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깨달음과 즐거움을 찾아 도락산으로 떠난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2. 10. 23. 18:35

 

깨달음과 즐거움을 찾아 도락산으로 떠난 맨발나그네

 

● 산 행 지 : 도락산 (964m, 충북 단양)

● 산행일시 : 2012년 10월 21일 (日)

● 누 구 랑 : 건영산악회

● 산행코스 : 상선암휴게소 → 상선암 → 제봉 → 능선분기점 → 도락산 → 능선분기점 → 검봉 → 상선암휴게소

●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청명산, 맨발나그네

 

 

 

우암 송시열은 조선 후기의 문신, 성리학자, 철학자, 정치가이자 시인이며 작가였다.

유교 주자학의 대가였으며, 당색으로는 서인,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질 때는 노론의 영수였다.

그를 평소 존경하던 정조에 의해 성인으로 추송되어 송자(宋子), 송부자(宋夫子)로 격상되어 전국의 여러 서원에 제향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그의 이름이 3,000회이상 언급될 정도로 그는 치열한 당쟁을 거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관직과 낙향을 반복하였다.

그가 낙향할 때마다 찾은 곳이 그가 태어난 옥천을 비롯한 충북일대였다.

산행기에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하겠지만, 오늘 찾은 도락산의 이름을 송시열이 명명하였다고 한다.

 

 

 

지난 8월 인근의 두악산(http://blog.daum.net/yooyh54/437)을 다녀가며 언급한바 있듯이 충북 단양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단양 땅에서 소백산과 월악산을 낳는다.

그리고 주변에 황정산, 말목산, 제비봉, 도락산, 계명산, 금수산, 덕절산등을 만든다.

그 산들 사이로 남한강 물길이 유유히 흐른다.

주변에는 단양8경인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사인암, 옥순봉이 있고, 선암계곡에는 단양8경에 속해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다.

도락산은 소백산과 월악산 중간쯤에 있는 바위산이다.

 

 

 

도락산(道樂山)!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道)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樂)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우암 송시열에 의해 지어진 산이름이다.

내가 가끔 산의 품에 안기며 신선이 어쩌니 저쩌니 입을 놀리기는 했으나, 거유로 일컬어지는 우암께서는 산행에서 조차 깨닫고 즐거움을 찾았으니 내 몸이 자꾸 작아진다.

하긴 뭐 깨달음까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도 즐거움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임은 분명하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상선암휴게소를 출발한다.

계절은 가을의 절정이어서 모두들 탄성을 자아내며 단풍터널을 걷는다.

암능을 오르 내려야 하는 길이 쉽지않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어려움을 잊을 뿐이다.

거기다가 단풍을 즐기기 위해 쏟아져 나온 인파로 등산로는 인산인해이다.

경사지고 거친 등산로에는 여기저기 철재 사다리가 있어 그나마 산행객들을 돕는다.

아마 이마져도 없었다면 모두가 암벽 타기를 해야 할 판이다.

이쯤에서 과연 우암 송시열이 이곳을 올라오기는 올라와보고 산이름을 지은 것인지 궁금해 진다.

이렇게 진땀을 흘려가며 철재사다리도 없던 시절 이곳을 올라오며 깨닫고 즐길 만했던 것인지 말이다.

하긴 신선 흉내라도 내 볼 요량이면 이 정도 산에서는 도락(道樂)에 빠져야 되겠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산벗들인 도널드덕, 따스한마음, 한스맥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자니 신선이 뭐 별것이든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럿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능선분기점이다.

좌측으로 길을 잡으면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새 소나기가 쏟아져 다시 물을 채운다는 전설이 담긴 바위연못이 있다는 신선봉을 거쳐 도락산 정상이요,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검봉을 거쳐 날머리인 상선암휴게소 방향이다.

같이 걷던 일행은 그예나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뭐 한번쯤 정상석을 껴안고 찍은 인증샷이 없으면 어떠랴?

점심과 함께한 반야탕에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과 암벽에 의지한채 생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분재를 감상하고 있자니 바로 이곳이 선국(仙國)이고 우리들이 신선인 것이다.

 

 

 

 

 

 

청나라 때의 장초(蔣超)는 그의 시 山行詠紅葉에서

 

誰把丹靑抹樹陰 (녹음에 단청칠 그 누가 했나)

冷香紅玉碧雲深  (파란 하늘 흰 구름 속 붉은 구슬 향 머금었네)

天公醉後橫拖筆 (조물주가 술에 취해 붓 휘어잡고)

顚倒春秋花木心 (가을을 봄으로 잘못 그렸음일레라)

라고 읊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칠언절구 산행(山行)에서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이 2월 꽃보다 더 붉다)라며 단풍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 아름다움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길이다.

 

 

 

 

물론 검봉를 거쳐 하산하는 길도 만만하지는 않다.

여전히 많은 철제 난간과 바위에 철봉을 박아 만든 철선가이드를 붙잡아야만 걸을 수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비집고 교묘히 내 논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한다.

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기에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그렇게 상선암 2km라는 표지판 근처에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신선암과 채운봉~검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한 눈에 들어오고 12시~3시 방향으로는 만산홍엽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그리고 다시 단풍터널에 진입이다.

언젠가 내 글(http://blog.daum.net/yooyh54/262)에서 '꽃은 식물의 생식기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족보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라는 요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단풍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근의 유럽과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단풍의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은 강렬한 가을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색소가 없으면 나뭇잎이 약해져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양분을 뿌리로 보내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안토시아닌이 갑작스러운 추위에 나뭇잎 세포가 얼지 않게 하는 부동액 역할을 하고, 열매 주위에 해충이 꼬이는 것을 막아주는  구충제 기능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2005년 미국 콜게이트대 연구진은 잎이 땅에 떨어졌을 때 독소를 내뿜어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 다른 나무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단풍도 알고보니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면 처절할 수록 인간의 즐거움은 더해 간다.

 

 

 

오늘도 도락산의 단풍터널 속을 걸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비록 도를 깨달은 것 같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깨달을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다음주 일요일 설악산으로 떠나보려 한다.

 

(댓글 들)

  • 후리지아

    맨발나그네님 덕분에 도락산 산행 잘했습니다. 집에서도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또 올려주심 잘볼게요.
    2012.10.25 06:23

  • 참새18

    단풍이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군요. 나그네님의 글을 읽으면서 실소가 나오네요.
    하지만 단풍잎의 아름다움을 ..이가을을 사랑하렵니다.
    2012.10.25 20:59

  • 돌쇠

    나그네님의 산행기가 도락산을 더욱 멋진산으로 둔갑시키네요.
    가고싶은 마음이 마구 출렁거립니다.
    2012.10.25 21:34

  • 영희

    도락산이 산행하기 넘 좋은것 같아요. 산이 좋고, 골도 깊고, 나무도 이쁘고...단풍은 말할 수도 없고..
    산행기를 읽으며 사진을 보면 열배는 더 이뻐보인다면 거짓말? 사실 도락산의 지면목을 들여다 보는듯해요.
    2012.10.26 22:14

  • 달파란마을

    도락산 가고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 집니다. 나그네님의 부추김때문이죠. 2012.10.27 06:27

  • 환상소미

    도락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2012.10.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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