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소백, 그녀의 품에 안기다.

맨발나그네 2012. 1. 17. 11:17

          소백, 그녀의 품에 안기다.

 

● 산  행  지 : 소백산 비로봉 (1,439m, 경북 영주, 충북 단양)

 

● 산행일시 : 2012년 1월 15일 (日)               

● 누 구 랑 : 뉴산그린산악회

● 산행코스 : 삼가매표소-비로봉-천동매표소 

● 사진은?  : 회원여러분

 

 

 

 

소백산(小白山)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순흥면과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내달리던중 주봉인 비로봉(1439m)을 비롯해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 형제봉(1177m), 묘적봉(1148m)등 여러 영봉들을 거느린 장대함과 신비함을 간진한 소백산을 만들게 된다.

사람들은 소백(小白)이라는 산이름 때문에 작은 산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조선의 실학자 남사고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넙죽 절까지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정기어린 산이며 명산임에 분명하다.

누군가는 겨울철이면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어 소백산이라 한다고 한다.

 

 

 

소백산의 사계는 변화무쌍하여 봄에는 철죽, 여름에는 야생화, 가을에는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어 우리네 같이 산을 연인으로 둔 팔난봉꾼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다가는 겨울이 되면 흰 옷으로 갈아입고 고운 눈빛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그녀의 품에 안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 그녀 소백의 품에 안기기 위해 길을 떠난다.

원래 소백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소백산의 여러 영봉들을 가로지르는 종주산행을 해야겠지만 하루만에 이루어 낼 일이 아니니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을 오르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1987년의 소백산)

소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전인 1987년 6월초 희방사-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신선봉-구인사 코스로 1박2일간 종주한 적이 있었으니 벌써 25년전 일이다.

내가 25년전 그녀를 찾았을 때에는 그녀는 새색시처럼 발그레한 철죽으로 홍조를 띠며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며 나와의 꽃잠자리를 치렀으니 더 없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꼭 다시 그녀의 품에 안기겠다고 다짐한 것을 25년만에야 실행에 옮기게 된 형편없는 연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 건 정말 행복한 일이고 또 언제가 될 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게 될 것이니 이 순간 그녀의 품에 있는 동안 성심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자 한다.

 

 

 

풍기읍 삼가리를 들머리로 삼아 오르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입에 단내를 풍기게 만드는 된비얄이다.

삼가리에서 비로봉까지는 약5.5km로 2시간정도 걸린다.

 

 

 

그렇게 도착한 비로봉.

오름의 고통이 크면 쾌락의 크기도 큰 법이다.

날씨는 너무 좋아 그 유명한 소백산의 칼바람 한점 없어 조금은 섭섭하기까지 하지만 운무에 쌓인 주변의 산들은 나로하여금 광활한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아니 수증기 자욱한 목간통의 여인들의 자태 같다고나 할까?

자연이 선사하는 하모니에 감탄 또 감탄이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맑고 깨끗한 하얀 침묵의 설원 앞에 넋을 잃고 만다.

말로는 다 형언 할 수 없는 진경산수화가 그 곳에 펼쳐져 있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그곳에 한 폭 동양화가 있고, 눈을 왼쪽으로 돌리면 그곳에 또 한 폭의 동양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야말로 눈을 어느 쪽으로 돌리던 빼어난 정경이 펼쳐진다.

그 동양화 속의 신선이 되어 자연이 내가 되고 내가 자연이 되는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설경에 빠져 있을 무렵 비로봉 서북쪽 기슭의 주목군락지와 만나게 된다.

천연기념물 244호인 이 주목군락지에는 1만여평 넓이에 200~600년 수령의 주목나무 수천그루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주목은 나무 중의 나무라 불리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고 한다.

다만 추운 곳을 좋아하는 주목나무인지라 지구 온난화로 이 땅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지 모른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아니 주목이 사라지는 날 인류도 온전 할 이 없다는 생각에 미치니 즐거워야할 소백과의 운우지정에 잠시 우울한 마음이 가슴 한 켠을 적셔온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천동리 쪽으로 하산하니 장장 12km에 이르는 소백과의 운우지정을 끝맺는다.

오늘

소백!

그녀의 품은 평온하고 아늑했다.

그 모질다는 칼바람도 25년만에 찾은 팔난봉꾼 연인을 위해 잠시 멈추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연인이 가슴으로 눈으로 많은 것을 담아가도록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상고대가 이미 져버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느리고 우아하게 연주되는 주목군락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선율따라 걸은 길이다.

한걸음 한걸음

소백!

그녀를 음미하며 느끼며 그렇게 걸은 하루여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가끔은 숨가쁘고, 아프고, 외롭고, 가슴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도 조강지처 광교를 포함한 전국의 수많은 연인(山)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어 기꺼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리라.

정말 나의 삶에서 너 산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그대(山)가 있음이 내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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