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만나뵌 가야산 산신령님
● 산행일시 : 2009년 3월 22일 (日) 10:20 ~ 14:50
(소요시간 4시간 30분, 휴식 포함)
● 산행코스 : 백운동 - 백운사지 - 입석 - 서성재 - 철계단 - 칠불봉 - 가야산(상왕봉) - 마당바위 - 토신골갈림길 - 해인사 - 일주문 - 상가
● 사진은 ? : 산7000 부회장이신 이규범님 작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栖碧山)
소지불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낙엽유수묘연거(落葉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나에게 묻기를 “왜 산속에 사느냐.
웃고 대답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흐르는 물위에 나뭇잎이 아득히 떠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가 하노라.)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시를 보고 있노라니 비록 산속에 살지는 못할지라도 자주 산에 머물기라도 해야겠기에 지난주 북한산을 다녀왔는데도 어디론가 산으로 떠나고 싶어 부랴 부랴 따듯한마음(이규범님)에게 연락을 하여 산7000 산악회 정기산행에 한자리를 얻어본다.
비록 산속에 살지는 못하지만 그 산을 한번 봐야겠기에... 특히나 가야산과 해인사는 지금으로 부터 35년전 1973년 친구들과 가는데 완행열차타고 대구가서 시외뻐스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하루, 구경하고 가야산 오르는데 하루, 오는데 갈때와 같은 방법으로 하루 하여 2박3일여정으로 다녀 온적이 있는데 그때의 해인사에 이르는 계곡의 가을 풍경과 산사의 단풍은 일품이었던거 같다. 기억이 가물 가물하지만......
이른 아침 수원을 출발하여 백운동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산행길에 나선다.
가야산 산신령을 만나는데 신령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본격적으로 맨발이 되어본다.
안내소를 지나면 山門 초입에 이르는데, 큰 돌이 깔린 계단이지만 오솔길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한발 한발 걸음이 늘어날 때마다 ‘나’를 잊고, 그 속에서 또다시 ‘나’를 찿을 수 있을것만 같다.
비온 다음의 초봄인지라 맨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약간은 오싹하지만 저 먼 가야국 때부터 이산을 지켜오셨을 산신령님을 만나뵈는 행사가 아니던가...
이제 그분을 알현하기 위해 대가야국의 명산 가야산과의 데이트를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어제 비로 풍부해진 수량을 자랑하며 흐르는 거울처럼 맑은 계곡물, 조릿대의 푸르름, 양지바른곳에 수줍은듯 꽃망울을 터트린 진달래,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고 있는 만물들이 봄의 교향악을 연주한다.
난 그들의 교향악 연주 오케스트라의 강마에가 아닌 유마에가 되어 본다.
아니 대가야국의 우륵선생이 현세의 나를 위해 가야금을 연주하는듯하다.
아마 오르가즘의 느낌이 이런건 아닐까???
백운1.2.3.4.5교를 지나 전설(99개의 절이 있었는데 100번째 절 백운사가 생기자 모두 불이 나서 사라졌다는..)속의 백운사지를 만난다. 계속되는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우륵선생의 가야금에 취해 기분좋은 산행은 계속된다. 대가야국 시절의 산신령이 아직도 이산에 머물려 우리를 기다려 줄 것만 같다.
입석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일부는 배낭덮개를 덮기도하고, 또다른 일행중 일부는 우의를 꺼내 입기도 하는데, 날씨가 영 어정쩡하다.
꺼내 입기도 그렇고 안 입기도 그렇고...
그러나 그냥 견딜만하다. 그래서 난 그냥 길을 나선다.
이곳에서 조금 오르니 끝없는 철계단이 계속된다.
요즘은 산마다 방부목 계단이 많더구만, 이곳은 오래전에 설치하였는지 모두 바닥이 격자모양인 발판으로 된 철계단이어서 맨발인 나를 더 약올리고 있다.
이제 산길은 모두 젖어있고, 진흙탕이어서 맨발의 나는 모양새가 영 아니다.
주인 잘못만난 내 발이 안쓰럽다.
오름의 마지막 철계단을 벗어나니 우로는 칠불봉이요 좌로는 상왕봉(우두봉)이 나란히 어깨를 견주고 있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않아 안개와 운무에 이슬비까지 겹쳐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간다.
그래서 칠불봉을 포기하고 상왕봉으로 향한다. 이곳부터 상왕봉까지의 길은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빙판길이다.
앞서 가시던 분이 등산화에 양손에 스틱까지 잡으신 분이었는데 국유지가 분명할 가야산을 사버렸다.
맨발인 나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또 발바닥에 전해오는 찬 감촉에 전율한다.
기왕에 목표를 하고 온 맨발이지만, 아주 조금은 후회가 밀려온다.
그러나 한번 뽑아든 칼이니, 무라도 썰고 거두어 들여야 하지 않을까??
국립공원 가야산은 조선8경의 하나로 주봉인 상왕봉(1,430m)을 중심으로 톱날 같은 암봉인 두리봉, 남산, 비계산, 북두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마치 병풍을 친 듯 이어져 있단다.
상왕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겼고 오랜 옛날부터 산정에서 행해졌던 산신제의 공물을 소에 바치고 신성시 해왔다고 하여 우두봉이라고 불리우며, 상왕봉의 ‘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가야산은 동서로 줄기를 뻗고 있으며 남북으로 경상북도 성주군과 경상남도 합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합천 쪽으로 드리운 산 자락은 부드러운 육산을 이루고 성주군 쪽은 가파르고 험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가을 단풍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고, 눈 덮인 가야산 설경은 한 폭의 풍경화라고 하는데 지금은 봄인데다가, 가야산 신령님의 미움을 사서인지 내게는 그런 아름다움을 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불어대는 바람과 추위를 피해 한끼 식사를 때우려 자리를 찿는다.
상왕봉을 옆으로 하고 조금 내려와 점심식사를 한다.
여러명이 하는 등산에 익숙지 않은 나는 별로 준비한게 없은채 이것 저것 얻어 먹는 것으로 배를 채울려니 무지 미안하다.
점심을 먹기전 보온을 위해 양말과 등산화를 챙겨 신고, 하산길이 너무 미끄러울것 같아 맨발산행을 중단한다.
내려오는길 마당바위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다른 팀 일행이 우리와 배네수엘라의 야구 경기가 8대2인가로 이기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주신다.
토신골삼거리부터 해인사까지는 그야말로 조릿대세상이다.
그리고 부드러럽고 완만한 산길에 왼쪽 계곡으로는 계속 계곡물이 흘러 초입에 느꼈던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유마에가 다시 한번 되어 본다.
아니 우륵선생의 가야금 연주에 다시 한번 빠져본다.
특히나 산7000의 부회장인 따뜻한 마음님과의 이런저런 대화속의 하산길은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산행길이었다.
드디어 해인사, 고찰 해인사의 지기를 받기 위해 다시 맨발이 되어본다.
14개의 암자와 75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 있어 법보사찰이라하고, 불보사찰 통도사, 승보사찰 송광사와 함께 3보 사찰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수도했던 성철스님은 입적하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남겨 가야산 해인사를 찿는 이들의 마음에 항상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런 저런 상념에 시간에 쫏겨 해인사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바퀴 둘러보고,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고를 둘러보는데 어디서 경비원이 다가와 맨발로 경내를 들어가는 가는 안된단다.
난 그분께 아마도 그 옛날 부처님도 분명 맨발이었을 건데, 오늘날의 잣대로 맨발을 안된다고 하면 되는냐는 말씀을 드리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해인사 창건의 참뜻은 해인이라는 낱말에 응집되어 있다.
해인이라는 말은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인삼매는 일심법계의 세계를 가르키는 말이며 부처님 정각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단다. 곧 있는 그대로의 세계, 진실된 지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객관적인 사상의 세계이니 바로 영원한 진리의 세계이다. 해인삼매는 또한 오염됨이 없는 청정무구한 우리의 본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며, 우리의 마음이 명경지수의 경지에 이르러 맑고 투명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그대로 비치는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부처님의 깨달음, 중생의 본 모습이 해인삼매의 가르침이라 하는데, 이렇게 심오한 삶은 그만두고라도 하루 하루의 삶에 목을 매는 우리네 인생이 안타깝기도 하고, 모두가 해인삼매의 경지에 이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렇게 해서 가야산 산신령과의 조우와 해인사 둘러보기를 끝낸다. 약 8km중 맨발로 가야산과 해인사의 지기를 받기를 약 5km, 날씨만 좋아드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 산행이었건만, 어딘가 한쪽이 허전한 산행이었다.
산행이 끝난후 산7000 집행부가 마련한 뒤풀이 막걸리 파티를 끝으로 집으로 향한다. 정말 오래간만에 수원의 내앤 광교산을 떠나 바람핀 날이었다.
댓글(http://cafe.daum.net/san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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