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풍류에 취한 용성골에서의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6. 8. 2. 16:51

풍류에 취한 용성골에서의 맨발나그네

어 디 를 : 괴산 깃대봉 (835m)

언 제 : 2016724()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원풍리 용성골-말용폭포-깃대봉(원점회귀)

사 진 은 : 소리새, 따스한마음, 미산, 노루귀, 본인


   




 

  지명에 느티나무 괴()자를 쓰는 괴산(槐山)은 대부분이 산지이고 유난히 느티나무가 많은 고장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박문각이 제공한 시사상식사전에 의하면 느티나무는 1천년 이상을 생존하는 나무로 우리나라의 수령 1백년이상의 보호수 97백그루 중 58%를 차지하는 나무이다. 또한 괴산은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가며 풀어놓은 산들 30여개가 감싸 안은 형국이며 산이 높고 많으니 당연히 골이 깊고 물이 많은 고장이다. 전국에는 40여개의 구곡이 있는데 그 중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갈은구곡, 고산구곡, 연하구곡, 풍계구곡 등 전국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7개가 괴산에 있다. 그 외에도 괴산에는 사담계곡, 송면계곡 등도 있어 오늘 여름 계곡 산행지로 잡은 용성골계곡은 인적이 드문 축에 드는 곳이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괴산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의 환산 100세 이상 수가 42.1명으로 한국 최고 장수마을로 꼽혔다.









 

  오늘의 들머리는 연풍면 원풍리 수옥폭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10여분 발품을 팔으니 용성골 입구의 용성골팬션이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깃대봉 산행이 시작되는데 참석인원 50여명중 깃대봉으로 향하는 인원은 1/3에 불과하고 모두들 계곡 여기저기에 자리를 핀다. 하지만 맨발나그네는 깃대봉과의 운우지정을 위해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걷는다. 반석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과 어우러진 푸른 숲은 정말 보기 좋다. 조금 더 오르니 우측으로 말용초폭포가 그 위용을 자랑하건만 내려올 때 들르기로 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한참을 걷다가 계곡과 헤어져 된비얄을 오른다. 땀은 땀대로 온 몸을 적시고, 숨은 턱까지 차올라 헐떡이게 된다. 그래도 뭔가 그동안 몸안에 쌓여있던 노폐물과 오욕칠정으로 찌든 스트레스가 빠져나가는 듯 하여 기분은 상쾌하다.





 

  그렇게 오른 깃대봉 정상이다. 산의 모습이 깃대처럼 뾰족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깃대봉이 백두대간의 산이니 정상에 서면 월악산, 만수봉, 포함산, 부봉, 주흘산,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산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깃대봉 표지석을 끌어안고 인증샷도 남기고 함께한 일행들과 반야탕을 한 잔 털어 넣으니 다시 일일선(一日仙)으로서의 행복감이 온 몸을 감싼다.









 

  좀 더 정상에서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건만 인간세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하산길을 서두르게 된다. 어렵지않게 오던 길을 되짚어 하산하다 말용초폭포에 닿는다. 길이 5m, 너비1m, 깊이 2m의 바위소를 가진 3m폭포이다. 폭포 밑으로는 100m에 이르는 반석이 있어 그 위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니 주변과 풍광과 어울려 운치를 더한다. 올라갈 때 정신없이 걷느라 놓친 주변의 풍광도 다시 한번 되돌아 본다.



▲ 김홍도의 만월대계회도(滿月臺契會圖)



▲ 차일을 치고 복달임을 하고 있는 산7000산악회계회도


▲ 차일을 치고 복달임을 하고 있는 산7000산악회계회도


▲ 가마솥에서 끓고있는 토종닭백숙







 

 

  그렇게 이곳 저곳에 한눈을 팔며 내려오다 보니 오늘 뒤풀이 장소인 용성골팬션이다. 이 맨발나그네 일일선(一日仙)이랍시고 주선(酒仙) 흉내를 내보려 하건만 항상 주변 경치에 취하고 좋은 벗들에 취하니 술은 반야탕에서 미혼탕으로 옮겨가고 주선(酒仙)에서 취선(醉仙)모드로 바뀌니 병도 큰 병이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서 100세이상 어르신에게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절제된 식습관(39.4%),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 유전적 요인(14.2%) 라고 답했다 한다. 그 들중 70%이상이 평생 술과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다고 답했단다. 허나 이 맨발나그네는 너무 자주 취선(醉仙)이 되기도 하고 무절제된 식습관, 무규칙적인 생활 등 모든게 그들과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으니 100년 넘게 이세상 구경을 하기는 초저녁에 틀려버렸다  


 화원출신으로 용성골이 있는 이곳 연풍현감을 3년간 지낸 단원 김홍도는 개성 만월대에서 수많은 선비들이 계회를 가지고 들잔치를 하는 술잔치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으니 <만월대계회도(滿月臺契會圖)>이다. 송악산 아래 차일을 치고 초대받은 노인 64명이 둘러앉아 술상을 받고, 그 주위에는 많은 구경꾼이 있으며, 그림속 풍경에는 주모와 음식을 이고 나르는 아낙네, 술에 취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동냥 손을 내민 거지 등 여러 군상이 흥겹게 펼쳐져 있다. 비록 사진속의 <만월대계회도(滿月臺契會圖)>처럼 참석자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하지만 산7000산악회 회원들도 차일을 치고 토종닭백숙을 가마솥에 끓여 안주삼아 모두들 흥겹게 한잔 하며 옆 계곡물에 몸을 담근다. 이처럼 지금이나 옛날이나 주흥에 젖어 산수와 풍월을 즐겼으니 낭만이요 풍류이다. 이 맨발나그네 또한 수의 한 벌 얻어입고 떠나는 그날까지 가끔씩이나마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연을 사랑하며 풍류을 즐기는 일일선(一日仙)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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