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맨발 산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발은 땅을 통해 흐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접촉점이다
-체로키 인디언-
(1) 첫걸음
맨발 산행은 신체적으로 특별히 이상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산행법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산으로 달려가기에 앞서, 먼저 집 뒤뜰이나 마당 또는 풀밭에서 맨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형태의 지면(地面)에서 시도해보라.
가. 새로운 감각
새로운 촉감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처음에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발바닥 감촉이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아마 첫 10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이 고비를 넘기도 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적응이 될 것이다. 초심자들이라도 이 10여분을 넘기고 나면(포기하는 경우도 이 무렵이겠지만) 맨발 걷기는 한결 수월해지면서 다소간 흥미를 느낄 것이다.
나. 조심스럽게 살펴라
처음 몇 차례 맨발 산행을 하다보면, 걸어 갈 앞쪽에 장애물이 있는지 살펴보느라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된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차츰 산행 횟수가 늘면 발 아래를 쳐다보는 횟수도 줄어들고 지면을 슬쩍 보아도 가늠이 된다.맨발 걷기에 자신이 붙고 걷는 기술이 늘면서 발바닥살도 두터워지고 튼튼해짐에 따라 긴장감과 경계심도 사라지게 된다.
다. 첫 맨발 산행
맨 처음 맨발 산행을 할 때는, 지면 상태가 다양하면서도 거리가 짧은 산길을 고르는 게 좋다. 첫 산행부터 자갈로 덮인 먼거리 산길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그런 산길은 처음부터 맨발로 걷어내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갈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처음부터 걸어내야 한다. 등산화는 배낭 안에 넣거나 차 속에 두고 오거나 아예 집에 두고 오라.
라.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같이 갈 친구가 노련한 맨발 산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꺼이 함께 할 친구를 데려가도 좋을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홀로 가거나 이 지침서를 동료로 삼아라. 누가 뭐라 해도 맨발 산꾼은 고독한 법이므로 맨발 산행에 완전히 자신이 설 때까지는 신발을 신은 여느 산꾼과 동행하는 것을 피하라.
마. 아픔은 강해진다는 증거
그날의 산행이 끝날 무렵이면, 여러분의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다소간 아플 것이다. 맨발 산행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그 아픔이 가시면서 하루 또는 이틀 동안 발에 떨림이 오고 단단해지며 탄력이 붙는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 그 다음 산행
이 일이 있고 난 뒤 산행을 해보면, 전보다 한결 거친 산길을 더 멀리 걸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산행 거리야 사람에 따라 들쭉날쭉하겠지만 1주일에 한번 또는 두 번 꼴로 맨발 산행을 해서 한 달이 지나면 대충 5-6km 가량의 중급 산길은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2) 꼭 알아야 할 네 가지 요령
가. 발은 반드시 곧장 뻗어 내린다.
맨발로 땅을 차거나 질질 끌면 안 된다. 땅과 나란히 발을 움직이면 지면이 날카로울 땐 발을 베일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을 터득하는 것은 맨발 산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규칙을 제대로 지킨다면 어떤 산길에서건 여러분의 맨발을 괴롭힐 위험의 99%는 이미 벗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나. 항상 길 앞쪽을 살핀다.
산길을 가다 멋진 풍경과 마주치면 그 자리에 멈추어서라.멈추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맨발로 걸어가며 경치를 즐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돌멩이나 바위를 발로 차거나 채이거나 하는 경우가 이때 발생한다. 바위에 발가락 끝이나 발 옆을 채였을 때 순간적인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맨발로 걸을 때는 두 세 발짝 앞쪽에 눈길을 두어라. 이런 훈련을 쌓으면 돌길이나 울퉁불퉁한 지형을 지날 때 아주 쓸모가 있다. 산길이 제아무리 순하더라도 맨발 걷기가 몸에 배일 때까지는 앞쪽을 살펴야 한다. 눈이나 발이 저절로 조절될 때까지는 되풀이 훈련이 꼭 필요하다.
다. 몸무게를 발 앞쪽에 둔다.
이는 꼭 발가락으로 걸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발가락으로 걷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없지 않지만, 발 앞쪽으로 걸어야 한다. 발 앞쪽에 몸무게를 두고 편안한 걸음걸이로 여느 때보다 좀더 오래 땅을 딛는다.발뒤꿈치는 발의 그 어느 곳보다 두텁고 단단하다. 발뒤꿈치뼈와 그 아래 5mm 가량의 살갗 사이에는 아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뛰어난 조직체가 들어 있다. 이 조직체는 땅에서 발로 전달되는 충격을 잘 흡수해주기는 하나 그 조직 구조로 볼 때 어차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발 중앙을 움직여보면 중족골이 드러난다. 이곳의 충격흡수력도 발뒤꿈치의 쿠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발 앞쪽 볼 부위를 살펴보자. 이곳은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구부릴 수 있고 강하면서도 탄력이 뛰어나다.또 발에 있어서 이 부분은 감각이 가장 민감할 뿐더러 몸무게의 대부분을 떠받쳐준다. 그러므로 조물주가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이 바로 이곳이다. 실제로 땅에 닿는 발 부위 가운데서 이곳이 가장 넓고 크다. 그리고 얼마나 신축성이 있는지 발가락은 물론이요 발가락뼈 마디마디를 느껴보라. 발가락은 지면(地面)의 생김새에 따라 딱 들어맞고, 또한 아래위로 쉽게 움직인다. 그러므로 충격을 완화해주는 정도에서 발가락 관절은 발뒤꿈치와 견줄 바가 아니며 신축성 또한 대단히 뛰어나다.
라.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을 느껴라
여러분은 "맨발로 걷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항상 발바닥에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맨발 산꾼의 발걸음은 부드러우면서도 가볍고 때로는 신중해야 한다. 장애물을 만나 발을 디딜 땐 아주 조심해야 한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들면 곧장 발을 빼야 한다. 조심한다 해도 뾰족한 물건을 디딜 때도 있을 것이다. 이미 발 빼기가 늦었다면 발을 좌우나 앞뒤로 틀어 몸무게를 분산시켜야 한다.
맨발 산행법에 점차 익숙해지면, 발바닥이 더욱 더 두터워지고 발 근육과 힘줄이 하루가 다르게 적응케 되므로 그런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발이 이렇게 조절되면 맨발이든 신을 신든 참으로 기분이 좋을 것이다.
2.맨발 산행의 계절
맨발 산행을 시작하기에 제일 좋은 때는 이른 봄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은 최상의 계절이 될 것이다. 대지로부터 움터 올라오는 풀과 꽃의 감촉을 느낀다는 것은 무한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마른땅은 마른 땅 대로, 축축한 땅은 축축한 대로 특유의 감촉을 제공하며 바위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은 정말 소중한 감각일 것이다. 봄철의 숲속길을 걸으면 내가 바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에 고무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이 대지와 하나로 연결되어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감각도 느낄 것이다.
여름철은 맨발 산꾼에게 천국과 같다. 될 수 있다면 어디서든지 맨발이 되도록 한다. 사실 여름이야말로 맨발 산행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는 절호의 시기일 것이다.
물론 가을철의 맨발 산행도 그 어느 계절에서 맛볼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는 기분은 맨발로 걸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겨울철 맨발 산행은 상당히 숙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조심해야 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산다면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그러나 맨발 산행의 백미는 약 2-2.5cm 가량 쌓인 눈을 밟을 때이다. 사그락거리는 눈 위를 지나가는 쾌감은 일종의 오르가즘을 경험하게 해준다. 사실 사계절이 모두 맨발 산행의 시기라해도 무방하겠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한테 달려 있을 것이다.
3.맨발에 대한 잘못된 생각 여섯 가지
(1)맨발을 길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맨발 산행을 길들이는데 필요한 최초의 시간과 노력은 이 분야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 상태가 좋은 숲 속 등산로 3-5km를 일주일에 두 세 차례씩 2-3주 동안 맨발로 걸어준다면 어느 정도 온화할 날씨엔 그런 산길을 소화해내는데 거의 다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발바닥 속의 인대를 전체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 맨발 걷기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실제적인 과정은 발바닥살을 두텁게 하는 것이다. 발바닥은 지면이 매우 거칠면 대단히 빨리 두꺼워진다. 그러나 포장도로와 같이 마찰이 심한 곳을 걸으면 오히려 빨리 닳아버린다.
(2)맨발은 못 박히고, 멍들고, 갈라지며, 더러워질 것이다.
산행을 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지면은 맨발에 때를 묻히거나 더럽히기는 하나 발바닥 부위는 오히려 깨끗해진다. 맨발로 산행을 해나감에 따라 자주 맨발을 살펴보며 다른 사람들의 맨발도 만져보고 비교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발바닥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발바닥살 또한 해마다 다르며 하루 중에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놀랄 것이다. 대개 이러한 차이점은 근육과 힘줄의 기초인 장력과 훈련의 결과에서 오는 발바닥의 질에서 비롯된다.
발바닥의 못박힘은 맨발로 걸어서가 아니라 대개 딱딱하고 발에 제대로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음으로써 발생한다. 맨발 산꾼에게 못 박힘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포장도로나 모래 위를 걷게되면 발뒤꿈치와 같이 자연적인 마찰이 미치지 못하는 부위에 못이 생기며 곱돌이나 거친 샌드페이퍼로 굳은살을 긁어낼 수 있다. 만일 못 박힘이 그대로 남는 채 맨발로 산행을 하면 발바닥이 뻣뻣해져 구부러지지 않을 경우엔 오히려 갈라질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 같은 갈라짐은 무척 고통스럽고 일단 갈라짐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맨발 산꾼의 발바닥은 건조해서는 안되며 특히 날씨가 추울 땐 발바닥이 갈라지기 쉬우므로 로션이나 바셀린 따위를 발라줘야 한다.
상처나 멍은 경솔한 걸음걸이에서 나오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며 맨발 산꾼은 이런 걸음걸이를 주의해야 한다.
(3)맨발로 단련을 하면 무감각할 것이다.
발바닥이 두꺼워지면 어쨌든 잠재적인 민감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발바닥에 있는 여러 가지 감각기관과 그런 감각기관을 통어하는 뇌를 비롯, 총체적인 감각기관을 사용함으로써 계속 발달되고 단련되기 때문에 민감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발바닥은 손바닥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촉감기관으로 간주돼야 하고 발바닥은 그 민감성이 대단히 예민해서 발바닥 아래 땅의 비옥함을 모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여러 종류의 지면을 걸어줘야 개발될 수 있다.
(4)정신적으로 모든 감각을 차단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맨발 산행을 배우는데는 정신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에 대한 정신"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요 신체 그 자체 또는 우리의 감각을 부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을 길들인다함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맨발을 부정하고 왜곡시켜 위축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오히려 위에서 설명한 놀라운 감각시스템을 충분히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발바닥 감각은 처음엔 전혀 익숙하지 않은 거친 지면으로 말미암아 당황할 것이다. 발바닥에 자기 체중을 실어 오르내리는 것밖에 모른다 할지라도 우리의 정신은 위험이 닥치면 무의식적으로 반작용을 하게 되고 그것이 위험한지 아닌지 바로 식별해내는 능력이 있다.즉, 감각기관이 그런 것들을 선별해내기 때문에 맨발 산꾼은 편안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감각기관을 조화시키고 정신적으로 단련하는 이 모든 과정을 숙달하는데는 비록 몇 달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아주 기초적인 입문과정은 불과 몇 분만에 터득하게 된다. 실제 맨발로 걷기 전에 몇 분간만이라도 의식적으로 정신을 길들이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의지력이 꺾이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도록 한다면 그 모든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짧을 것이다.
(5)맨발의 상태를 지속시키려면 늘 맨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맨발의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맨발이 되어야 할 까닭도 없고 주기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맨발이 된다고 해서 신발을 신으면 불편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것은 단기간동안 자극을 통해 발바닥을 두껍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발바닥의 민감한 촉감을 배우는 과정은 다소 꾸준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리 되면 몇 개월 동안 신발을 신다가도 이내 그 감각으로 되돌아온다.통상 건강을 유지한다 관점에서 정기적인 산행 스케줄이 권장되기는 하지만 대개 숲 속 산행으로 맨발을 길들이는데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지면이라면 신발이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발을 아끼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맨땅"에는 반드시 "맨발"이라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6)신발을 신으면 몹시 불편할 것이다.
일단 맨발이 되는데 익숙해졌다면, 여러분은 신발을 그만큼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무더운 날씨일수록 하루 종일 신발을 신고 지낸 뒤 신발을 벗어버리면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또 발에 발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거의 참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좋은 날씨라면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어도 아무 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4.안전한 맨발 산행을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
(1) 발걸음은 항상 내려 뻗어라!. 발로 땅을 차거나 끌지 않도록 한다. 이 규칙은 그 어느 규칙보다 우선한다.
(2) 항상 길 앞쪽을 살펴라. 몇 미터 앞에 시야를 두고 두 세 걸음 발 디딜 장소를 골라라.
(3)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 볼쪽에 몸무게를 두도록 하라.
(4) 맨발로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발바닥에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5) 맨발바닥을 민감하게 하기 위해 가능하면 여러 형태의 지면을 걸어보라. 감각을 잘 개발하는 것이 안전은 물론 산행의 즐거움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이 감각은 의식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6) 풀이나 낙엽, 눈 따위로 땅에 잘 보이지 않을 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런 곳에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조심스럽게 디뎌라. 발을 디뎠을 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재빨리 발을 빼야 한다. 지면이 보이지 않거나 걸어보지 않은 곳이라면 절대 맨발로 뛰지 말라.
(7) 버려진 철심이나 울타리를 조심하라. 땅 위로 튀어나온 버려진 쇠울타리 기둥뿌리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것들을 보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조심하라 일러준다.
(8) 눈 속을 맨발로 한번 걸어보라. 기막히게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눈이 2.5cm 이하로 쌓여 녹을 때만 맨발로 걸어야 한다.
(9)얼음이 어는 날씨라면 맨발로 마른 땅을 걸을 수 있으나 발이 얼어 곱아지거나 살갗이 차갑고 아픔을 느낀다면 중단해야 한다.
(10)맨발을 제대로 길들이고 잘 보살펴줘야 한다. 산행을 마치고 나면 발을 잘 씻고 작은 가시가 박혀 있으면 빼낸다. 특히 겨울철에는 매일 기름이나 로션 또는 바셀린 따위를 발라 잘 문질러준다. 시간을 내어 맨발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고 맨발에 긍지를 가져라.
4.마무리
나는 평소부터 신발 벗기를 좋아했다. 바닷가로 가거나 들판으로 나가거나 틈만 나면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 젖히기를 즐겨왔다. 20여 년간 무거운 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해오면서 문득문득 신발을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20여 년이 넘게 신발업에 종사해온 내 배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그러다가 내가 본격적으로 맨발 산행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96년 낙동정맥을 타면서였다.한 구간마다 평균 10시간 이상을 종주하면서 등산화 속의 내 발은 짓이겨지고 물캐지고 굳은살이 생기고 물집이 생기면서 처참한 몰골로 다가왔다.게다가 여름철의 장시간 산행에서 내 발은 뜨겁게 달아올라 죽을 맛이었다. 내 친구의 표현을 빌리면 당장이라도 발목을 끊어내고 싶을 지경이 되었다. 산행이 끝나고 시원한 계곡 물 속에 발을 담그면 그제서야 정말 살 것만 같았다. 낙동정맥 종주가 남긴 교훈은 신발 속에 갇힌 내 발의 자유를 찾아준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의 맨발 산꾼들은 보통 20여 년이 넘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내 맨발 산행은 이제 9년째로 접어들고 있다.아직도 성숙한 단계에 이르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내게 맨발 산행은 완결된 게 아니라 아직도 진행중인 과정일 뿐이다.그렇지만 맨발 산행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에 그 동안 내가 맨발에 관해 체험하고 생각하고 명상한 것을 우선 기록하려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맨발 산꾼은 그저 맨발로 산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맨발로 산행을 하면 정말로 편안하고 유쾌하며 자연스럽고 건강해진다.맨발이 되는 것은 그 어떤 법률이나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그러므로 차별을 강요할만한 명백한 이유도 없다.더 나아가서 우리는 그러한 차별이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믿는다.맨발에 관해서 나는 우리 신체의 그 어떤 부위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와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맨발 산행에 대한 이 작은 글을 계기로 우리의 갇힌 발이 해방이 되고 맨발 산행의 인구가 늘어나 올바른 맨발 산행문화가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
"신발은 신을수록 닳고 맨발은 걸을수록 두터워진다."는 화두를 던지며....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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