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바랑을 짊어지고 바랑산과 월성봉을 만난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2. 8. 28. 00:16

 

바랑을 짊어지고 바랑산과 월성봉을 만난 맨발나그네

 

 

● 산 행 지 : 충남 논산 바랑산(555m)-월성봉(650m)

● 산행일시 : 2012년 8월 26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참전유공자탑(예림농원) → 바랑봉 → 월성봉 → 흔들바위 → 수락재→ 수락주차장

● 사진은 ? : 산7000 회원 여러분

 

 

 

 

오늘도 나의 애인들인 산을 찾아 떠난다.

오늘 운우지정을 나눌 곳은 능선상으로 대둔산과 이어져있는 바랑산과 월성봉이다.

수원을 출발할 때는 약한 빗방울로 오늘 우중산행을 기대하였는데 들머리인 논산시 벌곡면 대둔산참전유공자탑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전형적인 여름 무더위였다.

 

 

(왼쪽 높은 봉우리가 바랑산이요, 오른쪽 높은 봉우리가 월성봉이다)

 

 

 

(임도를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그 앞에 오늘도 쌈닭님이 맨발 동행이 되어 걷는다)

 

무더위 속에서 바랑산을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임도가 끝나갈 무렵부터는 제법 가파른 된비얄인데다 날씨까지 푹푹 찌고 있으니 쉽지 않은 길이지만 모두들 묵묵히 오르다 보니 바랑산 정상이다.

 

 

(바랑산 정상, 누군가가 세워놓은 바랑산 정상 표지판이 정겹고, 그 표지판을 가리지 않겠다고 용을 쓰고 있는 용비님도 정겹다)

 

(스님들이 지고 다니는 바랑을 닮아다고 해서 바랑산이라 한단다)

 

바랑산의 정상부는 몇 명이 간신히 머물수 있는 곳에 누군가가 세워둔 산명표가 이곳을 찾은 나그네들에게 이곳이 바랑산임을 말해주고 있다.

바랑산은 암벽이 둥그렇게 튀어나와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스님들이 지고다니는 바랑을 닮아 그렇게 불리우고 있다고 한다.

바랑산부터 월성봉까지는 바위 절벽위 산길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자주 나타나 그나마 더위에 지친 일행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한다.

오른쪽으로는 천길단애인 벼랑이어서 위험하지만 산길은 제법 유순하게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 일행들)

 

 

(범계사 원경)

 

산길을 걷다 만나는 548봉인 소서바위는 나그네들이 다시한번 머물러 주변을 둘러보게 만든다.

그곳에서 보이는 범계사는 이색적이다.

 

그렇게 범계사갈림길부터는 다시 월성봉을 오르기 위한 된비얄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갈지(之)자로 이어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며 오른 월성봉이다.

 

 

(월성봉에서의 맨발나그네)

 

월성봉에는 아직 어느 시대의 것인지 알려지지 않은 산성이 있는데 그 이름이 달이산성이다.

디지털논산문화대전에 의하면 달이산성이 있는 월성봉의 월(月)과 달이(達伊)는 같은 음이며, 성(星)은 성(城)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성벽은 대부분 붕괴되어 축성법도 극히 일부 구간에서만 확인되지만 산성의 규모가 1,800m에 이르는 매우 큰 산성이라 한다.

<증보문헌비교(增補文獻備考)>에서는 성 내에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였지만 성벽의 규모에 비해 성내 건물지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라고 디지털논산문화대전은 전한다.

논산지역의 지명유래(1994년, 논산문화원 발행)에 의하면, 옛날에 이곳에 달이라고 하는 의적이 은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권력으로 모은 사람의 재산만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조정에서 군사를 보내 무려 3년간에 걸쳐 소탕작전을 펼쳤다고 한다.

지칠대로 지친 의적들은 포위망을 뚫고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달이도 칼을 내팽겨치고 의적들에게 말하기를 “자! 우리는 이젠 고향에 가서 농사나 짓자”며 뿔뿔히 헤어졌다고 한다.

그후부터 사람들은 달이가 진을 쳤던 곳이라 하여 달이산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깍아지른 듯한 천길단애 위에 월성봉 표지석이 서있고, 그곳에서 보는 풍광은 그림같다.

이런 전설을 지닌 월성봉을 조금 지나자니 대둔산 월성고지 전적지 안내판과 만난다.

산의 맥이 지리산과 맞닿아 있으니 6.25전쟁 때 지리산에서 밀린 빨치산들이 덕유산을 거쳐 이곳까지 옮겨와 대항했다고 한다.

밤이면 공비들에 의한 양만학살과 양식을 빼앗겨야 했으며, 낮이면 토벌작전과 빨지산에 부역하였다고 닦달을 당해야 했지만 이곳 주민들이 힘을 합쳐 공비들을 물리쳤다는 전적지 안내판이 있으며, 들머리의 대둔산참전유공자탑도 그때의 힘겨웠던 역사를 보는듯해 가슴이 아려온다.

 

 

(흔들바위에서의 맨발나그네)

 

이런 저런 상념속에 걷다 보니 어느덧 흔들바위에 다다른다.

깍아지른 벼랑 옆으로 멍석 한 장정도 되는 큰 조개모양의 바위인데 사람들은 그곳에 올라 몇 번씩 흔들림을 확인한다.

하긴 흔들면 흔들수록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좋은 일만 생긴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전해진다고 하니 몇 번 더 흔들며 근심과 걱정이 없는 신선의 세계를 맛 본다.

이 근처를 근거지 삼아 좋은 일을 했던 의적 달이도 이곳 흔들바위를 흔들며 세상을 구제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였을 것이고, 피치못하게 빨치산에 끼어 든 소년병도 이곳 흔들바위 위에 서서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세월이 좋아져 지금 이곳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그져 흔들바위를 흔들며 근심과 걱정을 놓아버리고 신선이 된 양 즐거워한다.

흔들바위와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길을 떠난다.

 

 

 

 

 

 

 

그러나 아쉬워할 새도 없이 수많은 소나무 분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원래 바위산이다 보니 영양분의 흡수를 제대로 못해 멋대로 구부러지고 뒤틀린 모양으로 성장했겠지만, 나그네들에게는 그저 암릉과 어우러진 노송이 운치를 더해 줄 뿐이다.

아름다운 노송과 함께하다 보니 어느덧 또다른 범계사 갈림길이다.

 

 

 

 

 

 

수락제로 이어지는 암능길에 전방으로 보이는 대둔산 줄기의 풍광은 과히 절경이다.

좌측으로는 작년 4월 걸었던 돛대봉~낙조대~독수리바위~석천암~경찰승전탑으로 이어지는 산경이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재재작년 11월 걸어보았던 대둔산의 최고봉인 마천대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우측으로는 대둔산 서각봉에서 깔딱재를 거쳐 수락재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작년 4월 대둔산 낙조대에서)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이제 신선의 세계에서 인간세상으로 하산을 하여야 한다.

오늘은 후미그룹을 따라 풍광을 음미하며 걷는 맨발나그네가 되었으나 선두가 수락주차장에 도착하였다는 무전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래서 서둘다 보니 수락계곡의 아름다움을 건성건성 지나친다.

그래도 내 몸 들어 앉아 알탕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잠시 짬을 내서 서너차례 담가보며 다시 신선흉내를 내본다.

대둔산의 그늘에 가려 사람들이 별로 없는 산길이지만 펼쳐지는 풍광과 암능과 노송의 어우러짐은 우리를 충분히 즐겁게 해 준 산이었다.

 

 

 

 

 

 

바랑산과 월성봉이 내준 품에 잠시 잠깐 안겨 신선흉내를 내봤으니 이 또한 큰 행복이다.

날머리의 뒤풀이 또한 좋은이들과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안주로 마련한 가자미무침과 돼지머리고기도 일품이었다.

항상 좋은 산을 걸을 수 있게 준비해주는 산7000의 회장님을 비롯한 운영진에게 감사드린다.

 

 

(흔들바위에서 폼 잡은 소리새)

 

또한 산행에 힘들어하면서도 좋은 사진을 남겨주고 있는 갑장 소리새에게도 이 지면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