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로 나선 서봉산 산책길

맨발나그네 2009. 6. 26. 07:14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낳았고, 이 정맥은 안성의 칠현산에 다다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한남정맥은 다시 용인의 부아산과 수원의 광교산을 거치고, 김포평야를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진다. 한남정맥에 속한 군포의 오봉산이 수리산으로 솟기전 안양베네스트CC 근처에서 남진하여 서봉지맥을 이루는데, 이 서봉지맥은 칠보산, 고금산, 태봉산을 거쳐 서봉산에 이른다. 이곳에서 계속 남진을 하면 내고향 요댕이의 뒷산인 주산봉을 거치고, 마을 중심지에 있는 400년된 은행나무를 거치고, 내고향 앞산인 덕지산을 거쳐 아산만 평택호로 이어진다.

언젠가는 이 서봉지맥을 따라 고향집 요댕이까지 한번 걸어보아야겠다. 그러나 오늘은 서봉지맥 구간중 일부인 서봉산-동오리 고개 구간을 맨발로 걸어보기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선다. 시내뻐스로 정남면 사무소 앞까지 가서는 30여분을 걸어서 문학1리에 있는 성녀루이제네집까지 갔다. 그곳이 서봉산 산행의 들머리이기 때문이다. 들머리에 앉아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베낭에 갈무리한다.

 

 

 성루이제네집 옆에 미나리광이 자리잡고 있다. 오래간만에 보는 미나리광이어서...

 

 서봉산 성루이제네집 방향 들머리 풍경

 

 키, 몸무게등을 잰후 산행코스에 따른 거리, 시간, 칼로리 소모량등이 기록되어 있는데 매우 재미있는 착상인것 같다.

 

 들머리에서 조금 오르면 두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길은 잘 다듬어져 있었고, 왼쪽길은 엉성하다. 난 왼쪽길을 택해 가보았다.

 

 오르는 내내 푸르름을 한껏 안은 신록으로 덮여있어 모자가 필요없을 정도로 그늘을 선사한다.

 

 성루이제네집에서 정상까지는 방향 표시판도 잘 되어있다.

 

 아주머니 두분이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다. 세번째 마주친 분들이다. 그만큼 조용하고 호젓한 산길을 맨발로 혼자 걷는다.

 

 정상 근처에 있는 안내판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성루이제네집에서 정상까지는 1.5km이다. 쉬엄쉬엄 34분만에 도착이다.

 

 정상에는 서봉정(棲鳳亭)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서봉산은 옛부터 봉황이 깃드는 산이라 하여 서봉산(棲鳳山)이라 불려오고 있다. 비록 241m 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좋다. 물론 오늘은 안개가 끼어 좀 그렇기는 하지만...

화성시에서 가장 높은산이 건달산으로 367m이니,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이지만, 내고향 화성시는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어 모두가 밋밋하고 부드러운 육산들이다. 화성시청 홈페이지의 관광안내도를 보니 남산(장안면), 삼봉산,설학산(비봉면), 초록산(양감면), 철마산(팔탄면), 칠보산(매송면), 천등산(송산면), 태행산(비봉면), 화산(기배동), 해운산(서신면), 무봉산,화성산(동탄면), 무봉산,해망산(남양동)등 많은 산들이 있지만 도토리 키재기 만큼이나 그만 그만한 높이의 산들이다. 그래서 이 서봉산은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찾는 라이딩코스이기도 하단다.

 

 

정상근처에는 쉰길바위에 얼킨 전설을 적어 놓은 안내판을 볼수 있다. 여기 그 쉰길바위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면

  ‘아주 오랜 옛날 서봉산 중턱 작은 암자에 젊은 스님이 시주걸립을 하며 살았다. 어느날 스님이 시주걸립(시주걸립(施主乞粒) : 중이 시주의 곡식이나 돈을 얻기 위하여 집집이 다니면서 하는 걸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낭자를 보았는데 그날 이후 스님은 낭자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잠이 오질 않았고 불경을 외우는 것도 소홀히 하였다.

  낭자의 부친이 깊은 병이 나서 눕게 되어 온갖 치료를 다해 보았으나 효험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약처방을 써주고 차도가 있은 뒤 암자에 와서 3일간 불공을 드리라 일러 주었다.낭자는 스님의 처방대로 약을 달여 부친에게 드리니 병세가 호전되었고 서봉산 암자에 들어가 사흘동안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 다음 스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할 때 스님은 자기가 낭자를 사모하여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고백하였다.

속세로 환속을 약속 한다는 표시로써 서봉산 쉰길 바위에서 턱걸이 백번을 하기로 하고 온 힘을 다하여 턱걸이를 하였는데 아흔아홉번째가서 기운이 빠지고 의식이 몽롱해져 급기야는 쉰길이나 된다는 바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낭자는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여 스님이 불의의 변을 당한 것을 후회하고 슬픔을 못이겨 엎드려 울고 있다가 일어나니 앞에 난데없이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 나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가 스님의 이루지 못한 영혼이 깃들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하여 눈물 바위라 불러오게 되었으며 쉰길 바위와 함께 지금까지도 스님과 낭자의 한 맺힌 사연이 담겨져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이 얼마나 지극히 아름다운 사랑이던가? 그러나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더욱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로 후대에까지 전설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쉰길바위의 전설을 생각하는 것일까? 아님 속세에서 떠나간 애인을 생각하는 것일까? 어느분이 쉰길바위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다.

 

 

                                

 동오리고개로 하산이다. 정상 - 동오리고개 구간중 마지막 안내판이다. 이구간중에도 몇차레 길을 멈추고 어느길로 가야하는지를 고민해야하는 세갈래길이나 네갈래길과 마주친다. 인적이 드물기는 하지만, 안내판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마냥 조용한 산길이다. 이길을 맨발로 걷는다. 머리속은 생각을 지우고 그냥 걷는다.

 

 서봉산정상에서 동오리고개 구간중 유일하게 만난 분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걷는데, 수원시내의 몇몇 산악회를 꿰고 있으시다. 백두대간 산행도 하셨단다.

 

 산행길이 능선이긴 하지만 녹음이 우거진 나무로 뒤덮여 있어 마루금을 걷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런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을 서봉산은 우리에게 열어준다.

 

 정말 정다운 길이다. 이길을 정다운이와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어진다.

 

 사람의 왕래가 뜸한 길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낙옆이 부서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밤까시를 조심한다. 밤까시가 으깨진 곳은 맨발로 걸어도 괜찮지만, 으깨지지 않은 밤까시를 맨발에 찔리면 나도 아프다. 그리고 밤까시를 뺄때 또한번 아프다.

 

 중간에 있는 쉼터이다. 아무도 쉬는이 없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올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이런곳에 누워 하늘을 보고 쉬고도 싶지만 그냥 발걸음을 앞을 향해 내딛는다.

 

 

 

동오리고개에 도착이다. 서봉산정상에서 동오리고개까지는 2.8km이다. 약 40여분이 소요되었다. 동오리고개에는 산7000의 부회장인 따스한마음님의 집이 있다. 그곳에서 오늘 벙개가 있단다. 나도 숫가락 하나들고 슬쩍 엉덩이를 뒤밀어 한자리 차지한다. 청둥오리님이 구워낸 삼겹살은 정말 일품이다. 거기다 한산 소곡주, 진도 홍주등 특산주에 소주도 전국 팔도의 소주들이 다 모였다. 너무 취한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한 맨발산행이 오늘로 꼭 300km를 맞는다. 그냥 메뉴가 호사스러워 오늘 300km 축하연 같다고 하니까 근처에 사는 황산(송수긴)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집에가서 케익을 가져온다. 나를 위해 사 두었을리 없으니 혹시 황산님 옆지기 생일케익 사둔것 집어 온게 아닌가 해서 걱정이다. 그러나 술취한 내겐 그저 감동 그 자체다. 황산아우!! 정말 고맙소.

 

  그동안 나의 맨발산행에 동거동락한 발도 기념촬영을 한다. 주인잘못 만나 고생한 발아 고맙다.

 

 

  사람들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중인데 너무 취해 눈은 감겨있고, 과관이 아니다. 이제 술을 줄여야 할까부다.

 

 작별의 시간이다. 벙개에 참석하여 300km 맨발산행을 축하해주신 산7000의 황회장님, 부회장이신 따스한마음님, 맛있게 고기를 구우신 도덜드 덕님, 그외에도 쌩쥐님 내외분, 진도개, 산그린, 키즈, 우정이님도 고맙기 그지없다. 경인일보 송수복 기자님 마라톤 대회를 끝마치자마자 달려오셨다.

 

 왠걸?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정이님이 고스톱으로 딴 돈으로 2차를 내시겠단다.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또 한잔을 퍼붓는다. 송수복 기자님이 돌린 고진감래주(콜라,소주,맥주로 제조되었음)는 나를 완전히 보내버렸다. 길고긴 맨발나그네의 맨발300km 기념 전당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