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초딩동창들과 통영으로 떠난 수학여행

맨발나그네 2016. 3. 29. 20:22



1) 2014년 11월 1일 충주 하늘재 소풍 ( 산행기 가기 ☞  http://blog.daum.net/yooyh54/572)

2) 2010년 7월 3일 안면도 소풍 ( 여행기 가기 ☞ http://blog.daum.net/yooyh54/298 )


초딩동창들과 통영으로 떠난 수학여행

어 디 로 :

                  (첫째날)

                  달아항~연대도~만지도~달아항~달아전망대

                  (둘째날)

                   한려수도 케이블카~미륵산~쌍계사

언 제 : 2016326~27

누 구 랑 : 초등동창들과

사 진 은 : 지기호, 본인

  

▲  초딩시절 6년동안 다녔던 양감초등학교 모습(1966년)


▲  서울과 인천으로의 수학여행(1966년)


▲  졸업앨범속의 우리들

 

   앞가슴에 커다란 손수건을 매단 8살 코흘리개로 만난지 어언 55년이다. 6년동안의 초딩시절을 보내고 우린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 후 어느해부터인가 동창회를 만들어 일년이면 서너차례씩 소풍, 송년회 등으로 만나 회포를 풀어왔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학여행을 가잔다. 하긴 한 학년이 한 학급 밖에 없던 내 초등학교 모교에서는 수학여행을 가기위해서는 5~6학년 두 학년이 합쳐야 괜신히 버스 한 대를 대절할 수 있었기에 수학여행을 못가 본 친구들도 꽤 있을지니 괜찮은 구상이구나 하며 따라 나선다. 그 시절 어렵게 12일 수학여행이랍시고 떠나봤대자 고작 서울의 창경원, 남산, 인천의 월미도 등을 둘러보는 정도였다. 그 시절이 한이되어서인지 멀리 남쪽 통영으로의 수학여행이다.


   

▲  GPS 기록


▲  연대도에서


▲  연대도와 만지도를 연결한 구름다리


 

  12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22명의 친구들의 모습은 모두 열 살 무렵의 그 시절 소년소녀가 되어 마냥 좋단다. 고향인 화성시 양감을 출발하여 오산을 거쳐 통영에 도착이다. 식당에 들려 통영의 유명한 음식인 멍게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통영 달아항에서 배를 타고 작고 예쁜 섬 연대도에 도착이다. 통영은 유인도 42개와 무인도 109개가 있어 총1,023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 전남 신안에 이어 두 번째로 섬이 많은 고장이다. 그 통영의 아름다운 섬들 중 하나인 연대도(煙臺島)는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에서 왜적의 동향을 살피고 알리기 위해 섬 정상인 연대봉에 봉수대를 설치한 데서 온 이름이고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만지도는 주변의 다른 섬보다 늦게 주민이 정착하였다 하여 만지도라 불려지게 되었다고 달아항과 연대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의 선장은 자세히 설명한다.


▲  통영 달아항


▲  연대도행 여객선 안에서


▲  연대도 선착장


▲  연대도 선착장


▲  연대도 선착장에서 본 연대봉


▲  연대도 선착장에서 바라 본 구름다리


▲  연대봉 기슭에서 본 구름다리와 그 넘어 만지도 탐방로



▲  연대봉 기슭에서 본 아름다운 섬 풍경


▲  연대봉 기슭에서 본 아름다운 섬 풍경


▲  연대몽돌해수욕장


▲  연대도 지겟길 게이트



▲  대나무숲 지겟길

 

  선착장에 내린 일행의 일성은 ! 아름답다!”였다.

통영에서 태어나고 통영에 묻힌 박경리 소설가는 통영이 한국의 나폴 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한국의 통영이라고 통영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아름다운 섬여행이지만 나가는 여객선이 예약되어 있으니 서둘러 섬 트래킹에 나선다. 선착장~연대몽돌해수욕장~연대도 지겟길 게이트~대나무숲지겟길~북바위전망대~옹달샘~오곡도전망대~다랭이밭사이 지겟길~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묵은지같은 친구들과 걷는다. 일기예보상 통영의 날씨가 60% 비 올 확률이어서 배낭에 우산까지 챙겨왔건만 입학 55주년을 기념하기위해 수학여행 온 우리들을 반기는지 화창한 봄날씨를 선사한다.



▲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  연대도 지겟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  전망대에서 쉬기도 하고


▲  걷는 내내 왼쪽으로 나타나는 쪽빛바다는 노스텔지어다


▲  오곡도 전망대에서


▲  마냥 우리 어릴적 자랐던 시골길을 연상하게 되는 연대도 지겟길


▲  지겟길 곳곳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


▲  안내 표지판 속의 섬들. 정지용 시인은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바다는

 더 이상 나의 필력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극찬을 하였다지 아마.....


▲  연대도 양식장 풍경


▲  연대도의 아름다운 바다



  남녘의 훈풍을 받으며 사방으로 확 뚫린 바다를 보며 겨우내 움츠린 몸을 펴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다. 양지바른 곳에 핀 개복숭아꽃이나 제비꽃 등은 여친들을 열댓살 소녀시대로 안내한다. 걷는 내내 길 왼쪽으로는 쪽빛바다와 병풍처럼 섬들이 펼쳐져있어 눈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전망대마다 눈앞에 펼쳐진 섬들의 이름을 자세히 표시해 논 안내판이 있지만 잠시잠깐 다녀가는 이 나그네들에게 그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름다운 섬으로 기억될 뿐이니까. 비록 나이탓으로 힘들다고 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걸 보면 행복한 여행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  만지도 탐방로



▲  만지도에서의 맨발나그네



▲  동백꽃 수줍게 꽃내민 만지도 탐방로


▲  만지도 탐방로에서 만난 동백꽃, 남쪽임에도 의외로 동백꽃 구경하기가 쉽지않다


▲  만지도에서 본 연대도 선착장과 연대봉

 

  연대도 지겟길을 둘러본 후 2014년말 완공된 구름다리를 건너 만지도로 향한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해 놓은 탐방로를 따라 만지도를 한바퀴 돌고 다시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5km2시간30여분간의 연대도~만지도 트래킹을 마무리한다.



▲  달아전망대


▲  달아전망대에서 만난 노을


▲  달아전망대에서


 

  그리고 달아전망대에 들려 다시 한 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들과 해질녘 풍광을 감상하고 숙소인 팬션으로 향한다. 숙소에선 다시 생선회를 펼쳐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잠자리에 든다.

 

   열네명의 남자녀석들이 한 숙소에 머물다 보니 가관이다. 새벽 네시부터 일어나 잔소리를 늘어놓는가 하면 이런저런 부스럭거림에 잠을 설친다. 그 와중에 회장인 윤기는 친구들을 위해 아침밥을 앉히고, 어제밤 생선회가 넘쳐 못먹은 돼지목살을 구어대는 친구들이 있어 나머지 친구들이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다음 목적지로 떠날 수 있었다.



▲  한려수도케이블카 하부 터미널


▲  운항중인 한려수도케이블카


▲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시가지


▲  해무 때문에 선명하진 않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 앞바다


▲  미륵산 정상에서

 

  둘째날 첫 번째 여행지인 통영 미륵산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그 길이가 1,975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길며 8인승 곤돌라 48대가 연속적으로 승객을 운송한다고 한다. 그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수도의 경치를 감상하며 미륵산에 오른다. 해무로 인해 시야가 좋진않지만 케이블카 상부터미널에 내려 미륵산 정상으로 향하며 이곳저곳에 설치된 당포해전, 박경리 묘소, 봉수대, 한려수도, 통영항, 통영상륙작전, 신선대, 한산대첩 전망대와 쉼터들을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첫 번째 일정을 마치고 다음 일정인 하동 쌍계사로 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필이면 구례 산수유꽃축제의 마지막날이어선지 하동IC에서 쌍계사까지 40km여를 무려 두서너시간이나 걸린 지루한 여행이었다. 길 양옆으로는 벚꽃나무 지천이건만 만개직전의 터질듯한 몽우리 상태였다. 그나마 차안에서 여자동창들의 합창이 없었드라면 그 지루함을 어찌 견뎠을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하여튼 쌍계사 입구의 식당에서 재첩국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우곤 쌍계사를 들리지도 못한채 부랴부랴 상경길에 올라 오산에 도착하여 헤어지니 우리들의 12일간에 걸친 수학여행이 마무리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은 많은 친구관계를 맺는다. 친구(親舊)가까이에 오래 두고 본 사람이니 아마도 초딩동창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 오래 두고 본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옷은 새옷이 좋고, 사람은 묵을수록 좋다고 하지 않는가. 55년간 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나 온 우리 초딩동창들이야 말로 묵은지 같은 친구들이다. 가끔은 이견이 있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어릴적 써먹던 쌍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막역한 사이이기에 곧 화해하고 풀어지는 사이인 것이다. 55년동안 만나오면서 누구는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기도 하였고, 누구는 병상에서 힘든 투병생활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이런저런 일로 인하여 모임에 못나오기도 해서 오늘도 60여명의 동창생들 중 22명이 떠난 12일의 수학여행이었지만 마음만은 모두 함께한 여행이었다. 속담에 천금(千金)을 얻기는 쉽지만 벗을 얻기는 어렵다라 던데 우리는 55년전 만난 벗들과 오늘도 함께 하였고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함께하기로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고 헤어졌으니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는 그날까지 우리는 막역지우라는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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