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독산성길 느리게 걸어보기

맨발나그네 2016. 7. 12. 20:36

독산성길 느리게 걸어보기

산 행 지 : 오산 독산성길

산행일시 : 201679

누 구 랑 : 나홀로

산행코스 : 산림욕장 주차장-양산봉-산림욕장-산림욕장 주차장


▲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전국의 걷기 길 코스


 

  대저 전국에는 걷기 길 코스가 몇 개나 있을까? 한국관광공사는 걷고 보고 느끼고 걷기여행길이라는 종합안내사이트(http://www.koreatrails.or.kr)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 의하면 전국에는 총 1,638개의 걷기 길 코스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 정부는 동··남해안과 DMZ 접경지역을 잇는 약 4,500km 코스의 코리아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걷기 열풍이다


▲ 한국관광공사의 걷기길 사이트에 나와있는 독산성길코스

 

    

▲ GPS 기록


▲ 독산성 산림욕장의 피톤치드 발생량 소개판

 

   이 많은 걷기 길 중 내가 가끔 찾아가는 곳이 있으니 오산시 도보여행코스인 독산성길이다.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던 독산성은 세마대지와 함께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유적지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친 권율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성곽길을 걸으며 주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특히 한여름 산림욕장에 누워 할 일 없이 시간보내기를 하는데 이만큼 좋은 곳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산림의 피톤치드 농도가 같은 기간 조사된 경기도내 산림휴양시설15개소의 평균 농도 0.471/에 비해 월등히 높은 1,620/로 조사되었다고 하니 이보다 좋은 곳이 있겠는가.


▲ 독산성길



▲ 나비와 노닐고 있는 맨발나그네



   초고속 성장과 치열한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가끔은 게으름을 선사하고 싶어질 때 찾는 곳이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인 오늘도 게으름을 피울 장소를 물색하다 들른 곳이 세마대 삼림욕장이다. 삼림욕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양산봉을 거쳐 숲 길을 걷다가 약수터에도 들리고 삼림욕장에 닿는다. 안락의자가 몇 개 안되 내 차지가 오지 않으니 벤치에도 앉았다가,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도 담그는 등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안락의자가 내 차지가 된다. 2개의 의자가 붙어있어 어쩔 수 없이 다 차지하고 누웠지만 내심 다른 분들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누워서 또 한 참 시간을 보내자니 나비 한 마리가 나에게 닥아와 데이트 신청이다. 또 그녀석과 한참을 노닌다.



▲ 독산성길을 한가로이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로 쌍소 지음, 동문선 펴냄)에서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느리게 살기의 즐거움을 이야기 하며 그 서문에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라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느림을 통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을 얻었다고 고백하면서 몇가지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방법 중의 하나가 한가로이 거닐기이다.


▲ 독산성 산림욕장


 

  그런가 하면 체코 출신의 밀란 쿤데라는 그의 저서 느림(출판사 : 민음사)에서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 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라며 안타까워 한다. 체코 출신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느림의 즐거움을 내 어릴적 시골풍경과 대조해보곤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장면이다.

 

 독일작가 스텐 나돌니의 소설 느림의 발견(출판사 : 들녘 ) 에서는 너무나 느렸기에 많은 것을 알게 된 한 탐험가의 삶이 그려지고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변화를 통해 삶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저서 정원의 즐거움(출판사 : 이레)에서 나의 무수한 창작력과 아이디어는 정원 일의 노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영감일 뿐이다.” 라며 느리고 느린 철학적 사유에 대해 말한다.



▲ 독산성 산림욕장


  어째거나 초고속 인터넷 과 휴대전화로 무장하고는 모든 것을 빨리 빨리처리하지 않으면 곧 도태될 것 같은 경쟁사회의 우리들에게 슬로 라이프(Slow Life)’는 항상 갈망하는 삶이다. 하지만 쉽지않다. 해서 짜투리 시간이라도 날라 치면 맨발이 되어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일일선(一日仙)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 맨발나그네가 추구하는 삶이다.


▲ 독산성 산림욕장


 

  노자의 사상인 무위자연(無爲自然)’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이라 한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부귀영화를 위해 발버둥 쳐 본 적도 있었고, 무엇을 얻기 위해 안달복달을 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부귀영화와 빈천굴욕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항상 한 쪽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게 아님을 뒤 늦게 눈치채게 되었다. 또한 빨리 서둔다고 안 될이 될리도 없다. 욕심이 적어야 만족과 행복이 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기에 가끔씩이라도 빨리보다는 느리게 그러한 대로 살아보자는게 이 맨발나그네가 뒤늦게 터득한 이치이다.

  노자에게 무위자연(無爲自然)’사상이 있다면 장자에게는 소요유(逍遙遊) 가 있다'소요유(逍遙遊)'의 심오한 내용을 다 늘어놓기에는 내 실력도 부족하고 지면도 부족하다. 하지만 내 보기엔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처럼  육체나 사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이리저리 자유롭게 거닐면서 살아가는 삶을 말하는 듯 하다.


▲ 피톤치드 넘쳐나는 독산성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 나비와 희희낙낙중인 맨발나그네


   그렇다고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나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가 그저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지내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삶의 리듬을 한 템포 늦춰보자는 것이다. 바빠서 죽겠는 현대사회의 빠름병과 성공에 매몰된 삶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아니 나만이라도 가끔씩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가는 대로(大路)를 벗어나 샛길로 들어서 걸어 보련다. 피톤치드 넘쳐나는 독산성 산림욕장을 느리게 거닐며 마음과 육체의 피로를 풀고 의욕과 원기를 되찾아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삼림욕장의 안락벤취에 누워 나비와 노닐어 보면서 바쁨의 중독에서 벗어나 느림의 행복을 누리련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크게 외칠 것이다.

 “on’t  hurry, 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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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6.07.13. 16:25

요즘 소식이 궁굼했는대요
이렇게 산행기를 대하네요
같이좀 가지않구여 오산 근무시절 자주걷던 독산성 가보고싶으나 가깝지만 실행이 어려웠네요
글구여 혼자가면 사진은 누가찍어 주나요
불현듯 그거이 궁굼하네요ㅋㅋ

나그네 16.07.13. 23:01
가끔은 고독을 즐기기도 해야하구요~~
또 한가로이 걷고 싶은데 회장님은 걸음이 너무 빠르잖아요~~ㅎㅎ

김광회 16.07.13. 20:10
대단하십니다.
인생에서 자기자신에 의한 Life cycle 이 얼마나 되나요
조금지나면 덤으로 사는인생인데,,,,, SLOW LIFE 마음에 와닫네요.
헬기장에서 줄발하나요,? 

안대환 (중21회) 16.07.17. 19:01
선배님 산행기록 자료가 너무 좋으시니 책을 출간해도 충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