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조강지처 광교산의 또다른 매력

맨발나그네 2012. 7. 29. 19:17

 

⑲금

조강지처 광교산의 또다른 매력

 

 

● 산행일시 : 2012년 7월 29일 (日)

● 산행코스 : 광교산둘레길(경기대 - 천년약수터 - 고기리계곡- 서봉사 현오국사탑비-토끼재-상광교 )

● 누 구   : 수원미소산악회 회원들이랑

 

 

 

정말 가마솥더위이다.

수은주가 일부 지방에서는 36~7도까지 올라가는 찜통 더위에 올림픽중계까지 겹쳐 모두들 지쳐있는 이때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이 그리워 떠난 길이다.

광교산은 나의 종교이자 조강지처이다.

 

 조강지처는 《후한서》의 <송홍전(宋弘傳)>에 나오는 말로 원말은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다.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라는 뜻이다.

전한(前漢)을 찬탈한 왕망(王莽)을 멸하고 유씨(劉氏) 천하를 재패한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일이다. 건원(建元) 2년(26), 당시 감찰(監察)을 맡아보던 대사공(大司空:御史大夫) 송홍(宋弘)은 온후한 사람이었으나 간할 정도로 강직한 인물이기도 했다.

어느 날, 광무제는 미망인이 된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를 불러 신하 중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그 의중을 떠보았다.

그 결과 호양 공주는 당당한 풍채와 덕성을 지닌 송홍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광무제는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앉혀 놓고 송홍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이런 질문을 했다.

"흔히들 고귀해지면 (천할 때의)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가난할 때의) 아내를 버린다고 하던데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소?"그러자 송홍은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 황공하오나 신은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는 잊지 말아야 하며[貧賤之交 不可忘], 술지게미와 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糟糠之妻 不下堂]'고 들었사온데 이것은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되나이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와 호양 공주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물론 송홍에게는 조강지처(糟糠之妻)가 있어 송홍은 이를 존중한 것이며, 광무제도 그 조강지처를 억지로 내쫓고서 누나의 희망을 채워 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조(糟)는 술지게미를 뜻하고, 강(糠)은 쌀겨를 뜻하며 몹시 거친 음식을 말한다.

조강지처는 이와 같이 거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온갖 고생을 함께 한 아내라는 뜻이라 한다.

 

 광교산은 내게 조강지처이다.

그래서 난 광교산의 모든걸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오늘 조강지처 광교산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되었으니 그녀 광교산의 모든 걸 알려면 난 아직도 멀었다.

광교산의 품에 안길 때면 전희(그 산에 대한 사전조사)도 생략한 채 그저 그녀 광교산의 G스폿은 시루봉이겠거니, 그리고 그녀의 성감대(산행루트)는 형제봉이나 종루봉이겠거니 하며, 또다른 여인(山)들의 품을 생각하며 나눈 운우지정이니 제대로 된 운우지정이라 말할 수 없을게다.

헌데 오늘 조강지처 광교산의 또다른 속살을 보게 되었으니 수원쪽에서 보자면 광교산의 뒷쪽에 해당하는 고기리계곡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기전에는 이세상에 그녀 조강지처밖에 없는 듯 안달복달을 해가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혼이라는 절차를 마치는 순간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또다른 여인(山)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곤 여러가지 구실을 붙여 외도(광교산이 아닌 다른 산을 오름)를 하곤한다.

하지만 진정 취하고 싶었던 여인들과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다고 그녀(산)가 내여자가 되는건 아니다.

그러나 조강지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녀 광교산은 오늘도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온 팔난봉꾼 남편(왜냐? 전국의 산들을 헤메다 한달에 한두번 그녀 광교산의 품에 안기니까...)을 그 잔잔한 미소로 맞아준다.

백련수 갈림길 못미쳐서에서 천년수 약수터를 거치고 또다른 약수터를 거쳐 고기리계곡의 상류에 도착한다.

 

 

 

그동안 수도 없이 광교산을 찾았었건만, 천년수 약수터에서 고기리계곡에 이르는 광교산둘레길은 처음이다.

광교산은 내 조강지처라고 그리도 많이 우겨왔건만, 이여인(광교산)의 성감대(산행루트)를 아직도 다 파악하지 못한 나야 말로 과연 그녀를 안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

그리고 그녀 광교산과는 조강지처이니 의무적으로 안아야 하는 여인이지 속궁합이 맞고 안맞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속궁합이란 매일밤 하나씩 새로이 터득하면서 평생을 맞추어 가는 것이란 걸 광교산과 함께 40여년을 지낸 다음에야 쬐금 알게되는 것 같다.

조강지처 광교산이야 말로 무릉도원인데도 그간 다른 여인(山)들의 품속을 헤메느라 그 진가를 몰라 본게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이제 마음껏 조강지처 광교산을 사랑하련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 한다.

물을 퍼내지 않는 샘은 일찍 마른다 했다.

자의 나이와 능력에 맞은 여인(山)을 만나 그녀들과의 데이트를 맘껏 즐겨라.

옹이든 키스든 어떤 애무라도 좋다.

아니 우주를 천정삼아 대지를 방바닥 삼아 그녀와 뒹글러라. 

인간세상에서 키스는 즉석 얼굴마사지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가벼운 키스라도 12개의 얼굴 근육을 이용하고, 긴 키스는 29개의 근육을 이용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키스는 입술, 혀, 턱 그리고 목의 근육을 운동시켜 주기 때문에 당신을 젊고 튼튼하게 보인다고 한다.

황홀한 키스는 58%의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심장운동을 시켜주므로 예상수명보다 더 오래 살게 한단다.

키스는 한번에 3칼로리가 소모되므로 책을 읽는 것보다 25%이상의 칼로리가 소모되어 체중조절이 된다고 한다.

 아니 키스보다는 운우의정을 즐겨라.

10분동안 유리창을 닦는데 48칼로리가 소모되지만, 10분간 운우의정을 나누면 200칼로리가 소모되어 자연적인 다이어트가 된단다. 

운우의정은 심장박동수를 1분에 170번까지 증가시키는 심장운동을 해주는가 하면 뉴욕의 섹스연구가 닥터 쥬디 쿠리안스키는 성교를 하는 동안 몸속에 엔돌핀이 증가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했다.

또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페닐에틸라민이라는 뇌속의 화학물질을 증가시켜는데 이것은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물질이란다. 

이밖에도 운우의정은 소화계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어 제기능을 갖게 하고, 머리칼에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여 윤이 나게하고, 눈동자(동공)을 확대 시켜줘 더욱 빛나게 하며, 그때에 생겨나는 감성들은 삶의두려움과 공포등을 없애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간세상에서의 데이트나 산사랑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열거한 것들이 내가 그녀(山)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얻는 부수 효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망상속에 고기리계곡 상류에 도착이다.

모두들 광교산의 또다른 속살 고기리계곡에서 여름을 맛본다.

그리고 반야탕  (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을 한잔씩 기울인다.

나의 조강지처 광교산은 아주 빼어난 아름다움은 아닐지라도 카리스마적인 눈매와 지성을 겸비하였으니 모든게 다 사랑스럽다.

반야탕 덕분인지 아니면 광교산의 또다른 뽀오얀 속살 덕분인지 조강지처 광교산이 달라 보인다.

요염한 그녀의 눈빛에 짜릿한 쾌감이 엄습해 온다.

수만볼트의 전류가 등허리를 휘감고,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오늘 조강지처 광교산의 또다른 매력에 빠져 보낸 하루였기에 돌아오는 시내버스 안에서 자꾸만 눈꺼풀이 주저 앉는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그리곤 반야탕의 세계에 빠져 몽롱한 기분으로 조강지처 광교산과 나눈 사랑 이야기를  ⑲금으로 펼치며 후희를 대신한다.

 

(댓글보기)

 
김영희(고31,원예과) 12.07.30. 13:33
살이 안빠지는 이유가 있었어!^^
선배님의 산행기를 읽다보니 저는 참 부족한 사람 같아요!
헛헛함을 사람으로 채우려 않고 자연에서 찾으려는 선배님 이시기에...
우주는 천정이 되고 대지는 방바닥이 되고 인간의 삶 모든것이 그안에서 살아가니
진정 우리모두는 반야탕에 온몸을 담구고 허우적 거리며 깨달음은 곧 자비도 되고
사랑도 된다는, 사람과 인간은 글자만 다를뿐 어의가 같다는,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는것을,
진리는 형이상학적이고 드높기만 한것이 아니라 그냥 내 삶 일상에 녹아 있으니 조금씩 깨치면 되는거라고,
그리고 철학자는 멀리있지 않고 내곁에 있다고~닮아 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멋진선배 유 윤희 선배님.
 
홍순근18.19 12.08.03. 17:26
원추리 꽃들의 향기가 그윽하게 전해오는듯 청량해 보입니다...
여름 산행은 역시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멋이 시원하고 제일 좋은거 같습니다...
시간상 답글 단지도 오래되어 이제야 찬찬하게 들러보구 있습니다...
덕분에 즐감 했구여 늘 건강하시구 안전산행 하세요...
 
이원수중21 12.08.03. 22:36
고기리쪽의 광교산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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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새 12.07.30. 09:48
뉴스에 삼복더위에 산에 오르다 실신하여 헬기 신세를 지더만.. 갑장은 광교산과 운우지정을 나누다 실신할까 저어 되오이다.. ㅎㅎ
 
홍화 12.07.30. 12:00
두분이 칭구이신가 보네요..ㅎㅎ
활기차게 활동하시는 모습 좋아보입니다..
 
따스한마음(회장) 12.07.30. 16:56
지는 28토욜날 돌고왔구만유 언제가봐도 새롭고 좋은곳이 광교산인듯 합니다
시원 하셨겠습니다 ㅎㅎㅎ

 

아름다운 12.07.30. 21:01
요즘 조강치처 자주 만나시네요~~~조강지처님이 좋아하셨겠네요~~ㅎㅎㅎ
고기리 계곡쪽으로 가셨군요 그쪽은 처음이시라~ㅎㅎㅎㅎ
얼마나 조강지처한테 신경을 안쓰고 바람만 피서 미처 몰랐군요 ㅎㅎㅎㅎ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스니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지역 12.07.29. 22:24
산을 연인으로 비유하시고~~
특히 광교산을 조강지처라 지칭하시는 맨발나그네님 글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광교산을 수없이 산행을 하면서도 산에대한 고마움은 알면서도
산에대한 매력이 무었인지 몰랐었는데...
19금 소설속에 주인공인 광교산을 더 많이 알수있는 계기가 된것 같네요~~
더운날씨에 산행하시랴 고생 많으셨구요...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