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십자봉과 덕동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한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2. 8. 20. 21:37

 

십자봉과 덕동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한 맨발나그네

 

● 산 행 지 : 십자봉 (983m, 충북 제천) 과 덕동계곡

● 산행일시 : 2012년 8월 19일 (日)

● 누 구 랑 : 건영산악회

● 산행코스 : 원덕동(덕동교) → 능선갈림길 → 십자봉 → 무명봉 → 원덕동

●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청명산, 맨발나그네

 

(십자봉 정상에서)

 

 

올해는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었다.

그래서 지난 7월8일 밀양의 구만계곡을 시작으로, 괴산 낙영산 밑의 계곡(7월22일), 광교산 고기리계곡(7월29일), 가평 명지산의 명지계곡(8월5일), 충북 단양의 두악산 밑에 있는 선암계곡(8월12일)등을 두루두루 맛보며 더위를 조금이나마 잊으려 했었다.

이제 그 더위도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안긴 품이 제천의 십자봉 아래있는 덕동계곡이다.

 

 

(환상적인 덕동계곡)

 

 

십자봉은 강원 원주시 귀래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십자봉은 이곳 주민들이 예전부터 촉새봉이라 불러 왔다고 한다.

십자봉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형도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애조인 십자매로 바꿔치기 한 것 같다고 한다.

촉새와 십자매는 크기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참새과 조류이다.

그러나 촉새는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에 분포된 새이고, 십자매는 인도, 말레이반도등 동남아시아가 원종으로 이 새를 개량한 일본새라고 하니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들의 만행을 다시한번 보는 듯하다.

 

 

 

 

 

 

십자봉 산행은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여러 곳을 들머리로 둘 수 있는데, 오늘은 여름철 산행이어서 제천시 백운면의 덕동리에서 오르는 코스로 잡는다.

백운면소재지에서 들머리가 있는 덕동리의 맨위 원덕동까지 길옆으로 펼쳐진 덕동계곡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처음 그곳을 찾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렇게 덕동계곡이 물이 많고 계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덕동계곡 북쪽으로 백운산(1,087m), 서쪽으로 십자봉(983.2m), 남쪽으로는 삼봉산(909.1m)에 둘러싸여 있어 산이 높고 골이 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덕동계곡)

 

물은 차고 맑다.

그러나 감동만 하고 있을 수 없으니 십자봉을 향해 출발이다.

포장된 임도를 걷는다.

길 왼쪽으로는 덕동계곡의 상류인 원서천이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 주변에 자리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봉이 내준 품에 안겨보기 위해 떠난 길이니 발걸음을 재촉한다.

 

 

 

 

 

 

 

(십자봉이 내준 품에 안긴 일행들)

 

 

(숲길을 걷다 더워지면 길옆 물속으로 )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이니 아름답다.

길은 온통 푸른 이끼로 도배가 되어 이 맨발나그네 일행을 위해 꽃단장한 듯 싶다.

계곡의 물소리와 매미, 쓰르라미의 울음이 하모니를 이루니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다.

그러나 한여름 무더위 속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맨발나그네는 차림이 간단하니 물만 보면 뛰어들어 온통 물을 뒤집어 쓰니 남들보다 좀 낫다면 낫다.

 

 

 

(원시림 가득한 십자봉을 오르는 길)

 

 

그렇게 다시 산 중턱의 임도에 도착하여 최경자님이 마련한 족발과 반야탕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무더운 날씨속에 1,000여m에 이르는 높은 산을 오르자니 숨이 턱턱 막히기는 하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십자봉 원시림이 매력을 한껏 뽐내니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그렇게 오른 십자봉이다.

십자봉에는 원주시와 제천시가 각각 세운 정상석이 있어 정상에 오른 이들의 마음을 씁쓰름하게 한다.

어디 이 산 뿐이랴.

지역이기주의에 멍든 곳이....

 

 

(십자봉 정상 부근에서 만난 또다른 맨발족)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점심상을 펼친다.

중간에 참으로 먹은 족발과 반야탕이 있어서인지 아님 너무 더워서 그런지 음식에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함께한 향남배드민턴클럽 김성태회장님이 손수 키웠다는 대추토마토는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식사후 하산길도 된비얄길이다.

그 된비얄길에서 맨발로 열심히 올라오는 맨발족을 만나니 반갑다.

평택의 어느 산악회에서 오신 분인데 포스가 나보다 고수처럼 보인다.

 

 

(십자봉 연리지나무)

 

그 길을 앞장선 따스한마음이 너무 빨리 걷고 있기에 맨발나그네를 위해 속도 조절을 부탁하며 내려오다 보니 연리지나무와 만난다.

왼쪽이 물푸레나무이고 오른쪽이 신갈나무이다.

연리지란, 두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오래동안 있으며, 가지가 하나로 합쳐져서 하나의 가지가 되어 서로 연결된 나무를 말한다.

대부분은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드물게는 십자봉의 연리지처럼 이종나무(물푸레나무와 신갈나무)의 연리지도 있다.

사람들은 부부나 연인, 또는 부모 자식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할 때 연리지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송나라 범영이 쓴 역사책 <후한서>에 의하면, 후한 말의 대학자인 채옹이라는 사람이 어머니가 병으로 눕자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였으나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3년동안 묘를 지켰단다.

얼마 후 채옹의 초막 앞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마주보면서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차츰 두 나무는 서로의 가지가 맞붙어 마침내 연리지가 되었단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채옹이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칭송했다.

이때부터 연리지는 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비유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그것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쓴 ‘장한가(長恨歌) 때문이다.

장한가에서 백거이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연리지에 비유했다.

그후 연리지는 남녀사이의 애틋하고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생물학적인 연리지는 두 나무의 몸이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성장하면서 맞닿은 부분이 압박을 견디다 못해 껍질이 벗겨지면서 생살이 부딪혀 하나로 이어진다.

그 쓰리고 아픈 시간을 견뎌낸 뒤에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먼저 부피성장이 일어나는 부름켜가 이어지고 유세포(柔細胞)가 하나로 섞인다.

그 뒤를 따라 일반 세포들이 이어지면서 연리의 과정이 끝난다.

이렇듯 아픔을 견뎌가며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되는게 참된 사랑임을 연리지 나무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참된 사랑은 뒤전이고 이곳 연리지가 다른 곳의 연리지에 비해 폼이 안난다고 타박만 하고 길을 재촉한다.

 

 

 

(알탕중)

 

 

그렇게 내려오다 다리 못미쳐에 일행이 되어 내려오던 따스한마음, 도널드덕, 한스맥, 김성태님은 계곡으로 몸을 던진다.

이름하여 알탕이다.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알탕을 즐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알탕이다.

 

 

 

 

(조금만 더 다리품을 팔면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덕동계곡 풍경)

 

그 알탕 중간에 맨발나그네 슬그머니 배낭을 찾아메고 길을 떠난다.

더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덕동계곡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

혼자 길을 떠나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계곡은 숲터널을 이뤄 햇볕이 들지 않으니 시원하다 못해 춥다.

깨끗한 계류와 멋들어진 소들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녹음에 둘러싸인 계곡은 아름답고 서늘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곳 저곳에 자리를 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떠나오기 싫은 덕동계곡의 풍광들)

 

물은 차고 맑으니 맨발나그네의 마음까지 맑게 정화시켜 주는 것 같다.

더군다나 덕동계곡은 선인들이 좋은 물을 말할 때 쓴다는 서출동류수(西出東流水)라 한다.

서쪽 십자봉 방면 원덕동에 모아진 물이 동쪽 구학산 방면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서출동류수는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흐르면서 아침 햇살의 정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물로 신선들이 먹는 물이라 한다.

그 서출동류수에 몸을 담그고, 그 물에 발을 담그며 걷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그래서 감히 오늘도 하루짜리 신선이 되었노라고 말해본다.

그렇게 덕동계곡의 아름다움과 신선타령에 빠져 걷다보니 또다시 인간세상으로부터 빨리 내려오라고 성화이다.

 

 

 

(물가에서의 뒤풀이)

 

원덕동 다리 밑에 도착하니 도널드덕님이 정성들여 마련한 흑맥주에 수원의 그 유명하다는 진미통닭이 놓여 있으니 신선에서 인간세상의 식탐많은 중늙은이로 돌아간다.

하지만 옆에는 물이 흐르고 그늘진 곳에서 발담그고 흑맥주 한잔 기울이니 이 또한 옛 신선들이 부러워 할 모습이다.

흑맥주 한잔에 알싸해진 마음으로 소망하건대 십자봉의 생태숲과 덕동계곡이 오염없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신선 흉내내기를 할 수 있도록 보전되었으면 한다.

 

(댓글들)

 

  • 환상소미

    촉새도 안됐고요. 연리지도 슬프고요. 맨발의 동지를 만나것 너무 좋습니다.
    흑맥주도 침넘어가고요. 알탕 최고입니다.
    2012.08.21 08:53

  • 가고파서

    십자봉에는 유난히 알탕씬이 많이 등장하네요. 너무 부럽습니다. 2012.08.21 22:03

  • 러브리숙

    맨발 산악인들은 맨발로 인사를 하는가봐요. 멋진산인들입니다. 2012.08.21 22:26

  • 부자되세요

    모든 장면장면이 너무 부러웁군요. 오래도록 맨발산우회가 번창하시길... 2012.08.22 11:21

  • 로보캅

    잃어버린 옛이름을 찾아주고 싶네요. 촉새봉... 멋져요. 촉새봉...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2012.08.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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