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5시30분이면 대전 계족산에 맨발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조웅래 선양5425회장이 주도한 이 산행모임은 벌써 3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새벽에 맨발걷기를 하는 이유는 이슬을 머금은 땅의 촉촉함이 걷기에 가장 좋기 때문이란다.
이 모임에서 조회장과 부상기씨(49), 문기숙씨(49)등 3인은 유난히 맨발걷기를 즐긴다. 틈만 나면 지인들에게 맨발걷기를 전도하는 이들의 맨발걷기 예찬을 들어본다.
◇조웅래씨(선양5425회장)
웬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마라톤 마니아다. 6년전에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풀코스만 25번이나 완주했다. 마라톤 만큼 정직한 스포츠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마라톤 열혈 마니아다.
계족산 임도에서 뛰는 것을 좋아했다. 13km에 달하는 임도는 80%정도가 그늘이 져 뛰기에 아주 적당한데다 대전시 전경과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마라톤 코스라고 생각한다.
4월 말 어느 날 갑자기 신발을 벗고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양말만 신은 채 13km를 걸어 봤는데 대지의 촉촉한 기운이 올라오는 신선한 느낌을 경험했다.
그 신선한 경험은 ‘발을 다치지 않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보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그 이후로 계족산에 갈 때면 항상 맨발로 걸었다. 8월에는 아예 양말까지 벗어던졌다. 자연과 호흡한다는 느낌은 맨발로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리라.
맨발걷기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 9월에 계족산 임도 13km에서 마사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쇄석을 걷어내고 석분을 깔아 걷기에 좋게 땅을 다졌다. 600여명의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맨발걷기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앞으로 일반인들이 맨발걷기를 좀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상기(사천성 대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음식점을 운영하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보통 9시를 넘곤 했다. 일주일에 3번정도 아내와 함께 보문산을 오르내리긴 했어도, 운동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7월말 평소 친분이 있던 조회장이 맨발걷기를 해볼 것을 권유했다. 새벽5시30분에 계족산에 가서 신발을 벗었다.
양말까지 벗으려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볍게(?) 8km를 걷자는 제의에 그 정도야 걸을 수 있겠지 생각했으나 4km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운동화라도 갖고 올 것 하는 후회가 들었다. 쇄석이 많아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통증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분명 발이 화끈거리고 아프기는 한데 통증과는 달랐다. 발바닥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원해졌다. 혈액순환이 잘된다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는 일주일에 5일 정도 맨발걷기를 한다.
건강에 변화가 있다면 25년동안 앓아온 지긋지긋한 무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갈라지고, 물집 잡히고, 피가 나고 가려운 고질병인 무좀이 불과 보름만에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맨발걷기를 한 뒤 나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양말을 신고 있으면 너무 갑갑해서 자꾸 벗게 되는 것이다.(웃음). 실내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양말을 벗게 된다.
◇문기숙(마라톤교실 운영)
내 인생에서 마라톤은 빼놓을 수 없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중독됐다고 말하기보다는 그야말로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해야 한다.
가정주부로 생활하다가 6년만에 다시 돌아온 트랙.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2시간 46분.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국내 아마추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보다는 지금도 더 훌륭한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계족산을 뛴 지는 거의 15년이 된다. 계족산처럼 좋은 마라톤코스도 없다. 특히 요즘같은 가을철은 정말 단풍이 환상적이다. 새벽에 뛸 때면 붉게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뛰는 그 감동은 마라토너가 아니고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환상적인 경험이다.
지난 5월에 처음으로 신발을 벗어던졌다. 마라토너의 입장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힘든 결정이다.
마라토너들은 혹시라도 발을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되도록 발을 보호하는 편이다.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는 것은 물론이거나와 남들보다 두꺼운 양말을 신어 발을 보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신발을 벗어던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서웠다. 그런데 땅의 촉감이 의외로 좋았다.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고, 땅바닥에 솟아올라와 있는 작은 돌맹이들도 지압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마라톤 연습을 한 뒤 1-2km정도는 항상 맨발로 걷는다. 맨발로 걷고 나면 운동후 스트레칭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글 韓景洙·사진 賓雲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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