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로 구봉산과 만나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7:10

 맨발로 구봉산과 만나다.

 

● 산행일시 : 2009년 5월 2일 (土)

                    (휴식시간 포함 약 4시간)

● 누 구 랑 : 은하수 산악회원들이랑

● 산행코스 : 진안 구봉산 

                양명마을주차장~1봉~8봉~구봉산 정상~바랑재~바랑골~양명마을 주차장. 

● 사 진 은 ? : 따스한마음, 금부처, 박꽃향기님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났나보다. 

그동안은 주로 광교산이나 수원근교의 산을 찾는게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일요일도 모자라 토요일까지 원거리 산행에 나섰으니 말이다.

 

구봉산은 전북 진안군에 위치한다.

진안하면 '무진장'이라는 말이 떠 오른다.

'무진장'이란 무주군,진안군,장수군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전라북도 동북부의 산간지역이다.

그만큼 산수가 청정하고 아름답다.

'무진장'에는 무주군의 덕유산,무룡산, 백운산등의 이름난 고봉들이 있고, 진안군에는 마이산(685m), 운장산(1126m)이 있는데 운장산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이라 한다.

그 운장산 한쪽 곁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인 구봉산(1,002m)을 맨발로 오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진안은 나에겐 좀 특별한 곳이다.

친구의 고향이 그곳이어서, 자주 그곳을 찾곤했다.

어느날은 1박2일로, 그리고 어느날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길 여러번 한곳이다.

주로 용담댐 밑의 하천에서 여러가지 민물고기를 잡아 철렵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오골계와 자라를 넣어 끓인 용봉탕을 먹기도 했다.

진안읍내에 진안관이란 음식점의 애저요리는 별미중의 별미였다.

그뿐이랴. 겨울철이 되면 사냥으로 잡은 자연산 멧돼지고기를 먹기위해 진안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진안에 가서는 마이산이나 가봤지, 운장산이나 구봉산을 올라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진안은 먹거리로만 나를 맞아준게 아니다.

산과 산 사이에 호수가 생겨 아름다운 산수(山水)와 가경(佳景)을 선물하는 용담댐이나, 운일암, 반일암이 있는 계곡은 여름이면 시원하기 이를데없는 쉼터를 우리에게 안겨주곤했다.

금산에서 진안으로 가다보면 벚꽃터널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벚꽃이 우리를 맞아준 적도 있다.

그런 아름다운 고장 진안을 다시 가게 된것이다.

 

 연휴여서 길은 막히고, 막힌길을 돌아간다고 길을 잘못들어 구봉산입구 양명마을 주차장에 도착시간이 12시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한두방울 빗방울이 우리의 마음을 더 재촉한다.

그래도 초록빛의 싱그러움이 온누리 가득한 5월이어서 마음 가득 푸르름을 안으며 산행을 시작해본다.

 

 

 

 

산은 어느새 봄꽃이 지나가고 연두빛 연한 잎으로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그러나 1봉으로 오르는 초입은 제법 가파른 등산로라 연두빛 신록에서 눈을 떼고 발길을 제촉한다. 

1봉도 오르기전에 휴식시간을 갖는다.

하긴 이렇게 쉬어가며 자연과의 대화도 필요할 진대, 우린 산에 가면 걸신들린 사람처럼 앞만보고 부지런히 걷기만 한다.

 

 

 2봉에서 바라본 1봉이다.

예사롭지 않은 주변 산세다.

그뒤로 용담댐 상류가 멀리 보인다.

기암절벽과 호수와의 어우러짐, 그 절묘한 조화미에 뒤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청산이 누워 있기도 하다.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에다 포커스를 맞추어도 그냥 한국화 한폭이 되어 버린다.

하늘이 주는 간지러운 햇살을 받은 5월의 숲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든 탓이겠지.

초록의 신록을 보며 내 지나간 젊음을 회상하게 되니 말이다.

 

 

 

 

 2봉이다.

봉우리 끝을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세운 9봉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험난함을 보여준다.

구봉산은 9개의 봉우리가 0.8km정도 짧은 거리내에 줄지어 늘어서 있어, 굴곡이 있는 능선이 잇따라 이어저 있어 오르내림이 분명하여 힘들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더하다.

3봉과 4봉사이에 표식이 없는 봉우리가 하나 더있다.

그래서 어떤이는 '십봉산'이라 한다기도 하지만, 한글로 세게 발음하면 어딘지 어색하다.

오죽했으면 선조들이 다 알아서 구봉산이라 했겠는가.

 

 

 

 

 요즘들어 광교산을 배신하고 먼곳으로 산행을 하면서 생긴 기쁨이라면, 단연 점심시간을 꼽을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벗삼아 산우님들과의 점심시간은 큰 즐거움이다.

 

점심식사후 몇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리의 길을 재촉한다.

7봉, 8봉은 우회로를 이용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8봉을 지나고 나니 차원이 다른 9봉이 기다린다.

맨발로 얼기설기 이어져 있는 밧줄에 의존하여 9봉을 향해 오른다.

그래도 최근에 아주 가파른 위험지대에는 철계단을 설치해놓아 다행이다 싶다.

이제 거의 다왔다 싶으면, 가야할 언덕이 있기를 여러번 만에 9봉을 맞는다.

9봉을 향하는 길에 그예나 우려했던 빗방울이 커져, 우비를 챙겨 입는다.

 

 구봉산의 정상인 천황봉(1002m)이다.

선조들은 왜 3봉과 4봉사이의 봉우리를 못본척 외면하고 구봉산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그건 9라는 숫자의 의미 때문일 것이다.

9라는 숫자의 의미는 '완성'이란다. 9는 '강력한 숫자인 3의 제곱'이며, '불후의 숫자'이며, '원주를 나타내는 숫자'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지고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고 하며, '구천(九天)'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9는 '하늘'을 의미하며, 이집트와 로마에서는 '아홉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혜로운 선조들은 3봉과 4봉사이의 봉우리를 그저 못본체 하실수 밖에 없었으리라고 추측을 해볼 수 밖에..........

그래도 날씨 때문에 멀리 덕유산이나 마이산을 조망해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하산길  뒤를 돌아 올라온 길을 바라보니 깍아지른 9봉(천황봉)아래로 1봉에서 8봉이 키재기를 하고 있고, 피어오른 운무가 그 경치를 더 아름답게 수놓는다.

 

 

 

 박꽃향기님이 발을 한번 찍겠다고 하신다.

하긴 비가와서 미끄러운 길을 맨발로 내려 올려니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주인 잘못만나 고생하는 내  발이 안쓰러울 뿐이다.

 

 

 

 가파른 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간신히 내려온후 눈길을 초록의 신록으로 돌릴 수 있었다.

비에 젖어서 인지 그 푸르름이 한결 더하다.

 

 

 

 

 

 

 

 

 

 

 

 

 

 

 

 

 

 

 

 길가의 꽃들을 박꽃향기님이 찍는다.

그리고 그 꽃을 여기로 옮겨 오래 오래 감상할 요량이다.

 

 

 이제 구봉산과도 헤어질 시간이다.

그게 아쉬워 다시 한번 구봉산의 봉우리들을 마음에 차곡 차곡 담는다.

 

 

 

 산악회에서 마련한 간단한 요기도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원에 도착하여 다음 산행까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이별주를 기울인다.

이게 문제다. 열심히 운동하고 와서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마셔대니 몸이 좋아지는게 아니고 더 안좋아 질까봐 걱정이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