개가 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용과 관련이 있는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1040개, 산 명칭이 110개, 폭포 명칭이 24개, 바위 명칭이 24개의 순이라 한다.

유래별로 보면 용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있는가 하면, 용이 승천하거나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는 동작묘사 등의 유래를 가진 이름도 있다.

그중 오늘 운우지정을 나눌 비룡상천봉(飛龍上天峰)은 풍수적으로 등룡에서 비룡을 거쳐 하늘로 거슬러 오르는 기운의 산세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우슬재 근처에서 출발한 일행이 아직도 제법 쌓여 있는 눈길을 걸어 헬기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탄성이다.

겨울날씨 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에 조망까지 좋으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다시 된비얄을 거쳐 비룡상천봉에 이른다.

국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표지석하나 없어 조금은 섭섭하다.

다만 주변에 몇기의 산소들만이 이곳이 풍수적으로 명당자리임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비룡상천봉을 떠나 능선길을 따라 걷는 내내, 주변의 풍광이 재작년 그녀와의 꽃잠자리 때와는 달리 풍성하다.

뭔지도 모르고 그저 마음만 앞섰던 꽃잠자리 때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아니 뭐 그때는 이슬비와 안개 때문에 주변의 조망이 어려웠을 뿐이었겠지만....

걷는 내내 저 앞에 우뚝 솟은 동,서쇠뿔바위봉과 사방의 풍광이 내마음을 풍요롭게 감싸온다.

 

 

 

 

송림을 지나 흰눈 덮인 고래등바위에 도착이다.

바로 앞에 동쇠뿔바위봉이 떡 버티고 서있고, 2시방향으로는 서쇠뿔바위봉이 자리잡고 있다.

왼쪽 저 멀리 백제의 마지막 항거지인 우금산성이 남아있는 우금암이 성채처럼 서서 나그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경관을 자랑한다.

고래등바위에서 주변을 감상하는 것이 이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 산행의 백미가 아닐까한다.

그곳 고래등바위에 점심상을 펼친다.

이 고래등을 타고 앉아 라면을 안주삼아 마신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은 신선의 세계로 나를 인도한다.

아마도 이런 신선놀음에 반해 그녀(山)들을 만나기 위해 매주 길을 나서게 되나 보다.

나의 삶에서 그녀(山)들이 있음은 행복이다.

내 가슴에 새겨진 그녀(山)들의 흔적들은 이세상에서 내가 가질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다.

내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까지 내가 사랑해야 할 여인(山)들인 것이다.

 

 

 

동쇠뿔바위봉과 서쇠뿔바위봉 오르는 것을 생략하고 그 사이로 난 홈골계곡으로 하여 지장봉을 거쳐 새재로 향한다.

가는 내내 자꾸 뒤돌아 보며 그녀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의 성감대(?)를 머리속에 그리며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비록 400m급 산이긴 하지만, 그 깊은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젊지만 원숙미가 넘치는 여인이 이럴 것이다.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을 지녀 남자를 위험과 재앙으로 이끄는 여성을 팜므파탈이라고 한다.

감히 그녀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이야 말로 팜므파탈이어서 비록 위험과 재앙이 닥아 오더라도 사랑하고픈 본능을 갖게하는 여인(山)이라 본다.

 

 

 

그렇게 새재에 도착한 선두 일행은 왼쪽 청림리 방향이 아니라 앞쪽 투구봉을 향한다.

눈위로 발자국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재작년 그녀의 품에 안겨보았다는 자신감으로 나선 길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고생한 길이 되고 말았다.

투구봉을 거쳐 사두봉에 도착하는 동안도 눈길위에 발자국이 없는 상태이니 아마도 겨울철 코스로는 적당하지 않은 듯 하다.

사두봉에서 청림쪽으로 조금 내려오다 보면 한 10m쯤 되는 직벽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 외로이 밧줄이 하나 매달려 있다.

선두를 걷고 있던 따스한마음님이 밧줄을 꼼꼼히 점검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낭패가 따로 없다.

일행은 우회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우회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길을 찾길 몇차례이던가?

그렇게 고생 고생 끝에 마무리한 비룡상천봉과의 운우지정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하루를 보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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