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능선~~공룡능선의 품에 안겼다 온 맨발나그네
● 산행일시 : 2009년 10월 10~11일 (土,日) 무박 2일
● 산행코스 : 오색(02:00)-대청(05:15)-중청대피소-소청삼거리-희운각대피소(07:30~08:20조식)-무넘이고개-신선대-1275봉-나한봉-마등령(13:00)-비선대(15:20)-설악동신흥사-소공원(16:00)(총19km 종주산행 14시간 소요)
● 사진은 ? : 사랑새님, 소리새님, 진도개님
설악가
굽이져 흰띠두른 능선길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멀리 능선위에 철 쭉꽃 필적에
너 와 나 다정하게 손 잡고 걷던 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난 설악산하면 먼저 언젠가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하루 저녁 묵은 지리산롯지에서 김명희님의 노래에 화등연의 김석렬이사가 읊은 진교준님의 '설악찬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며칠전 10월 8일 동탄에서 화등연 진성권이사의 변산횟집 개업파티에서 다시 김석렬이사가 "설악찬가"를 읊고 앵콜곡으로 '설악가'를 불러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1970년 봄 이정훈님이 작사 작곡한 곡이라 한다. 애잔한 정서를 표현하여 설악에 대한 동경과 다시 가고픈 심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설악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떨려오며 가고픈 욕망이 솟아 오른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 항상 다시 오리라 다짐을 하게 된다.
항상 동경의 대상이곤 하던 설악산이지만 그녀와의 데이트는 쉽지 않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코스 하나 만만하게 그 품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무박2일이라니.... 지난번 5월달 진도의 동석산을 무박2일로 다녀 온 후로는 절대 무박2일은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건만, 그 대상이 설악이요, 그중에도 그동안 꿈만 꾸어오던 공룡능선이라는데에는 절대라고 못 박었던 다짐을 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체력이 견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그 공룡능선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 덜커덕 예약을 하곤 따라 나선 길이다.
설악산은 높이 1,708m로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웬지 산하면 설악산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라산은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속에만 있고, 지리산은 어머니의 품같은 포근함은 있지만, 설악산은 남성적인 면이 많고,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일게다. 그래서 인지 올해만해도 지난 6월 14일 장수대에서 대승령을 지나 안산을 거쳐 십이선녀탕계곡으로 해서 설악의 품에 안겼었고, 7월4일날은 금강산 신선봉을 오른후 그 다음날 신흥사로 해서 비선대까지의 천불동계곡의 품에 안기었었으니, 올해들어 이번 길까지 3번이나 설악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10월 10일 토요일 밤 10시 30분 수원시청 앞에는 우리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무박2일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거의 모두들 설악을 찿기위한 행렬이리라. 우리도 버스에 올라 설악을 향해 출발하였고, 잠을 청해보지만 신경이 예민한 내가 그런 환경에서 잠이 올리 만무이니, 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눈을 감은채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뜬눈으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한계령이다. 진도개 산행대장 말로는 오색에서 새벽 3시나 되어야 출입문을 개방할것이라 한다. 한시간이라도 눈을 부쳐보려고 한계령 휴게소에서 쌩쥐님이랑 오뎅을 안주삼아 소주 한병을 나누어 털어 넣는다. 아뿔사 새벽 2시 오색에 도착하니 넘쳐나는 인파를 주체 못해서인지 관리사무소에서 2시부터 출입문을 개방한다. 그러니 한계령에서 털어 넣은 소주 반병이 그야말로 대청으로의 오름길에 나를 압박한다.
우리 일행도 끝도 없어 이어진 행렬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캄캄한 꼭두새벽 우리는 각자 헤드렌턴에 몸을 의지 한채 경사가 급한 계단을 한계단 한계단 오르기 시작한다. 사람에 치어 어둠에 치어 속도가 나지 않는다. 거기다 한참 오르다 보니 일행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산인해를 이룬 인파에 휩쓸려 나 혼자가 되었다. 그저 앞사람의 발 뒤꿈치만 보고 오를 뿐이다. 그래도 1사간 반쯤 오르니, 보이지는 않으나 물소리로나마 설악폭포가 우리를 반겨준다. 그뿐아니라 잠깐 잠깐 쉼을 가지며 올려다 본 하늘은 환상이다. 한켠으로 반달이 우리를 맞이하고, 그 주위를 어둠에 총총히 박혀 반짝반짝 빛나는 별님들이 수를 놓아 어릴적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마도 내 어릴적 앞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쑥대로 모기향을 지펴놓고, 칼국수로 저녁을 먹은후 누워, 어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올려다 본 하늘을 50여년이 지난 오늘 설악에서 다시 보는 기분이다. 정말 맑은 하늘이다. 저리 많은 별을 본 적이 언제인지....
5시 15분 드디어 지루하고 지루했던 계단과의 싸움을 마치고 대청봉에 입성이다. 대청봉도 인산인해이다. 대청봉 표지석을 껴안고 사진 한방 박고 싶건만, 사람들에 치여 엄두를 못낸다. 휘둘러 보며 일행을 찿아보지만 난망이다. 그래서 황산님에게 전화해 보니 중청대피소란다. 어둠을 헤치며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헤멘 끝에 선두 몇사람과 조우 한다. 많은 사람들이 라면을 끓여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저 군침만 흘릴 뿐이다.
후미 몇명이 더 따라 붙고,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몇명이 다시 선두를 구성하여 소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서서히 동녘 하늘이 열리며 태양이 떠 오를 준비를 한다. 여명기의 설악산의 산그리메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소청 삼거리에 도착할 무렵 하늘은 더 붉어져 곧 태양이 튀어 나올 것 같것만, 화채능선 뒤 동해 쪽으로 구름이 있어서 인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 여명기에 뒤편으로 보이는 용아장성능을 비롯한 내설악 능선들은 태양의 떠오름을 축하하기 위한 오케스트라 처럼 그 웅장함으로 떡 버티고 있다. 한참을 주변 산그리메를 감상하곤 희운각을 향한다.
올라온 계단이 많으니 내려갈 계단도 많은 법, 이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화채능선 뒤편 동해바다 구름 속으로 하늘이 열린다. 그리고 아주 아주 커다란 불덩어리가 떠오른다. 환상이다. 해돋이야 전국 어디서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동해, 그것도 설악산 꼭대기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야말로 최고의 영광아니겠는가?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터진다.
7시 30분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이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긴 행렬의 화장실도 해결하고, 후미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결국은 맨 뒤를 형성한 후미의 얼굴도 못 본채, 무너미재를 통해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갈 팀을 남겨둔채 공룡능선과의 데이트를 위해 공룡능선팀은 길을 떠난다.
한참을 다시 오르고 오르니 그곳, 신선이 살던곳, 신선봉과 만난다. 좌로는 내설악의 용아장성능, 안산을 비롯한 서북능선과 이웃한 능선들이 펼쳐져 있고, 우로는 외설악의 화채능선등이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앞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공룡능선이 끝도 없이 펼쳐져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의 범봉, 1275봉, 나한봉 등 은 용이 용트림을 하며 하늘로 승천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 ! 드디어 꿈의 능선 공룡에 나도 첫발을 디딘 것이다. 비록 신선은 못 될지언정 맨발나그네되어 신선 흉내라도 내보니 어디인가? 모두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랑새님의 카메라 샷다는 계속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그분의 좋은 샷 덕분에 오래도록 공룡의 멋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선봉을 지나 희운각 기점 1.5km 지점에서 맨발이 되어 본다. 확실히 설악산의 지기를 받기 위해, 아니 공룡능선의 품에 안기는데 뭔가 하나는 벗어야 겠기에 말이다. 남은 거리가 약 12km에 이르고, 다른 곳도 아닌 공룡의 등을 타고 넘어야하며, 무박산행이어서 잠을 못자 집중력이 떨어지는게 문제이겠지만, 공룡능선을 맨발로 걸어 본다는 것이 이번 기회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 과감히 실천에 옮긴다. 우리팀들이야 또 맨발 바이러스가 옮겨왔나보다 하며 시큰둥한데, 지나가시는 분 모두들 놀란 눈빛이 역역히 보인다.
어째거나 천하절경 공룡능선의 품에 빠져 한참을 걷다보니 1275봉인지 범봉인지 못미쳐 바위슬랩을 맞는다.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이 뒤엉켜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그뿐아니라 신선만이 살 곳 같은 그곳에서도 인간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잘 났다고 다툼이 있다. 이 좋은 곳 공룡의 품에 안겨 그저 느긋하게 설악의 숨소리를 조용히 듣고 가면 그만인 것을...
설악의 공룡능선~~~
내 어찌 이제야 그와의 만남을 가졌던가?
내 어찌 좀 더 팔팔할 때 그의 품에 안기지 못했던가?
신이 빚은 예술품이 아니고서야 공룡능선이 있을 수 없었으리라. 주변의 삼라 만상을 굽어보며 용이 승천하는 위용이 아마도 공룡능선의 모습과 같으리라. 좌우를 둘러보아도, 앞뒤를 둘러보아도 그냥 한폭의 진경산수가 따로 없다. 그저 처다보는 곳 그곳이 바로 동양화 한폭이다. 그러는 사이 하얀 운무는 이 절경을 모두 하얗게 물들여 놓았다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를 여러번 거듭하며 우리의 애간장을 녹인다. 몇차례 이곳을 들린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 정도의 날씨는 복 받은 거란다. 정말 다행이다. 축복이다. 아마 부모님과 조상님들의 은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게다.
나한봉을 지나서인가 못미쳐서인가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디친다. 아주 좁은 바위벽을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데 왕복을 허용하지 않는 편도길이다. 그래도 아까의 지체구간보다는 나아 오르내리는 사람이 각각 20명씩 교대로 오르내려 다툼은 없었지만, 갈길 바쁜 몇분이 새치기를 하다 드디어 싸움으로 번진다. 멱살잡이를 하며, 민주주의가 거론된다. 그 와중에 새치기 일행중의 한분이 바로 내뒤에 그냥 대열에 남는다. 연세가 76세이신 마음씨 좋게 생기신 노인장이다. 일행들과 떨어지게 되었고, 하산하면 동료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겠건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정체되어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랜다. 20여년뒤 나도 저 노인장처럼 공룡능선에 도전장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족히 40여분은 소요 되었으리라.
그곳을 빠져나와 전망이 좋은 전망바위에서 쉼을 갖는다. 그곳에서 남은 음식과 과일을 먹는다. 여자 부회장님이 준비한 돼지 머리고기는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모두들 이제까지 먹어본 머리고기중 이렇게 맛있어 보기는 첨이라 한목소다. 하긴 무려 10시간여의 산행 끝에 맛없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휴식을 마치고 마등령으로 향한다. 이제 몸도 지치고, 너덜길을 맨발로 걸은 발바닥의 고통도 더해오고, 내리막길에서는 무릅아래 장딴지 한곳에 통증이 몰려온다. 13시 드디어 마등령에 도착이다. 이곳도 점심식사중인 인파로 뒤덮여있다. 좀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야속하게도 진도개 대장은 시간일정 때문에 서두른다. 마등령 표시석을 끼고 사진 한장 찍고는 바로 하산이다.
나도 진도개대장에게 진통제 2알을 얻어 입에 털어 넣고는 일행을 따라 잡는다. 내려오는 길 고운 단풍을 만나니 힘든 가운데서도 여기저기 탄성이 터진다.
마등령과 비선대의 중간지점쯤의 샘터에서 서두르는 산행대장 진도개를 꼬셔 마지막 남은 과일과 음식을 먹으며 체력을 충전한다. 금강굴 조금 못미쳐 우려했던 일이 내게 일어나고 말았으니, 상태가 안좋은 너덜길인데다가, 무박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체력저하 등등으로 인해 맨발 산행에서는 발을 번쩍 번쩍 쳐들어야 하는데 발을 끌며 걷다 돌부리를 걷어 차는 바람에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금강굴 0.15km라는 푯말이 금강굴 1.5km처럼 보인다. 금강굴을 들려 본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어 그냥 앞으로 나아간다. 그 푯말에 비선대 0.5km인가 이던데 아마 세상에서 가장 긴 코스라 여겨졋다. 그래도 걷고 또 걷다 보니 드디어 비선대이고 조금 더 걸으니 드디어 소공원이다. 총 19km에 이르는 공룡능선을 내가 해 낸 것이다. 물경 14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얻어낸 결과이자 보람이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마냥 행복했었다.
( 댓 글 )
양감초교 35회 카페 댓글
발안고 17회 카페 댓글 4
발안중고교 카페 댓글 9
GS환경시민연대 카페 댓글 1
수원하늘채 카페 댓글 20
산행기를 읽으면서 내내 우리나라에도 참 좋은 산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네요.
저도 실제로 보고 즐기고 싶다는 욕구도 샘솟구요. 나그네님 잘보고 갑니다. 2012.10.16 06:54
그험한 곰룡능선을 넘고 넘어..장장 19키로를...14시간에 걸쳐...
공수부대원들도 힘들것 같네요. 정말 수고 많았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2.10.16 15:52
정말 존경합니다. 인간적으로 넘 힘든 산행인데요. 그걸 이겨 내신것은 대단한겁니다.
잘보고 즐기고 갑니다. 2012.10.16 21:44
3년전 소청산장에서 1박 하며 다녀온게 마지막인 용대리에서 출발 영시암 소청 중청 대청 희운각 신선대 공룡 마등령 오세암 백담사로 하산한 그날이 그리워 집니다. 다녀온듯 잘 읽었습니다. 2012.10.17 16:32
대단하십니다. 젊지는 않으신것 같은데요. 덕분에 공룡능선 구경 잘하고 즐기고 가네요. 2012.10.19 11:51
설악산 공룡능선 눈에 선합니다. 산행기 읽으면서 가슴에 담아 두었답니다. 2012.10.19 12:18
산행기 잘보고 즐감하네요. 무척 건강하시군요. 갔다오시고 병은 안나셨는지요.
항상 안산하시길... 2012.10.21 20:45
설악의 비경과 비사를 단번에 알고 가네요. 너무 잘쓰셔서 작가같은 냄새가 나요.
항상 즐산하시길... 2012.10.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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