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선암사~송광사

맨발나그네 2013. 5. 1. 07:12

 

(굴목이재의 가을) 신선들이 걷던 길.... 조계산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걸었네(  http://blog.daum.net/yooyh54/446)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선암사~송광사

 

산 행 지 : 조계산 천년불심길(굴목이재길) (전남 순천)

산행일시 : 2013428()

누 구 랑 : 7000산악회

산행코스 : 선암사매표소 - 승선교 - 강선루 - 삼인당 - 선암사 - 선암사골 - 선엄사굴목재 - 보리밥집 - 송광굴목재 - 홍골 - 송광사 - 송광사매표소

사진은 ? : 미산, 소리새, 본인, 작년 사진중 일부는 노루귀

 

 

 

 

隨高隨下隨緣過(수고수하수연과 : 높은자리나 낮은 자리나 인연따라 지나가는 것인데)

或長或短莫埋寃(혹장혹단막매원 : 혹은 잘되고 혹은 안된다고 원한일랑은 묻어두게나)

自有自無休歎息(자유자무휴탄식 : 있음도 절로요 없음도 절로이니 탄식일랑 그만두고)

家貧家富總由天(가빈가부총유천 : 집이 빈하고 부한 것은 모두 하늘의 뜻에 말미암음이니)

平生衣祿隨緣度(평생의록수연도 : 평생을 입거나 벼슬함도 인연의 정도에 따르는 것이니)

一日淸閑一日仙(일일청한일일선 : 하루 청한하게 사는 것은 하루 신선으로 사는 것이리니)

명심보감 성심편에 나오는 글이다.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이라고 명심보감은 가르침을 늘어 놓는다.

오늘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세상의 이런저런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때도 되었건만 쉽지않은 일이다.

길지 않은 인생길이건만 이런저런 욕망을 내려놓고 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해서 가끔씩이라도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을 실천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승선교와 임선교.

이 사진을 남기신 미산님은 이번 산행의 주목적이 이 두다리를 제대로 찍어보기 위함이라신다.) 

 

 

(앞의 다리가 승선교요, 뒷쪽이 2층 누각인 강선루이다

갑장인 소리새의 걸작이다) 

 

 

 

(승선교와 강선루의 봄<2013년>과 가을<2012년>) 

 

 

 

오늘 만나게 될 선암사(仙巖寺)는 신선이 내린 바위가 있던 자리이고, 선암사 초입의 임선교(臨仙橋)는 신선에 이르는 다리요, 강선루(降仙樓)는 신선이 내려온 곳이고 승선교(昇仙橋)는 신선이 하늘로 오르는 곳이니 바로 이곳이 선계(仙界)이다.

불교가 들어와 그 자리에 절을 지어 절집이지 원래는 신선들의 놀이터요, 신선들의 전설이 전해지던 곳이다.

선암사 해우소는 번뇌와 망상을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다른 곳인 송광사와 만나려면 입구에 있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그 계곡위에 반원형 무지개 돌다리 능허교(凌虛橋 : 모든 것을 비우고 허공으로 건너 오르는 다리)을 놓고 우화각(羽化閣 : 깃털과 같이 몸이 가벼워지는 곳 )을 세워 놓았다.

능허교 좌우에 임경당(臨鏡堂 : 거울 같은 물가에 임한 집)과 침계루(枕溪樓 : 계곡을 베고 누운 누각)가 버티고 있어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그야말로 일일선(一日仙)이 아니고서는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선암사요 송광사이다.

 

 

(지난해 가을 선암사에서의 맨발나그네)

 

 

 

(선암사 들어서기 전에 있는 삼인당의 봄<2013년>과 가을<2012년>) 

 

 

 

 

 

 

(선암사)

 

그곳을 지난해 11월 초에 다녀왔었다.

그때 선암사에서 만난 630살짜리 선암매(仙巖梅)에 꽃이 피면 다시 찾아오자고 약속들을 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순천땅을 밟는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봄이 되면 매화를 찾아 여행을 떠났으니 이를 탐매(探梅)라 한단다.

매화는 귀로 향을 듣든 꽃이란다.

마음이 고요해야 진정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이 되어 선암매의 향을 귀로 들어볼려 떠난 길이다.

맨발나그네되어 선암사를 들머리로 하여 봄기운 완연한 길을 걷는다.

 

 

(630여년된 선암매의 매화꽃을 대신한 주변의 꽃들)

 

4시간여를 달려 만난 선암사의 선암매는 때를 못맞춰 이미 진 다음이었다.

하긴 아무리 고매(古梅)가 늦게 꽃이 핀다고는 하지만 4월말에 매화을 보겠다고 나선 내가 잘못인게지 선암매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래서 죽기 전 또다른 봄날 선암매의 매화을 보기위해 선암사를 다시 찾을 명분이 생겼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아쉬움이 컸지만 봄빛 가득한 선암사 경내는 다른 꽃들로 꽃잔치를 벌려 이 나그네에게 또 다른 선물을 한아름 안겨준다.

 

 

(지천인 선암사 꽃세상)

 

 

 

 

 

 

꽃들이 지천이다.

꽃사태란 선암사의 이즈음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아직 길떠나지 못한 동백이 그러하고, 왕벚꽃과 연산홍과 자산홍이 선암사 경내를 혼통 꽃밭으로 만들어 나그네 발걸음을 붙잡아맨다.

 

 

(500년 와송을 배경으로)

 

선암사 삼성각 앞에 자리한 500년 와송(臥松)은 침굉송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조선 숙종 때 팔을 베고 와선(臥禪)으로 법을 깨친 현변 주지 스님의 호가 침굉이었기 때문이란다.

곧은 것만이 최고가 아니며, 쓰일 곳이 없는 굽은 나무가 오히려 장수하고 운치를 더 할 수 있다라고 현변스님은 말씀하셨다 한다.

오늘 선암매의 꽃향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와송을 바라보며 현변스님의 말씀을 되뇌이자니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나 물건은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준다.

일행이 있으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다.

 

 

 

 

 

몸 속의 오물과 마음 속의 욕심까지 버리고 간다는 선암사 뒤간을 지나 길을 걷는다.

작년에는 뒷간에 들려 억지로 작은 볼일(?)을 만들어 보았지만, 이번에는 억지로 만드는 일조차 번거러워 그냥 지나친다.

 

 

(선암사 굴목이재 입구의 편백나무숲)

 

(생태체험야외학습장 너머로 보이는 조계산 정상)

 

시원한 계곡과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굴목이재로 들어선다.

가는길 만나지는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을 지나 편백숲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선암사의 꽃밭에 취해 일행들보다 늦어졌으니 걸음을 빨리한다.

 

 

 

 

청아한 계곡 물소리와 얼굴을 간질이는 봄바람과 친구가 되어 걷는다.

계곡 물소리가 저만치 물러날 즈음 후미그룹과 만나 가파른 고갯길을 함께 오른다.

 

 

 

 

 

장단지가 뻐근할 즈음 선암사굴목이재 정상과 만나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만나지는 조계산보리밥집이다.

오늘도 이 밥집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줄을 서서 괜신히 비빈 보리밥 한 그릇에 동동주 한잔 얻어 걸치며 박근혜정부가 복지실현을 위해 세금징수에 혈안이 되었다던데 이 집은 세금은 제대로 내며 밥장사를 하는지가 모두의 관심사이다.

 

 

 

 

시덥지 않은 걱정을 뒤로하고 송광사를 향해 떠난다.

송광사굴목이재를 지나 돌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다시 계곡과 만나고 물소리 바람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2013년 굴목이재에서 만난 야생화)

 

 

 

 

 

(2012년 가을 송광사에서 만난 단풍)

 

 

 

산길 좌우로는 산야초들이 수줍은 미소로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올수록 수종은 참나무류에서 소나무로 변한다.

송광사 주변에는 미끈미끈하게 잘생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다.

송광(松廣)이라는 이름도 소나무가 널려있어서 유래했다고 한다.

계곡이 끝날즈음 갑장 소리새와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잠시 땀을 식힌후 송광사로 향한다.

 

 

 

(송광사 입구의 침계루, 능허교, 우화각의 봄<2013년>과 가을<2012년>) 

 

 

 

(송광사 입구의 임경당, 능허교, 우화각의 봄<2013년>과 가을<2012년>) 

 

 

 

 

(송광사 입구의 봄<2013년>과 가을<2012년>) 

 

 

 

능허교위 우화각을 거쳐 송광사 경내로 들어선다.

능허교위 우화각을 건너는 일은 중생의 세계인 차안(此岸)에서 부처의 세계인 피안(彼岸)으로 들어서는 일이다.

아니 속세(俗世)를 떠나 선계(仙界)로 들어서는 일이다.

 

 

( 송광사 )

 

 

 

 

 

 

 

 

 

 

송광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정류장으로 향하니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고도 남는다.

선암사에서 송광사에 이르는 굴목재는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었다.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는 불국(佛國)을 이루어 한국불교 양대 가람인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 스님들이 두 절집을 오가며 수행을 했을 것이다.

 

 

 

 

굴목이재 이쪽 저쪽의 처녀총각이 이 굴목이재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봄의 실록이 가득한 그 길을 봄바람 맞으며 걷는다.

한번도 어려운 걸음인데 단풍이 곱게 물든 작년 가을에 들렸던 곳을 뻐근한 봄바람을 맞으며 연두빛세상인 굴목이재를 정다운 사람들과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걸을 수 있음은 행운이요, 행복이다.

 

 

(우화각에서 침계루를 배경으로)

 

 

삶의 번뇌가 그리 쉽게 씻어질리 없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일일선(一日仙)이 될 수 있음은 다행이다.

 

나의 선암사앓이는 계속 될 것이다.

어느해 봄날이 될는지 기약하기 어렵겠지만, 선암매의 향기를 귀로 듣기 위해서도 다시 찾아야 하고, 눈덮힌 굴목이재를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걷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을 것이다.

..........

 

 

답글

  • 은순이

    일일선이라도 되고 싶고 매향을 위한 도도 깨치고 싶고..그곳에 가고싶다... 2013.05.01 20:32

  • 고량주

    나그네님의 산행기는 문화유산 답사기...정말 즐감이요. 2013.05.02 06:30

  • 주전자

    선암매, 와송, 편백나무숲...가서 직접 보고 즐기고 싶네요. 2013.05.03 12:19

  • 머털리

    산행기가 아니라 무슨 답사기..해설서..소개서 같은 작품같으네요. 정말 즐겁게 읽고 갑니다. 2013.05.04 22:46

  • 유진

    그러게요. 완전 책으로 펴내도 손색없는 베스트셀러가 될듯.. 2013.05.08 14:34

  • 진수

    일일선이 아니라 생활선인이 되셔야지요. 너무 좋은글 잘읽고 가네요. 건강하시구요. 2013.05.09 09:35

  • 갑돌이

    책으로 내도 좋을듯..즐감하네요. 2013.05.11 21:14

  • 연산홍

    책을 내는것이 아니라도 월간 간행물등에 투고하셔도 무난하실듯... 2013.05.14 14:24

     

  •  

    소리새 13.05.01. 09:48
    심심계곡 암반 사이를 흐르는 청류처럼 거칠것 없이 이어지는 갑장의 수려한 필체에 매번 감탄을 쏟아낼 뿐이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름다운 선경을 성의없이 훑어낸 졸작들이 동무의 산행기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소이다.. ㅎㅎ
     
    맨발나그네 13.05.01. 13:27
    밀린 저작권료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오... ㅎㅎㅎ
    어째거나 좋은 사진들 때문에 졸필이 그나마 사진보는 재미에 어쩔 수 없이 본다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 맨몸으로 걷기도 짐이 되던데 무거운 카메라까지 동행이 되어 수고를 하고 있으니,
    항상 고마울 따름이오.......ㅎㅎ
     
     
    따스한마음(회장) 13.05.01. 17:11
    언제나 그러하듯이 산행후 산행기 읽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봄과 가을의 다른맛을 느끼며 걸었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귀하고 소중한 산행기 깊히 깊히 마음에 새겨봅니다
    제사진도 한장 남겨주심에 감사드리구요 ㅎㅎㅎ

     

    맨발나그네 13.05.02. 17:29
    회장님과 함께하는 산행, 언제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未山 13.05.02. 10:24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그네는 맨발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도
    仙岩과 松廣이라는 두개의 話頭를 가지고 치열하게 내면싸움을 벌렸음을 알고 있습니다.

    자료수집도 단기간에 한 것이 아님을 알고, 평소의 독서량과 내용도 짐작이 됩니다.
    저가 아직 접하지 아니한 맨발나그네님의 산행기[님의 블로그]를 시간을 가지고 정독해 볼 요량입니다.
     
    맨발나그네 13.05.03. 07:19
    미산님의 사진 항상 즐감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엿볼 수 있고요...
    님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가끔 산행기에 퍼다 쓰기도 하고요...
    산행기라고 하지만 졸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저 산에만 다녀오기가 아쉬워 시작한 글쓰기인데 그냥 이제 취미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한치재 13.05.02. 16:32
    천년고찰의 설명이 조금은 이어 졌으면 더욱 기행문이 좋았을걸 태고종과 조계종 ? 그러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맨발나그네 13.05.02. 17:33
    천년고찰에 대한 설명은 지난 가을 다녀와서 쓴 글 '신선들이 걷던 길.... 조계산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걸었네'
    ( ☞ http://blog.daum.net/yooyh54/446)에서 한번 취급을 하였기에 생략하였습니다.

     
    노루귀 13.05.02. 18:00
    겹벚꽃과 연산홍이 꽃대궐을 이룬 선암사의 절집과 편백나무의 오묘한 향기속의 굴목재와 답사객의 허기를 채워 준 보리밥집과
    송광사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갑니다.
    지난 가을 단풍속의 절집과 봄 꽃속의 절집 비교 사진도 보기 좋습니다.
    매화 향기가 그윽한 어느 봄 날~~
    내 그리운 사람들과 그 곳에서 차 한 잔 마실 날을 기다려 봅니다.
     
    맨발나그네 13.05.02. 18:59
    지난 가을 노루귀님과 함께한 선암사 좋았습니다
    이번 봄 선암매의 매화 향기를 귀로 들으러 들렸는데 실패했습니다
    다음 번 날 좋은 봄날 선암매 꽃피웠다는 소식을 듣고 떠나봅시다
     
    카봇 13.05.02. 18:17
    한편의 멋진 여행수필을 읽은것 같습니다..
     
    맨발나그네 13.05.02. 18:59
    감솨하므니다
     
    아름다운 13.05.02. 20:26
    구석구석 안돌아 보는데 없이 돌아 다니면서 사진 찍으시고 잼있는 산행기
    정말 즐겁습니다~~~감사합니다~~~~~
     
    맨발나그네 13.05.03. 07:21
    ㅎㅎㅎ
    구석 구석 돌아다니기는 하는데 사진은 위에 기록한 분들이 찍은 사진을 쓴답니다.
    제 사진 실력보다는 그 분들의 사진이 더 멋있고 좋으니까....
    그래서 내 옆에 있으면 이것 찍어라 저것 찍어라 주문이 많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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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후영21 13.06.13. 08:47
    사진으로 자주보니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동네 형님같습니다.산행하시기에 좋은 체격인것같습니다.만수산행하십시요.
     
     
    김영희(고31) 13.06.14. 16:38
    26년전보다 더 젊으신것 같은데요...멋진산이네요...선배님도 멋지고요...만수산행하십시요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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