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새이령 길을 맨발이 되어 걷다

맨발나그네 2013. 9. 22. 15:12

 

새이령 길을 맨발이 되어 걷다

 

산 행 지 : 대간령

산행일시 : 2013914()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산행코스 : A: 흘리 - 마산봉 - 대간령 - 마장터 - 소간령 - 박달나무쉼터

                    B: 박달나무쉼터 - 소간령 - 마장터  - 대간령 - 마장터 - 소간령 - 박달나무쉼터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마음, 등봉조극, 송수복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 누구는 다섯봉우리(신선봉, 삼봉, 칠정봉, 둥글봉, 향로봉)가 남한에 있다고 하고 누구는 일곱 봉우리(다섯봉우리+마산봉, 가칠봉)이 남한에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인 마산봉과 운우지정을 위해 떠났건만 전날부터 시작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들머리에 도착해서까지 빗줄기가 가늘게 계속되고 있었다. 거기에다 어제 마셔댄 미혼탕으로 몸상태까지 안좋은데  B팀으로 오라는 악마의 손짓에 지고 말아 용대 삼거리에서 미시령 구도로를 따라 1.5km쯤 가다 나오는 박달나무쉼터를 들머리로 한 B팀에 합류하여 길을 걷는다.

 

 

▲  새이령 오솔길

 

▲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옛길

 

▲  새이령길을 따라 펼쳐지는 계곡

 

 

▲  마장터 자리엔 추억과 전설을 간직한  집 한채만이...

 

 

박달나무 쉼터 오른쪽에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나면 바로 큰 개울이 나타나는데 개울건너 길이 보이는 곳을 포인트삼아 개울을 건너 오솔길을 걷는다. 이 길이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를 잇는 샛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길 마루터기를 지름길이라는 뜻을 가진 샛령 혹은 새이령이라 부른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간령(間嶺)이 되었고, 큰 샛령과 작은 샛령을로 구분하여 대간령, 소간령이 되었다. 또다른 해석으로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의 고개마루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 길은 진부령과 한계령에 길이 뚫리기 전까지는 미시령과 함께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충지였었으니 지금은 옛 영화를 뒤로하고 희미한 옛길만 남아있다. 하지만 그 옛길을 사람들은 힐링을 하기 위해 찾는다. 박달나무 쉼터를 떠나 울창한 숲속을 한 30~40여분 걷다보면 만나지는 작은 샛령이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으나 계곡을 예닐곱번 건너야 하니 그리 쉬운 길은 아니다. 길 옆으로 다정하게 피어있는 산야초가 너무 정답다.

 

 

   

 

 

   

 

 

   

 

 

   

▲  새이령길에서 만난 야생화들

 

 작은샛령을 지나니 낙엽송 군락이 장관이다. 낙엽송이 족히 수십만그루가 펼쳐 놓은 대장관 속을 거닐자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가쁜해진다. 이래서 매주 주말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못배기는 나그네가 되고 만다. 낙엽송 사이로 난 작고 예쁘장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마장터와 만난다. 마장터는 소간령과 대간령 중간정도에 위치한다. 이곳은 40여년 전까지만 하여도 20여 가구 화전민들이 거주하였으나 1968년 발생한 울진 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이승복 어린이가 희생된 후 사람들을 이주 시킨후 현재의 모습대로 낙엽송과 한 채의 집만이 이곳이 옛날 복작이던 마장터 였음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마장터란 이름은 영동(고성, 속초 등) 사람들이 소금과 고등어, 이면수 등의 수산물을 가지고 왔고, 영서 사람들은 농산물을 가지고 와 물물교환하던 장소였다. 이 때의 운반수단은 지게 아니면 말 잔등에 물건을 실어 날랐으니 길손과 말이 하룻밤 묵어갈 숙소가 필요했을 것이다. 마방과 주막이 있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마장터이다.

 

▲  큰 샛령 고개마루에서의 맨발나그네

 

 

▲  A팀이 다녀 온 마산봉

 

▲  마산봉팀이 누린 풍경

 

마장터에서 물물교환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이 고개마루를 넘나들었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큰 샛령 고개마루이다. 이 샛령 넘어가 고성이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오늘 A팀이 목표로 한 마산봉이고 오른쪽에는 금강산 신선봉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진부령, 한계령, 미시령 길에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충지의 소임을 내어주고 옛 추억이 되어버린 대간령이다. 돌 탑 몇 개만이 이곳이 그 옛날 북적이던 실크로드(무역통로)였음을 말하는 듯 하다.

 

 

▲  마장터 가는길 추억을 만들고 있는 일행

 

 비록 A팀과 마산봉을 다녀오진 못했지만 낙엽송이 빽빽이 들어선 숲길을 누구와 함께 걸을 수 있음은 행복이다. 오늘처럼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걷다보면 나무에서는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가 넘쳐나고 계곡에서는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음이온이 넘쳐 나온다. 계곡물 소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뇌 활동을 안정시켜주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킨다. 거기에다 정다운 이들과 함께하니 웃음이 멈출 줄 모르고 이들과 나누는 정담은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니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다.

 

 

▲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보고 있는 회원들

 

▲  새이령길

 

 

숲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받으며 순둥이처럼 착하게 펼쳐진 새이령 길을 맨발이 되어 걷는다. 정도전은 그의 삼봉집에서 세상에서 유람의 즐거움을 다하는 자는 반드시 그윽하고 깊은 산수를 찾거나 아니면 광막한 원야를 걷는다. 그래서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근육을 수고롭게 한 뒤에야 즐거움을 얻는다라고 설파하였다. 고갯길이니 정신은 적당히 피로하고 근육은 적당히 수고로웠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  청복(淸福)을 만끽하며.....

 

 

 인간의 유전자가 오랫동안 자연속에 사는데 익숙해져 있기에 숲길을 걸으면 행복해진다. 걷기는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숲에서 방출되는 수없이 많은 건강물질들이 우리 몸을 활성화시켜주니 숲길을 걷는 것은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보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곧 맑은 즐거움이라는 말씀일게다. 오늘 정다운 이들과 걸은 새이령길은 청복(淸福)이다.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3.09.22. 17:11
초가을의 정취속에 청정지역 대간령 마장터 싱그러움으로 닥아옵니다
함게했던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행복에 젖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아름다운 13.09.23. 23:05
대간령 작년에 산행했던곳이네요 ~~~~~
멋진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당~~

 

김영희(고31) 13.09.22. 18:06

아름다운 가을꽃이 너무 예쁩니다.
선배님 몸이 개운치 않으실땐
산행 한주쯤 쉬시면 좋겠습니다.
청아한사진 감사히 봅니다. ^^
 

 

은하수별빛 13.09.22. 19:11
산길보다 저는 이쁘고 깜찍한 아름다운 꽃들이 확~ 저의 눈을 사로잡네용 므흣 사랑1 사랑2
 
엘도라도 13.09.23. 07:32
좋은 풍광이 손짓 하네요...
멋진곳 두루 살피시구 나중에 리딩해주세요^^*~

 

  • 미수다

    새이령길 청복을 나누어 주셔서 저도 행복합니다. 2013.09.22 16:12

  • 아라치

    청정한 숲향이 집안에 들어온듯 머리가 개운해지는듯합니다. 머리를 텅비우고 하루를 저런 좋은 숲길을 걷고 싶네요. 2013.09.22 16:22

  • 순희

    호젓한 숲길..마냥 걸어보고 싶네요. 2013.09.22 22:06

  • 갑돌이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는 말씀 가슴깊이 새겨 맨발나그네님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어지네요. 2013.09.23 09:40

  • 선머슴

    멋진곳 다녀오셨네요. 가고오는것만으로도 수명이 10년은 족히 연장될듯싶네요. ㅎㅎㅎ 2013.09.23 11:26

  • 사랑산

    숲향이 느껴지는듯...온몸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빠져 나갈듯하네요. 2013.09.24 10:51

  • 조랑말

    참 좋은 산행길입니다. 즐기고 가네요. 2013.09.27 10:48

  • 소영

    웃으시는 얼굴에 광채가 돕니다. 신령한 산기운을 듬뿍 받으셔서... 2013.09.30 09:22

  • 미수다

    좋은 산행길 잘보고 갑니다. 저도 나그네님 자취를 따라가보고 싶네요. 2013.09.30 13:06

  • 상철희

    산에 미치는 것은 우리의 유전자 탓이군요. 2013.10.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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