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의 풍경에 취하고 유하주에 취한 맨발나그네
● 어 디 를 : 김천 수도산 (1,317m)
● 언 제 : 2016년 6월 26일(일)
● 누 구 랑 : 산7000산악회
● 코 스 는 : 수도리주차장-수도암-수도산-수도암-수도리주차장
● 사 진 은 : 소리새, 따스한마음, 미루, 노루귀, 본인
▲ 함께한 산7000산악회
▲ GPS 기록(미루님 제공)
세월은 참 빠르다. 여수 향일암으로 새해 해맞이를 떠난 것이 엊그제 같건만 벌써 올해의 절반이 흘러갔다. 그리고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해도 그랬듯이 여름이란 계절은 더위를 몰고 어김없이 찾아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괴롭힌다. 이런 날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계곡을 찾아 발이라도 담고 싶어진다. 산7000산악회가 6월 정기산행지로 정한 수도산의 수도계곡은 김천시청 홈페이지 소개에 의하면 물 흐르는 소리와 울창한 숲 사이를 스쳐 지나는 바람소리는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단다. 그러니 큰 기대를 안고 떠난 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가다가 추풍령을 넘으면 처음 접하는 영남 땅이 김천이다. 김천은 충북과 전남과 경남의 접경지역에 있는 영남의 관문으로 황악산, 대덕산, 금오산이 둘러싸고 감천, 직지천이 젖줄을 이루고 있어 산좋고 물 맑은 고장이다. 그곳 김천시내에서 차로 1시간여 남쪽으로 달리면 경남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해발 1,317m의 산이 있으니 곧 수도산이다.
▲ 들머리인 수도리 주차장을 떠나서
▲ 마을 어귀에는 두부집들에서 두부를 만들고 있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 연리지였던 나무의 한쪽이 죽어 애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소나무
▲ 한쪽이 세상을 떠난 연리지가 애잔하여...
(왼쪽이 고향이 김천인 무심천님, 오른쪽은 산7000산악회 회장인 따스한마음)
오늘도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출발하여 도착한 수도리주차장을 들머리로 하여 수도산을 향한다. 주차장에서 수도암까지 1.5km 남짓의 길은 시멘트포장이어서 약간 불편하다. 길옆의 계곡 또한 장마철이면서도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물고기가 바글바글한다고 큰소리 친 송수복 산행대장의 안내가 무색해져 버릴 정도로 큰 물이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심산유곡 답게 길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겹겹이 어우러진 원시림이 우리를 환영한다. 이 길을 걸으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번뇌를 내려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 수도암 입구
▲ 수도암 대적광전과 약광전
그렇게 도착한 수도암이다. 대략 해발 1,080m에 위치해 있고 우리가 들머리로 잡은 주차장이 해발 700m이니 380m나 고도를 높혀야 만나지는 곳이다. 일행중 이 고장을 고향으로 둔 무심천님의 설명에 의하면 수도암은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청암사의 산내암자로 철철이 수행자들이 모여드는 살아있는 수행처로 수도산 8부 능선인 해발 1080m에 세워진 암자로 청암사와 같이 헌안왕 3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풍수의 원조인 도선국사가 이곳에 절터를 잡고 너무 좋아 사흘 밤낮으로 춤을 췄다는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 옥녀가 비단을 짜는 형국)의 명당이란다.
300년 전 우담 정시헌은 “절이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으면서도 평평하고 넓게 트였으며 가야산을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봉우리의 흰 구름은 끊임없이 모였다 흩어지니 앞문을 열어두고 종일토록 바라보아도 그 의미가 무궁하여 참으로 절경이다.”라고 예찬했단다.
대적광전의 석조 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307호), 약광전의 석불좌상(보물 제296호), 대적광전과 약광전 앞에 동서로 하나씩 뚝 떨어져 자리 잡은 삼층석탑(보물 제297호)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3층쌍탑 사이의 석등과 ‘창주도선국사’ 새김이 있는 돌기둥이 있다.
이 수도암을 뒤로하고 수도산 정상을 향한다. 다시 고도를 300여m 올려야 하니 쉽지는 않지만 천혜의 숲길을 걷는 기분은 최고이다. 산은 육산이어서 부드럽고 나무들은 원시림이어서 하늘에 닿아 있다. 숲의 향기는 코를 간질이고, 한들거리는 나뭇잎은 눈을 간질이고 바람의 속삭임은 귀를 간질인다.
어느정도 고도를 높혀 능선길을 걷고 있노라니 숲과 내가 하나가 되어 행복감을 높인다. 도시의 인파와 소음에 괴로워하던 내 몸과 마음은 어디론가 떠나고 오감이 즐거워지는 산길이 있기에 맨발나그네 매주 휴일이 되면 일일선(一日仙)을 자처하며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온다. 같이 걷고 있는 산7000의 총무인 노루귀님의 입에서도 연신 “좋다!”라고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그렇게 걷다보니 수도산 정상이다. 정상은 가뜩이나 좁은데 정상표석, 돌탑에 삼각점 안내판까지 있으니 더 비좁아 보인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풍경은 일망무제이다.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여 출렁이는 푸른빛 뿐이다. 웅장하게 넘실대는 마루금의 파노라마에 취한다. 올라오던 길 중간급유라 핑계대며 마신 유하주(流霞酒 : 신선이 마신다는 술)에 취하고 수도산 정상에서 본 파노라마에 취하니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아니라 취선(醉仙)이 될까 걱정이긴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취하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 아니던가.
▲ 노루귀표 새싹 비빔밥
그렇게 정상에서 한참을 취해 있다가 오던 길을 되짚어 조금 내려오니 일행들이 점심상을 펼친다. 오늘 메뉴는 이름하여 새싹비빔밥이란다. 비닐을 깔고 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 비벼낸 비빔밥은 일품이다.
점심상을 물리고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내려오는 길 또한 다르지 않아 아름다운 숲과 바람과 새들이 펼친 교향악의 선율을 들으며 걷는다. 함께한 최현정님이 “원점회귀 산행은 올라갈 때 힘들어 놓친 풍경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어 무척 좋다”고 한다. 하긴 그렇다. 올라갈 때 놓쳤던 야생화도 다시 보이고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원시림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그러자니 하늘의 기가 그 거대한 나무를 타고 내려와 내 몸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나무들의 싱싱한 기운 또한 내 몸을 파고드니 일일선(一日仙)으로서의 내 삶이 만족스럽다.
▲ 하산 길목에 자리잡은 손두부식당에서 손두부파티 중
그렇게 아름다운 숲길 7km를 걷고 수도계곡 한쪽 어귀에서 알탕을 하곤 근처 뒷풀이 장소인 무골식당으로 향한다. 김천을 고향으로 둔 무심천님이 동동주의 맛이 근사하다고 하여 기대를 한참하였으나 주인 할머니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그 지역의 막걸리로 대체 하였단다. 김천의 그 유명하다는 과하주(過夏酒 : 수백 년 내려온 김천의 유명한 술)는 아니어도 무골식당표 동동주라도 맛볼려 했었건만 조금은 실망인채로 다시 취선(醉仙)모드가 된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수도산의 숲길에 취하고, 1,317m 수도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탁 트인 파노라마에 취한데다가 올라가기 힘들다고 중간급유네 뭐네 하면서 마셔댄 소주에 막걸리이다. 내려오는 길 마을어귀 생두부 안주삼아 또 몇 잔 들이붓고, 뒤풀이 장소에선 막걸리와 소주가 왔다갔다 한다. 내 일찍이 일일선(一日仙) 흉내를 내고 있으니 이 모두가 유하주(流霞酒)라 우겨보지만 사실이 아님을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바이다. 하지만 중국의 주선(酒仙)으로 통한 이태백이 “술 백잔에 시 백편을 지었다”고 하니 그에게 술이 없었다면 그의 아름다운 시도 없었을 것이고, 소동파에게 술이 없었다면 ‘적벽부’도 없었을 것이다. 두보, 백거이, 도연명과 여류시인 이청조도 음주 시인으로 유명하다. 이 땅의 옛 시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철의 권주가인 ‘장진주사’가 그렇고 우리 문학사의 변영로, 조지훈, 고은, 천상병 등이 시와 술에 일가를 이루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바다건너 보들레르, 에드거 앨런 포 등도 술에 탐닉한 문학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풍류객 흉내를 내고 있는 맨발나그네는 오늘도 장주(長酒)에 이어 폭주(暴酒)에 이르러 주선(酒仙)입네 우겨본다. 주선(酒仙)과 취선(醉仙)의 사이가 엄청 먼 사이지만 술의 힘을 빌려 주선(酒仙)이라 우겨보지만 시인인 조지훈이 나눈 주도유단(酒道有段)에선 주선(酒仙)위에도 주현(酒賢), 주성(酒聖), 주신(酒神)의 경지가 있다고 하니 아직도 갈 길이 멀 뿐이다. 갈 길은 멀고 취한 눈은 자꾸 감겨 더 이상 떠드는 것은 무의미하니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宴梅道士山房(연매도사산방)의 한 구절을 읊으며 잠자리에 든다.
童顔若可駐 何惜醉流霞(동안약가주 하석취유하 ; 동안을 그대로 잡아둘 수 있다면, 유하주에 취한들 무엇이 두려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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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 글 )
한치재 16.06.28. 16:28
닥아옵니다 션한 산행길과 정감이 넘쳐나는 회원님들과의 우정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ㅎㅎ
아주 유익한 한편의 드라마를 쓰시겠어요 꼭 그런일이 일어나도록 기대하겠습니다,
아주 휼륭한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멋집니다~
신선이 마시는 유하주는 어떤술인지 모르지만,~~화성향남에 누룽지술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수박서리하다 들켜 혼나기도하고~~
드라마 제목같기도 하고 기억속에 추억이 간직되어 있네요.
재미치고는 어리석은 추억
철렵하다 청양고추에 이슬이 한잔헀다.
장이꼬여 죽다살아난 가억은 그런대로 기억하고 싶은데,,,,,
참
그래도 유대감 어르신덕에 철창신세는 면헀네요.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어도 그년이 그년입니다.
언제나 인간세계로 돌아갈런지,,ㅋ
이제는
미혼탕이 아닌 반야탕 을 즐검할때도 되었건만..
그놈에
미혼탕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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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어 동동주를 좀마셨습니다.좋아하는 술를 멀리 하게 되는것이 서럽드라고요.비 현실적이라고 모두가 얘기 하나 혼자서 대체 요법으로 건강 챙겨 보며 나그네님의 산행기 재미 있게
읽었고 문인들은 책으로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오래 여행기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