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영심봉을 맨발로 걷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6:58

 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영심봉을 맨발로 걷다

 

맨발 - 태초에 인간은 맨발이었다.

맨발인 인간은 발바닥을 통해 대지와 한몸이 되었다.

발바닥이 탯줄이 되어 우주의 배꼽과 이어져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신발이 그 탯줄을 끊었다.

인간의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맨발이었다.

깨달음을 얻은후 45년간을 맨발로 인도 각지를 돌며 불법을 전파했다.

 

예수님도 늘 맨발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맨발 사이엔 어김없이 예수님의 맨발이 있었다.

산상수훈 때도 맨발로 서서 설교를 했다.

그는 자신의 맨발보다 제자의 맨발을 먼저 씻겨 줬다.

그리고 부르튼 맨발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1953년 힐러리경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때 그가 고용한 네팔의 셀파들은 모두 맨발이었지만 눈속에서도 그들은 맨발로 잘 견뎌냈다고 한다.

 

1959년 중공의 학정에 시달리던 달라이라마가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인도로 망명할 때 그 일행 모두는 맨발이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네 아버지는 늘 맨발이었다.

맨발로 논둑길을 걷고, 맨발로 삽질을 했다.

맨발로 풀을 밟고 맨발로 물컹한 무논 흙을 밟았다.

그럴 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논이나 밭이나 거리낌이 없었다.

땅은 아버지에게 안방보다 편한 곳이었다.

 

맨발로 걸으면 무엇이 좋으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맨발이 되어본다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에코힐링(Eco-Healing:자연치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맨발걷기의 즐거움’이란 책을 쓴 저자 박동창님은 “맨발걷기는 자연이 선사하는 ‘리플렉솔로지(Reflexology)’”라 정의한다.

리플렉솔로지란 발과 손, 귀 등에 분포한 반사부위를 손가락등으로 지압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법을 말한다.

 이 저자에 의하면 “맨발걷기는 배변활동을 촉진시키고 감기와 위장장애, 무좀 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걷기예찬’이라는 책을 쓴 프랑스의 디비드 르 브르동 박사에 의하면 “발로 머리로 몸으로 걸으면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찿는다”고 하니, 이말대로 그냥 나 자신의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한것 아닌가 한다.

맨발로  걸으면 무엇이 좋으냐는 물음에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오늘도 맨발로 나선다.

 

 

 원래 오늘은 친한 지인이 광교-청계를 종주하고 싶다길래 2번의 종주 경험도 있고, 또 오래간만에 한번 걷고 싶어 자청을 하여 맨토가 되어 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둘보다는 셋이 좋고, 셋보다는 넷이 나을거 같아 산7000 카페를 통해 긴급 벙개를 제안했는데, 제니님만이 따라 나섯다.

맨처음 제안한 지인은 급한일이 생겨 동행을 못하고....

 

 

 

제니님이 광교산 형제봉을 열쒸미 오르고 있다.

 

 

제니님이 광교산 형제봉을 열쒸미 오르고 있다.

 

 

광교산에서 바라본 종루봉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광교산에 올랐건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본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광교산과의 오래간만의 해후이다.

그동안 북한산(3월15일), 가야산(3월22일), 도드람산(3월28일), 불곡산(3월29일)과 바람을 피우느라 내 애인 광교산을 안아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광교산)는 한마디 불평도 없이 그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의 품안에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녀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나의 발바닥은 항상 용기를 내어 맨발로 나와 함께한다.

맨발로  자연에 순응하여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작은 나뭇가지도 밟아보고, 철지난 낙엽도 밟아보고, 이돌 저돌도 밟아본다.

 이걸 밟으면 공손혈(발바닥중간부)이 자극되어 위와 신장이 좋아지겠고, 저걸 밟으면 태계혈(발뒷꿈치)를 자극하여 생식기를 좋게 해준다던데.............

라는 생각을 해보면 혼자 미소 짓기도 한다.

자연 발 맛사지샾에는 물론 공짜라는 잇점도 있다. 

맨발걷기의 미학은 느림이라고한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다.

속도가 느린대신 시각이 넓어진다.

그야말로 상하좌우로 눈길을 주며 주변을 해찰할수 있으며, 아이처럼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생강나무 꽃이 우리를 반긴다, 

이꽃은 산동백이라고도 하는데, 김유정이 쓴 소설 단편집 '동백꽃'이 바로 이꽃이라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이 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그렇게 부르고 김유정이도 강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소설이름이 지어진것 같다.

 아직은 덜핀 진달래꽃도 우리를 맞아준다.

 뭐 흐드러지게 핀 영변약산 진달래는 아닐지라도 그냥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입안에 우물우물 읇조려진다.

 

 

 한폼 잡으신 제니님..........

 

 

반디불이화장실을 떠난지 12km지난 지점의 바라산이다.

맨발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새로산 지압용매트 위에 처음으로 발을 올려놓았을때처럼 아리다.

그야말로 우리의 몸무게 전부가 발바닥에 느껴진다.

그러나 발바닥은 나의몸의 일부이므로 잘 견뎌내주고있다.

이렇게 자신(발)이 갖고 있는 26개의 뼈(우리몸의 총206개뼈 가운데 약1/4인 52개가 양쪽 발에 모여있음)와 38개의 관절과 107개의 인대, 19개의 근육을 유감없이 움직여 주인님의 건강을 책임지게 해주셔서 고맙노라고....

별로 사용을 하지못해 그렇고 그렇던 발끝 모세혈관까지 오래간만에 운동을 해보았노라고...

하여간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묘한 쾌감도 느낀다.

 

 

 

바라산에서 점심을 먹는다.

말려도 말려도 제니님의 준비는 끝이 없다.

사진에 안나온 제육복음과 그걸 담은 보온통은 여간 무거운게 아니다.

오늘도 바리 바리 싸오신 음식이 두명이 먹어도 먹어도 남아돌아 우리의 배낭무게를 줄여주지 못한다.

거기다 대여섯명은 참석할것 같아 이런 저런 준비로 둘의 배낭은 용량초과임을 출발부터 알려주고 있다.

못가신 분들은 약오를 것이다.

 

 

바라산을 지나 우담산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제니님이 혼자 묵언수행을 하신다.

 

 바라산 진입능선이다.

고기리나 의왕 복골쪽에서 바라산이나 우담산을 오르려면 이곳을 이용한다.

 

 우담산이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바라산, 백운산, 광교산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영심봉이다.

안양-성남간 국도 건너는 방법을 알려주는 팻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결정을 못하고 알바를 하게된다.

지나온 광교산의 형제봉, 종루봉, 시루봉,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영심봉이 안개속에 아스라이 보인다.

그야말로 7봉우리를 거치며 멀티 오르가즘을 맛본것이다.

그래서 일까?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꼭 광교-청계 종주를 하고 싶노라는 제니님을 설득하여, 다음 기회로 미룬다.

 

결코 쉬운길은 아니었지만,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밝고 투명해짐을 느낀다.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모든 의식이 발바닥에 쏠리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맨발은 결코 연약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하긴 발바닥살이 아픔을 느끼는데는 허벅지살의 6배에 이르는 하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발바닥살의 두께는 보통 살갗보다 10배나 두껍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초심자이기 때문에 발바닥의 아픔을 느낀다.

 아직은 맨발걷기 초심자이지만, 그래서 아직은 발바닥의 고통에 그 고통을 잊기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해내겠다는 의지로 근육세포들을 달래는 신호를 발에 보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걸으면서 철학을 했고, 루소,칸트,키에르케고로도 걸으며 생각했다.

맨발로 걸으면 온몸의 세포가 자극을 받게되고, 뇌세포도 자극하게 될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발에 온몸의 장기를 자극하는 혈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비록 광교-청계 종주는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뒤풀이는 거나하다.

산그린님이 생태찌게를 끓이고, 제니님이 바리 바리 싸왔던 음식들은 내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산7000의 따뜻한마음님과, 야호님, 서울에서 달려와준 루치아님 모두 모두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대로 맨발로 걸어 보련다.

그러다 보면 자연과 동화되어 건강도 챙겨지고, 물아일체의 호연지기의 깊은세계도 이해되지 않겠는가. 자연과 하나되어 조화를 이루고 기쁨과 깨달음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게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