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되어 명지계곡의 품에 안기다

맨발나그네 2012. 8. 5. 05:11

 

맨발나그네되어 명지계곡의 품에 안기다

 

● 산 행 지 : 가평 명지계곡

● 산행일시 : 2012년 8월 5일 (일)

● 누 구 랑 : 동탄산악회

● 산행코스 : 주차장매표소>생태탐방학습원>승천사>명지폭포>승천사>주차장매표소

● 사진은 ? : 덴버님, 암행어사님, 맨발나그네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갈 정도로 깊다는 명지폭포)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한줄기 바람이 그립고, 어릴적 뛰어놀던 내고향 400살짜리 은행나무 밑 그늘이 그립다.

아니 더운줄 모르고 뛰어놀던 냇가가 생각난다.

돌아오는 길 차가 밀려 고생할게 뻔하지만 울창한 녹음으로 덮혀있는 계곡에 하루쯤 발담그고 땀을 식히는 호사를 누려보기위해 오늘도 길을 나선다.

 

(아름다운 비경 명지계곡)

 

사람들은 가평을 녹색향의 산소탱크라 칭한다.

경기도 최고봉인 1468m의 화악산, 1267m의 명지산을 비롯하여 높고 아름다운 산들이 지천인 수림부군(樹林富郡)이다.

산이 많으니 산과 산이 만나는 곳은 어김없이 계곡이 만들어 지고, 소(沼)와 담(潭,또는 淡)과 폭포가 지천이다.

그 계곡과 조화를 이룬 울창한 숲과 기묘한 형태의 절벽과 바위가 함께하니 온갖 시름을 잊게하기에 충분하다.

가평에는 대충만 훓어보아도 용추계곡, 경반계곡, 유명계곡, 어비계곡, 조무락골, 명지계곡, 녹수계곡, 귀목계곡, 화야산 큰골, 무주채폭포계곡, 논남기계곡, 백둔리계곡, 화악리 방면 중봉계곡, 애기골, 홍적이골, 멱골, 싸리골, 달개지골, 소법리계곡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계곡들 사이로 넓은 바위와 맑은 계곡물이 있고 새들이 노래하니 가평은 신선들의 땅이다.

그 신선들의 땅에 하루짜리 신선이 되어 보고자 가평의 명지계곡을 찾는다.

 

 

(명지폭포를 만나러 가는길)

 

명지산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와 도대리에 걸쳐있으며, 경기도에서 화악산에 이어서 두번째로 높은 산이다.

주변에 연인산, 석룡산, 국망봉, 촛대봉 등 1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깊고 웅장하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우리를 손짓하며, 여름이면 계곡이 아름다워 많이 찾는다.

가을의 '명지단풍'은 가평8경의 하나이니 어느 계절에 찾는다 해도 우리를 행복의 나라로 이끄는 곳이다.

그곳 명지산의 여름을 수놓는 '명지계곡'은 북면 도대리(익근리) 주차장에서 명지산을 따라 오르며 약 5km에 걸쳐 이루어져 있다.

명지산과 화악산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이루어진 계곡이다.

 

 

(명지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일행들)

 

 

(더위를 날려보내는 명지폭포에서의 일행들)

 

(명지폭포에서의 오름과 맨발나그네)

 

오늘의 들머리인 익근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피서철을 맞아 주차장은 차댈곳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이다.

맨발나그네도 신발을 벗어 부치고 맨발이 된다.

초입의 아스팔트가 내리쬐는 햇살에 달구어져 맨발나그네의 맨발을 희롱한다.

정말 뜨겁다.

그늘을 찾아 걷기도 하고 아스팔트에 그어진 페인트 줄을 따라 걷기도 하며 인내한다.

그렇게 약 1km를 걷다보니 승천사이다.

절은 작고 옛스러운데 10여m쯤 되보이는 불상이 부조화스럽게 서있다.

삼복염천(三伏炎天)더위와 씨름하며 1.6km를 더 가다 표지판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약 60여m를 내려가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내는 명지폭포와 조우한다.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갈 정도로 깊다고 해서 명지폭포라 한다는데,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도는 웅덩이 뒤쪽에 약 6m정도되는 명지폭포가 쉴새없이 물을 뿜어낸다.

웅장한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과 물보라가 장관이다.

몇몇은 올라오느라 더워진 몸을 폭포수에 내던지고, 또 몇몇은 그 웅덩이 가장자리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남어지 분들은 한기가 감도는 폭포를 감상하며 그저 탁족에 만족한다.

이 맨발나그네도 입은 옷 그대로 웅덩이 한쪽에 몸을 담가본다.

시원하다 못해 덜덜 떨린다.

신선이 별것이드냐?

이 염천더위에 세상 시름 모두 잊고, 더위조차 잊을 수 있는 선계(仙界)에 머무르니 바로 모두가 신선이다.

그러나 그 신선놀음을 집행부가 출발 10분전이라 외치며 깨어 놓는다.

 

 

 

 

 

(맑은 물과 바위들이 어우러진 명지계곡)

 

내려오는 길 오른쪽 계곡으로 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에 취해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일행으로 부터 떨어져나와 계곡으로 들어가 본다.

시간에 쫓겨 다시 길로 나왔다가 계곡 풍경이 궁금하여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길 여러차례 반복한다.

비가 온지 오래인데다 햇살까지 꽤 오랫동안 뜨거워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때 묻지 않은 명지계곡의 비경이 그곳에 있었다.

오랫동안 물과 바람을 견뎌온 바위는 깍이여 크고 작은 소와 아름다운 곡선을 뽐낸다.

작은 폭포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늘어서 있다.

맑은 물은 아무리 깊어도 바닥이 훤이 비칠 정도로 맑다. 

 

 

 

 

(무명폭포와 암반을 자랑하는 명지계곡)

 

그 사이를 흐르며 부딪치고 흩어졌다 다시 만나길 반복하는 물살이 내는 묘한 물소리는 최고의 자연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어느 관현악단이 연주 한들, 어느 교향악단이 연주 한들 이보다 더 진한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으랴? 

푸룻 연주같이 잔잔히 흐르는 물살은 숲과 어우러져 동양화 병풍을 여러폭 만들어 놓아 이 맨발나그네를 즐겁게 한다.

방년을 맞은 처녀처럼 수줍게 그녀 명지계곡의 속살을 이 맨발나그네에게 내보인다.

그 속살을 보고 있자니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탁 트인다.

일행도 없으니 혼자 신선흉내를 내본다.

선녀인지 옥녀인지가 내려와 목욕했음직한 소를 발견하고는 다시 몸을 담근다.

비록 선녀의 옷이 없어 나무꾼 흉내는 낼 수 없지만 반신선이 된 것은 확실하다.

이 때묻지 않은 명지계곡의 비경을 혼자 감상한다는 것이 애석하다.

바닥이 선명이 보이는 맑고 깨끗한 명지계곡의 순수한 매력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백자동유원지에서 오름과 맨발나그네)

 

(백자동유원지에 만난 맑은 하늘과 수수밭)

 

(백자동유원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동행들)

 

일행을 따라 빨리 내려가자는 마음과 이 자연이 주는 선물을 조금 더 감상하고 가라고 붙잡는 마음에 갈등을 겪는다.

솔직한 마음은 뒷풀이고 뭐고 그녀 명지계곡의 유혹을 못이기는 척 들어주어 더 머물고 싶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생각하여 발걸음을 빨리한다.

아오는 가을 가평8경중의 하나인 '명지단풍'과 데이트를 즐기러 다시 한번 올 것을 약속하고 그녀 명지계곡의 품을 떠난다.

그리고 가평의 또다른 유원지인 백자동유원지로 자리를 옮겨 즐거운 뒷풀이 시간을 갖는다. 

 

(댓글 들)

 

산들애 12.08.06. 21:23
멋진글과 사진~ 넘 감동입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블랙홀 12.08.07. 12:40
맨발선배님 동탄산악회에 참석하셔서 좋은글 남겨주셔서 영광입니다.쵝오
선배님 글과 사진으로 다시금 추억을 되집어 보네요 감사합니다. 굽신

 

여울 12.08.07. 16:22
우훗!! 산행 후기 가 장난이 아니네요 감탄 또 감탄 !!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 달파란마을

    정말 멋진 산행입니다. 요즈음 더운날 저렇게 풍덩할수 있는 산행이 흔지 않잖아요.
    나그네님 정말 시원한 사진 잘보고 갑니다.
    2012.08.07 21:17

  • 러브리숙

    너무 멋진곳이네요. 이런곳에서 피서를 즐기면 원이 없겠어요. 가고 싶어요. 2012.08.08 22:58

  • 복이

    신선이 따로 없군요. 더운날 시원한 계곡에서 즐거울수 있다면 신선이 되는거죠.
    세상사 다잊고서 말예요.
    2012.08.09 17:18

  • 달빛토끼

    참 부럽습니다. 세상에 저런 호사를 누리시다니...즐산하세요. 2012.08.09 21:55

  • 밀키스

    으으으 이빨 떨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추웠을거예요. 계곡물은 엄청 차갑거든요.
    너무 시원해보여 부럽습니다,.
    2012.08.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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