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로 광교산 꽃길을 걷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7:06

    맨발로 광교산 꽃길을 걷다

 

● 산행일시 : 2009년 4월 25일 (土)

● 산행코스 : 경기대 - 형제봉 - 양지재 - 광교느티나무골    

● 누 구 랑 :  아주대 동문산악회원들이랑

 

산이 있음이 내겐 행복입니다.

산은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슷합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숲이 있는가 하면, 민둥산도 있습니다.

돌과 바위가 가득했다가 어느순간 평온한 황톳길로 변하기도 합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고비고비 단맛 쓴맛이 있습니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습니다.

더욱이 산은 언제 어떤 경우에 만나드라도 묻지 않습니다.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방깁니다.

그래서 산을 찿습니다.

 

 

 

 

조선 초기의 문장가인 김일손은 '두류산 기행' 에서 

 “선비로 태어나서 덩굴에 달린 박이나 외처럼 한 곳에만 매어 사는 것은 운명이다. 천하를 두루 구경하여 견문을 넓히지 못할 바에는 자기 고장 산천이라도 두루 탐방해야 하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매사가 어긋나기를 잘해서 항상 뜻을 두고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십중팔구는 된다. “ 라고 설파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광교산은 우리에게 바로 이웃인 산입니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산자락을 넓게 벌리고 수원시를 북에서 싸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산입니다.

산 능선이 매우 완만하면서도 사방으로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찿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광교적설이라 하여 겨울철 눈이 내려 나무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치를 일컫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으뜸으로 손꼽힙니다.

 이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지금의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전합니다.

능선에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이 가능하여 이것이 산행의 백미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런 봄날도 좋습니다.

이길을 오늘도 맨발이 되어 봅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읍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곧 맑은 즐거움이라는 말씀일겝니다.

니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길위에 있다"라고 했습다.

걷는 것은 우주와의 대화입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우주로 통하게 열어 놓는 것입다.

더군다나 그것이 친한이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연속에서 걷는 것이라면 이보다 좋은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광교산의 화려한 꽃길을 걷습니다.

남들은 봄이 되면, 강화도 고려산으로 진달래꽃을 보러 떠나고, 산수유를 보기위해서는 전남구례로 갑니다.

매화를 보기위해 광양으로 달려가고, 벚꽃을 보기위해서는 쌍계사나 진해로 가기도 하죠.

철쭉을 보러 지리산으로 가고, 동백꽃을 보기위해 선운사로 가기도 합니다.

꽃을 구경하는건지 사람을 구경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푸념들을 하면서도 열심히 떠났니다.

나야 올해도 이곳들을 한곳도 못들렸지만 그냥 광교산의 야생화도 좋고, 광교산 입구 도로변에 심어논 꽃도 좋습니다

 

꽃을 보러 떠나는건 어렸을적 향수에 젖어서 일겁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때가 그립습니다'

아마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이럴겁니다.

우리 어렷을적엔 정말로 봄이되면 주변이 지천이 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부러 찿아다녀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가까이에 내애인 광교산이 있어 이렇게 나에게 멋진 꽃동산을 보여줘 고마울 뿐입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후배가 수원중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행사에 들르자고 합니다.

잠깐 그곳에 들려 장윤정, KCM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