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괴산 산막이옛길을 걷다

맨발나그네 2017. 2. 23. 07:36

괴산 산막이옛길을 걷다

 

어 디 를 : 괴산 산막이옛길

언 제 : 2017219()

누 구 랑 : 건영산악회

코 스 는 : 산막이옛길주차장-노루샘-등잔봉-한반도전망대-진달래동산-산막이마을-산막이옛길주차장

사 진 은 : 천명산, 따스한마음


  

▲  GPS 기록



▲  함께한 건영산악회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내 어릴적만 해도 초등학교도 걸어 다녀야만 했고, 이웃마을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도 걸어다녀야만 했었다. 심지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20여리(8km)길을 교통편이 없어 걸어다녀야만 했던 친구들이 허다했다. 그야말로 10여리(4km)길을 걸어다니는 것은 코흘리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탈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현대의 성인병인 비만, 고혈압, 당료, 고지혈증, 동맥경화는 물론 우울증이 인간의 목숨을 옥죄기에 이르렀다. 나 자신만 하드라도 지난해 말 건강종합검진에서 몇가지 성인병에 대한 경고를 받았으니 예외는 아니다.

 

  옛날에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걷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이제는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걷고,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 걷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레의 카미노데 산티아고길을 걷기위해 떠나고 어떤 이는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위해 떠나기도 한다. 물론 국내에도 수많은 걷기 길이 생겼으니 제주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 둘레길이 있다. 그뿐아니라 전국에 수많은 지자체들이 이런저런 길을 만들어 놓고 자기네들이 만든 길이 가장 걷기 좋은 길이라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걷기 길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예산 낭비만 하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걷기 길이 어디 한두군데던가.


▲  괴산호


▲  괴산호

 

  충북 괴산은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가며 풀어놓은 산들이 30여개가 감싸 안은 형국이며 산이 높으니 당연히 골이 깊고 물이 많아 심산구곡이 일품인 고장이다. 전국의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 중 7개가 괴산에 있어 예로부터 괴산은 산과 계곡이 신선들의 정원이라 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러니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여 있어 막혀 있다는 뜻의 산막이역시 산이 만들어 낸 지명이다. 산으로 막혀 산막이마을인 마을은 달천을 가로질러 건너야 들어갈 수 있는 오지였단다. 그 길을 산에서 채취한 여러 가지를 내다팔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었다. 세상과 통하기위해 만들어진 길이었지만 세월과 문명은 그 길의 필요성을 줄여 놓은 평범한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괴산군은 2010년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을 이어주던 10리 길, 4km에 걸친 옛길에 스토리텔링을 갖다 붙인 고인돌쉼터, 연리지, 호랑이굴, 여우비, 등등 명소 26개소를 조성하여 고향마을 산모롱이길 같은 길을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놓았는데 대박 상품이 되었다. 산막이옛길은 2014년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 문체부 선정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에 이어 2015년 한국관광 100, 2016년 한국관광공사 추천 걷기여행길 10선에도 뽑혔다. 연이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었다하니 걷기 길 만들기의 성공적인 케이스임이 분명하다.


▲  등잔봉 산행 들머리인 노루샘


▲  등잔봉 정상


 

  이러하니 이 맨발나그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오늘은 가끔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건영산악회의 시산제 장소가 산막이옛길이라고 하여 덜렁덜렁 따라 나선 길이다.

  산막이옛길 주차장을 들머리로 노루샘을 거쳐 등잔봉으로 향한다. 비록 450m에 불과한 산이지만 제법 숨을 헐떡이며 된비얄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봉우리이다. 이 정상에도 스토리텔링을 해놓았으니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기도를 올렸던 봉우리란다. 그러나 내겐 그런 이야기보단 등잔봉에서 한반도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멋스럽다. 우측으로는 시원스럽게 먼 산의 능선들도 펼쳐지고 눈을 왼쪽으로 돌리면 괴산호의 멋진 풍광이 펼쳐지기도 한다.


▲  한반도 전망대에서 본 한반도 모양(비슷한가요?)



  그렇게 걷다보니 한반도 전망대이다. 국내에 한반도 전망대가 여럿 있으니 강원 영월군 선암마을, 강원 정선군 병방치, 강원 정선군 상정바위, 충북 영동군 월류봉, 전남 나주시 영산강 느러지, 안동 천지갑산, 강원 양구군 한반도섬, 동서가 바뀐 옥천 둔주봉 지형 등등 이 있다. 이렇게 여러군데 한반도 전망대가 있으니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이런 지형을 찾아내 스토리텔링을 하고 전망대를 설치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몸과 눈을 즐겁게 만든 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  괴산호 전망대에 선 맨발나그네


▲  괴산호 전망대


▲  산막이마을의 당산나무, 특이하게도 밤나무가 당산나무가 되었다.


   날씨가 제법 따듯하기에 이 맨발나그네 한반도 전망대에서 맨발이 되어 본다. 그리고 길을 떠나 괴산호 전망대를 거쳐 진달래 동산을 거쳐 B팀 일행이 기다리는 산막이 마을의 시골집이라는 식당에 들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등산화를 찾아 신으니 올해들어 첫 맨발걷기 1km 이다.


▲  산막이옛길의 여러 볼거리중 하나인 정사목



▲  건영산악회 시산제


▲  시산제 후 뒤풀이


  이제 괴산호를 따라 데크시설로 되어있는 길을 이런저런 명소(?)들을 거쳐 건영산악회 시산제 제상이 차려진 주차장옆 언덕배기에 도착이다. 그곳에서 건영산악회 시산제에 참여한 후 식당으로 옮겨 버섯매운탕을 안주 삼아 또다시 주()님과의 데이트가 시작된다.



▲  산막이옛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오늘도 괴산 산막이옛길을 걸었다. 물론 주변의 풍광은 이런저런 시설물 설치로 이름만큼 옛길의 정취는 덜 하지만 어떠랴. 인공조형물보다는 그래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풍광들이 더 많고, 바쁜 일상을 떠나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벗님네들이 있는데.... 

   숲길을 걷는 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길이다. 행복해지는 길이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걷는 것은 곧 맑은 즐거움이다. 이런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쉬는 날이면 좋은 벗님네들과 길을 나선다. 내 인생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는 그 날까지 청복(淸福)을 누릴 수 있는 날이 계속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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