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무갑산에서 2015년을 마감하며...

맨발나그네 2015. 12. 31. 05:32

 

무갑산에서 2015년을 마감하며...

 

 

어 디 를 : 광주 무갑산(578m)

 

언 제 : 20151227()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무갑리-무갑산-웃고개-표고버섯농장-무갑리

 

사 진 은 : 따스한마음, 노루귀, 소리새

 

  새해을 맞아 영덕으로 해돋이를 떠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끝자락이다. 정말 세월이 빠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월이 유수같다고도 하고,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고도 한다. 더군다나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세월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하긴 19세기 말에 활동했던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10살짜리에게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80살 노인의 1년은 인생의 80분의 1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지적 생리적 노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이신 김영진 님은 그의 글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의 정도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산7000산악회가 마련한 송년산행에 따라 나선다.

 

 

 

  오늘 운우지정을 나눌 새 애인()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무갑산이다. 광주(廣州)는 그 이름대로 꽤 넓은 땅을 가진 고을이었으나 60년대 이후 한강 남쪽의 땅들을 서울시와 하남시, 성남시에 모두 내주어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쪼그라 든 고을이 되었다. 하지만 한강을 따라 수천년동안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았으며, 삼국시대에는 이 지역의 한강유역과 기름진 땅들을 찾이하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기도 하였든 곳이다. 조선시대 500여 년 동안은 왕실에 진상하던 고급 백자을 굽던 광주조선백자 요지(사적 제 314)가 있었고, 조선조 말에는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성인과 여러 천주교인들이 포교활동을 벌이던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을 품고 있는 고을이기도 하다.

그곳 광주에는 남한산성을 품고 있는 청량산, 백마산, 앵자봉, 태화산, 관산, 무갑산 등이 있는데 오늘은 그중 무갑산과 운우지정을 나누고자 한다. 광주시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무갑산은 초월읍에 위치하며 곤지암읍과 퇴촌면으로 지맥을 뻗치고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항복을 거부한 무인들이 은둔했다는 설 도 있고, 산의 형태가 갑옷을 두른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팔당호를 비롯한 주변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져 호연지기를 기를 만하도 하며,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산나물이 풍성하며, 여름이면 우거진 녹음,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단다. 겨울 눈꽃은 한라의 그것과 견줄 만큼 아름답다고 설명되어 있다.

 

▲  무갑산 GPS 기록

 

▲  무갑산 GPS 기록

 

▲  무갑산 정상에서 덕담을 나누고 있는 산7000회원들

 

▲  무갑산 정상에서의 맨발나그네

 

▲  무갑산 정상에서 바라 본 북쪽 풍광(날씨가 좋아서 양평시내와 용문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  이야기 꽃을 피우며 내려오는 길

 

    광주는 수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니 1시간 남짓만에 우리를 들머리인 무갑리에 내려 놓는다. 무갑리를 출발하여 무갑산과의 운우지정을 마치고 웃고개를 거쳐 원점회귀를 하니 6.8km, 대략 3시간에 걸쳐 놀멍 쉬멍의 송년산행이다. 오늘도 정다운 벗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걷는 행복을 맛본다. 산행을 마치고 날머리의 별천지가든에 자리를 잡고는 일년간의 산행을 회고해 본다.

 

▲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맨발나그네

 

▲  독도에서의 맨발나그네

 

▲  울릉도 성인봉에서의 맨발나그네

  2015년 애인()들과의 운우지정 만을 놓고 보자면 조금은 아쉬운 한 해 이다. 개인적으로 바쁜 한 해이었다 보니 총 산행(걷기포함) 40여회에 걸은 거리 335km 이다. 그 중 242km는 맨발걷기였다. 조강지처 광교산과의 운우지정은 겨우 8회에 그쳤으니 그녀의 삐진 얼굴을 보기 민망하다. 하지만 나름 의미있는 산행도 있었으니 5월달 몇몇이 오른 지리산 천왕봉이 그것이요. 8월달 다녀온 독도와 울릉도 성인봉이 그것이다.

 

▲  계족산에서의 맨발나그네

 

  또 다른 걷기로는 맨발걷기모임인 늘푸른 맨발의 행진멤버들과 다녀온 대전 계족산과 태안해변길1코스와 5코스이다. 계족산은 대략 14km에 이르는 산길에 황토를 깔아 만들어 놓았으니 맨발마니아들에게는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코스이다. 그 후 지인들과 6월과 112차례나 더 계족산에 들렸으니 계족산의 황토길에 반해도 단단히 반했나보다.

 

▲  태안해변길1코스

 

▲  태안해변길5코스를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만은 또 하나 반한 곳이 있으니 태안해변길이다. 해서 바쁜 와중에도 1코스와 5코스를 5월과 7월에 나누어 걸었으니 말이다. 태안해변길은 총 100km에 이른다고 하니 나머지 코스들도 시간 만들어 걷고 싶어지는 곳들이다.

 

▲  해남 두륜산에서의 맨발나그네

 

  한 곳만 더 꼽자면 지난 4월 다녀 온 땅끝 해남의 두륜산이다. 봄기운 충만한 4월의 남도땅 두륜산과의 꽃잠자리는 설레임으로 들뜬 행복한 하루였다고 그날의 산행기는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이외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다녀 온 이곳 저곳이 다 노스텔지어이고 추억이다. 곧 맞이하는 2016년에는 어느 여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내년의 운우지정이 기다려진다. 앞서 언급한 아주대학교의 김영진 교수는 그의 글에서 시간이 빨리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그때그때 빨리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쌓여 마치지 못했던 경험들이 반복될 때라고 설명 뒤에 내가 지난해를 아주 바쁘게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구나여기며 오히려 스스로를 칭찬해도 좋을 것이라 적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전국시대의 양자는 사람이 1백 살을 산다고 해도 거기서 어린시절과 노인시절, 잠자는 시간과 깨어 있어도 헛되이 보내는 시간,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만족하며 보낸 날은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렇다. 세월은 어떤이에게는 한없이 빨라 항상 모자랄 것이고, 어떤이에게는 항상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맨발나그네도 가는 세월을 붙잡아 매둘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 본들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는 그날 까지 세상의 연인()들과 벗삼으며 경허스님의 시귀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을 읊조리며 신선흉내를 내는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다)이 되어 남은 인생길이 즐거운 소풍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대신 오늘처럼 미혼탕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 독자들이여!!!

올해도 여러분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한 해 였습니다. 당신들과 함께한 순간 순간이 추억으로 간직될 것입니다. 당신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닥아오는 2016년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년 마지막 날 맨발나그네 유윤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