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되어 백두대간 오지 약수산을 걷다

맨발나그네 2016. 5. 27. 17:18


맨발나그네되어 백두대간 오지 약수산을 걷다

 

어 디 를 : 홍천 약수산 (1,306m)

언 제 : 2016522()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구룡령~약수산 정상~명개리

사 진 은 : 노루귀, 본인


▲  등산 안내도


  

▲  GPS 기록


 

  덮다. 5월 중순인데도 연일 수은주는 30도 이상을 가르키고 있다. 기상청은 84년만의 5월 폭염이라고 하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계속되는 오존주의보와 미세먼지 예보가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우울한 우리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5월중순인데도 벌써 청량한 바람과 시원한 숲이 그리운 계절이다. 이럴 때 배낭하나 둘러메고 울창한 숲속을 거닌다면 잠시나마 더위도 잊을뿐더러 맑은 공기와 숲내음을 맡을 수 있을지니 더할 나위 없건만 그것조차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산7000산악회가 백두대간의 약수산을 찾는다기에 열일 제쳐두고 따라 나선다.

 오늘의 들머리는 백두대간과 교차하는 구룡령이다. 구룡령은 20148월 갈전곡봉을 거쳐 연가리골을 걷기위해 찾았을 때 그 들머리이기도 한 인연을 가진 곳이다.

(나그네 맨발되어 백두대간에 서다<http://blog.daum.net/yooyh54/566> )



▲  백두대간을 걷는 사람들이 걸어 놓은 리본


▲  된비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  된비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  약수산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  약수산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들머리인 구룡령을 떠나 약수산으로 향한다. 약수산이 1,306m이고 구룡령은 해발 1,013m이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산 길은 숨이 턱 턱 막히는 된비얄이다. 주변 숲을 감상하기 어려운 비탈이지만 좌우로는 산 철쭉이 도열해 우리를 맞아주고 그 밑으로는 단풍취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도심의 생활에 찌든 우리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  1987년 6월 소백산의 철쭉


▲  2011년 6월 방태산의 철쭉


▲  2016년 5월 초 보성 사자산의 철쭉


▲  약수산 정상에 세워져있는 등산 안내도


▲  약수산 정상


▲  천상의 화원에서의 맨발나그네


▲  철쭉바다 속을 걷고 있는 일행들


▲  천상의 화원에 펼쳐진 부페


 



  약수산 정상을 찍고 날머리로 잡은 명개리를 향해 가는 능선길 내내 산철쭉 향연이 벌어진 천상의 화원이다. 아주 옛날이긴 하지만 소백산 철쭉밭을 걸어 보았고, 몇 년전 방태산 깃대봉을 찾아 철쭉의 향연에 몸을 맡겼었고, 이달 초에는 보성 사자산의 철쭉 바다에 빠져 행복했었는데 약수산 산철쭉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왔었기에 기쁨과 행복은 배가 된 듯하다. 철쭉꽃 파노라마가 몽환적으로 펼쳐지는 천상의 화원에서의 점심상은 또다른 행복이다. 어릴적 가마솥뚜겅위에 구어먹던 향수어린 뱅어포구이가 있는가 하면 홍어회무침, 코다리찜 등등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에 펼쳐진 뷔페다. 새벽 댓바람에 출발하기도 벅찼을텐데 호화부페를 준비한 종아님, 현정님, 노루귀님에게 이글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이제 철쭉꽃 화원을 떠나 고도를 팍 낮추어야 한다. 된비얄은 올라가기만 어려운게 아니고 내려오기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백두대간 속 길이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특히나 맨발로 걷고있는 이 일일선(一日仙)은 아무리 신선인체 할려해도 표정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약수골 상류에 발을 디딘다.








   

   

   

   

  

   

   


             

  약수골을 따라 내려오는 길도 사람의 왕래가 없던 길이기에 쉽지않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오지의 원시림을 걸으며 숲내음을 맡을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이 허락됨을 감사히 여기며 걷는다. 아직 야생화가 만발할 시기는 아니지만 주변을 장식한 이 계절의 야생화들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재작년 8월 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골을 걸으며 만난 금강초롱, 투구꽃, 눈빛승마, 흰진범, 궁궁이, 자주조희풀꽃, 물봉선, 새며느리밥풀꽃 등의 야생화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야생화박사인 노루귀의 설명에 귀기울이며 걷다보니 약수터와 만난다.




 

  주변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철분함량이 많은 약수일 것이다. 거기다 탁 쏘는게 탄산성분도 갖춘 약수이다. 그러나 백두대간 넘어쪽 미천골의 불바라기약수와 구룡령 계곡의 갈천약수가 너무 유명하다보니 이곳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그저 이름없는 약수터로 전락하여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약수터 주변이 잘 정리되어 제법 사람들이 찾는가보다고 생각하였는데 알고보니 우리 일행중 B팀들이 청소를 하였다고 한다. 어째거나 그 약수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길을 떠난다.



 

  조금 더 내려오니 약수골과 배낭골과 통마람계곡이 만나는 지점의 통나무다리와 만난다. 누군가는 에베레스트 트래킹코스에 놓인 나무다리 같다고 농을 칠 정도로 운치있는 다리이다. 그곳에서 인증샷도 남기도 곧 이어지는 시멘트포장길로 들어선다. 주변은 다시 쭉쭉뻗은 금강송이 우리를 맞는다. 그 길을 걷는 이 맨발나그네 또다시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대한민국의 산하를 걸을 수 있음에 행복해 한다.



 

  그 길을 걸어 날머리인 명개리 내청도교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하고 뒤풀이를 위하여 홍천군 내면의 샘골휴게소에 자리잡은 <깊은산골 그리운 두부>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음식점으로 향한다. 미리 예약한 것도 아닌데 30여명이 먹을 두부전골과 음식들을 뚝딱 만들어 내놨느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특히 반찬으로 내 논 곰취쌈은 주 요리인 두부전골을 밀어놓게 만든다. 귀한 곰취쌈을 계속 리필해 달라기가 겸연쩍지만 어쩌겠는가. 그바람에 마냥 마셔된 반야탕이 일일선(一日仙)을 취선(醉仙)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백두대간 오지의 원시림을 원없이 걸은 날이다. 누구는 30분 오르고 서너시간 내려오는 산이 무슨 산이냐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뜨겁고 환경문제로 오염된 도심을 떠나 깊은 숲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일일선(一日仙)이 될 수 있음은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유엔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세계행복보고서2016’에 의하면 한국의 2015년 행복지수는 10점만점에 5.835로 조사한 나라 중 58위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 한국인들은 즐거운 활동에 쓸 여윳돈이 없다를 가장 높은 장애물로 꼽았단다. 하지만 행복이 돈 많은 순()’이라면 같은 보고서에 태국(33), 말레이시아(47), 카자흐스탄(54)보다 낮은 것은 어떻게 설명하여야 좋단 말인가. 현대를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모든 행복의 조건을 그것으로만 평가한다면 우리의 삶이 슬퍼진다. 하기에 맨발나그네는 오늘도 맨발로 걸으며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행복을 누리며 즐거워한다. 일일선(一日仙)이면 어떻고 취선(醉仙)이면 어떠한가. 비록 가끔씩이지만 인류의 고향이자 인간의 어머니인 아름다운 우리의 강산을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오욕칠정과 세속에 찌든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음이 행복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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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 글 )


소리새 16.05.28. 16:26

천상화원 부페와 반야탕에 희희낙낙만 할것이 아니라? 갑장 맨발바닥 밑에서 유명을 달리한 생명체들에 대한 추도의 시간도 있어야하지 않겠소? ㅎ

경인-송수복 16.05.28. 19:55
고생 많으셨을텐데요...발에 상처 생길까 심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쿨럭쿨럭...흠흠..

따스한마음(회장) 16.05.29. 15:29
때묻지 않은 원시림 푸르름과 함께 시원하게 닥아옵니다
수즙은듯 은은한 철쭉꽃 일품이구여
늘 행복한 산행기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한치재 16.06.24. 11:27
잠시 같이 걷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감사 합니다

좋은친구 16.05.31. 18:12
맨발나그네님 변함없이 멋지십니다

지니씽 16.05.30. 08:17
사진으로만 봐도 힐링 그 자체네요~
맨발로 걷는 모습.. 인상적이셨는데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상쾌해지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김광회 16.05.30. 07:50
감사합니다.
기억도없는 철쭉꽃 산행을함께한 추억에사진한장 ~~~~~~~~~~
온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나그네(유윤희) 16.05.30. 21:49         
그때가 그립습니다~~~

브레드 16.05.28. 23:28
대한민국 맨발나그네 ^*^

산들바람 16.05.29. 08:16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