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선경(仙境) 속 신선이 되어 거닌 백사실계곡~인왕산

맨발나그네 2013. 4. 21. 09:26

 

선경(仙境) 속 신선이 되어 거닌 백사실계곡~인왕산

 

산 행 지 : 인왕산(340m)

산행일시 : 2013420()

누 구 랑 : 푸른나무맨발산악회

산행코스 : 세검정초등학교 - 백석동천(백사실계곡) - 자하문 - 인왕산 -사직공원

 

 

(인왕산 정상에서)

 

 

 

푸른나무맨발산악회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며 맨발의 열정으로 세상을 채우자는 모토를 가진 인터넷카페이다.

내가 이 산악회와 처음 만난 것이 201010월이니 벌써 2년반의 세월이 흘렀다.

그 이후 자주는 아니지만 그들과 동행이 되어 수도권의 도심 속 오아시스를 맨발로 한가로이 걷고 있다.

일반산악회와 달리 정상 정복을 목표로 두지 않고, 속도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자연의 품에 안겨 맨발로 걷는 일은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정신건강 증진법이다.

일반 산악회를 따라 그들의 코스와 그들의 보폭과 그들의 속도로 맨발로 걷는 일에 비해 푸른나무맨발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맨발걷기는 즐거움과 행복이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한참을 망설였지만 올해 들어 푸른나무맨발산악회의 첫 산행이니 우산을 챙겨들고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실는다.

 

 

(인왕산을 걷고 있는 맨발족들)

 

회원들과 작년 7월 광교산 맨발산행이후 오래간만의 해후이다.

경복궁 전철역에서 정다운 얼굴들인 브레드, 하양나비, 서니야님과 인사를 나눈후 버스에 몸을 실고 세검정으로 향한다.

 

서울은 이조 500년동안의 도읍이었으니 곳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세검정 또한 광해군을 몰아내고 능양군을 임금에 앉힌 인조반정의 쿠데타군인 이귀, 김류 등이 물에 칼을 갈며 쿠데타를 모의하던 곳이어서 칼을 씻었다는 뜻의 세검정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 세검정을 비롯하여 안평대군의 무계정사터, 반계 윤응렬 별서, 창의문(자하문), 탕춘대터 등 왕족과 사대부의 별장과 정자가 곳곳에 있으며,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는 종로구 부암동은 커다란 부침바위(付岩)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부암동이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살고 있는 서울에서 아름다운 숲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청와대 경비 목적으로 개발을 제한하고 출입을 제한한 덕일 것이다.

 

 

(백사실계곡을 향하여....)

 

세검정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을 들머리로 하여 백사실 계곡으로 향한다.

이슬비가 내리고는 있지만 일행들 모두가 맨발로 걸어보자는데 이의가 없으니 맨발이 된다.

그리고 걷는다.

 

 

(백석동천의 건물터와 정자터)

 

(백석동천의 연못터)

 

(백석동천의 돌계단)

 

도심의 숨겨진 정원으로 일컬어지는 명승 36호로 지정된 백석동천(白石洞天)에 담장과 석축 일부가 남아 있는 건물터와 육각정자의 주춧돌, 돌계단, 연못터 등이 남아있는데 이를 영의정을 지낸 백사(白沙) 이항복의 별서(別墅=별장)였다고 해서 백사실(白沙室)계곡이라 불리우는 곳이다.

백석(白石)은 북악산을, 동천(洞天)은 절경(絶景)에 붙이는 이름으로 신선이 사는 곳을 가르키는 말이라 하니 예부터 북악산에 있는 경치 좋은 곳으로 풍류객들이 신선흉내를 내며 보내던 곳이었을 것이다.

 

 

(이곳이 백석동천 임을 알리는 바위)

 

(백석동천)

 

도룡뇽, 맹꽁이, 버들치 등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사는 청정지역으로 알려져서인지 비가 오는데도 많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과 야외학습을 나와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비로 인한 안개까지 끼어있어 백사실계곡은 몽환적이다.

 

(백석동천의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 맨발족들, 아마도 맨발족이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이리라....)

 

 

그 백사실계곡의 선경(仙境)속을 맨발나그네 또한 하루짜리 신선이 되어 일행과 함께 걷는다.

약수터를 거쳐 오고 있는 비로 몽실몽실해진 산길을 걷는다.

그렇게 걷다보니 북악스카이웨이와 만나는데 길 옆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인왕산 쪽으로 길을 잡는다.

 

 

(진달래꽃길)

 

 

(개나리꽃길)

 

 

(벚꽃과 개나리가 터널을 이룬 꽃길)

 

세상은 온통 꽃동네이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터널을 맨발로 걷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을 것이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촬영지여서 유명해진 카페 '산모퉁이')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산모퉁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를 만난다.

TV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의 촬영지여서 유명한 집이라하는데 우리 일행은 그곳을 지나 자하문으로 향한다.

 

 

 

(윤동주시인의 언덕)

 

자하문 넘어 만나지는 곳은 청운공원의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시인이 언덕아래 하숙집에 머물던 시절에 산책하며 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근처에 윤동주문학관이 있다는데 들르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서시를 적어놓은 바위 옆 서시정이란 정자에서 과일을 먹으며 쉼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인왕산 성곽길 투어에 나선다.

 

 

(인왕산)

 

 

 

(인왕산 성곽)

 

 

(성곽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덩어리인 인왕산은 바위가 빚어낸 모습이 절경이며, 좌우로 도심 빌딩숲을 조망할 수 있기에 인기있는 걷기 코스이다.

서울시내에는 크고 작은 산이 40여개, 봉우리가 200여개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중 으뜸으로 인왕산을 지목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인왕산 아래에서 태어나 일생을 마친 조선후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인왕산을 많이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은 인왕제색도라 한다.

그의 나이 76세 때 비 온 뒤의 인왕산 경치를 현재의 효자동 위치에서 보고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풍경을 상상하며 인왕산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인왕산 정상 삿갓봉이다.

그곳에서 하릴없이 주변을 감시(?)하는 경찰(의경?, 전경?)에게 부탁하여 인증샷을 한 장 남기고는 날머리인 사직공원으로 향한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인왕산 성곽길)

 

 

(인왕산에서 본 남산)

 

(인왕산에서 본 안산)

 

성곽과 친구가 되어 걷는다.

사방이 확트인 조망이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흐릿하기는 하지만 서울의 생김새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 제일의 조망처 답게 북한산, 남산, 안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청와대, 경복궁 등 서울 시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인왕산의 품에 안긴 맨발나그네)

 

오늘도 맨발나그네되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한 걷기였다.

특히 지난 주 화성의 응봉산에서 선조에서 광해로 넘어가는 시절의 역사와 만났다면 이번 부암동과 백사실 계곡에서는 광해에서 인조로 넘어가는 역사와 조우했다.

세검정에서 칼을 물에 갈며 반란을 모의한 서인들의 모습을 보았으며, 인왕산 자락 필운대(弼雲臺)에 거주하며 백사실을 별서로 삼은 이항복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광해군 시절 폐모론(廢母論)을 반대하는 상소문으로 인해 인왕산의 필운대와 북악산의 백사실을 그리워하며 유배지인 북청에서 생을 마감한 역사를 되돌아 보게하는 길을 걸은 것이다.

 

하긴 역사속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옛 선인들의 풍류를 접해 본 것에 더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백석동천에 별서를 짓고 그 위에 올라 시문을 짓고 풍월을 읊었을 선조들의 멋진 삶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정다운 이들과 개나리꽃 진달래꽃 벚꽃을 차리인 동네를 걸을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이 나에게 있음도 그리 나쁘지 않다.

오늘도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과 만난 날이다.

 

 

   ( 답글 ) 

  • 연산홍

    아직 쌀쌀한 날씨에 맨발로...대단하심..덕분에 좋은 산, 글 즐감합니다. 2013.04.22 09:34

  • 별이

    나그네님의 산행기는 문화유산 답사기랄까...엄청 유익하고요. 잼있어요. 2013.04.22 13:19

  • 준꼬

    추운데 맨발로...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하네요. 용감하시다고나 할까...하기야 해보지도 않고...
    부럽습니다. 가난하지만 부자양반들..
    2013.04.23 14:31

  • 소영

    맨발의 신선님들 어인 행차신지요. 맨발이 주인 잘못만나 고생은 좀 되겠지만 그래도 주인이 좋다는데야...ㅎㅎㅎ 2013.04.24 14:29

  • 전사

    추워보여요. 발이 고생이네... 2013.04.26 14:33

  • 연정이

    만남도 헤어짐도 인간 다반사요. 길흉화복도 마음먹기에 달린거라...정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하면 거친음식도 달고요..행복하지요. 고롬요.. 2013.04.29 14:02

  • 미수다

    시나부랭이나 읊조리던 풍류...차라리 농요를 부르며 논밭에 엎드려 땀흘리던 민초들의 모습이 더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멋이 있었지 않나요? 2013.04.3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