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로 광교산 - 백운산 - 모락산을 연계산행하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6:46

맨발로 광교산-백운산-모락산을 연계산행하다

 

 

● 산행일시 : 2008. 11. 23(일) 10:00 ~ 14:25

● 누구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상광교버스정류장(10:00)-토끼재(10:30)-광교산 시루봉(10:55)-억새밭(11:15)-백운산(11:36)-의왕백운호수간국도(12:23)-중식(13:00-13:15)-모락산(13:35)-휴식(20분간)-GS아파트(14:25)

 

 

  며칠동안 추위가 기승을 부린데다 오늘 비가 올지 모른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망설여지던 산행이었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이 되면 베토벤바이러스가 아닌 산행바이러스가 온몸을 공격하며 나를 산으로 내몬다. 경기대입구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전 오늘은 호화식단을 마련한다. 김밥2줄, 떡1팩, 막걸리1병인데 아마 최근의 나의 산행중 가장 호사스러운 식탁인거 같다. 시내버스로 상광교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다. 사방댐으로 이어지는 들머리 벤치에 앉아 맨발이 된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나 아침으로는 쌀쌀한데다, 등산로가 젖어있어 맨발이 되는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눈 딱 감고 벗어제꼈다. 이건 산행바이러스보다 무셔운 맨발바이러스까지 침투했나보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찬기운이 여간 아니다. 사방댐을 지나 토끼재로 향하는 길도 젖어 있어 자꾸 낙엽만을 찿아 걷게된다. 사실 이런때는 맨발이 좋지않다. 양의 기운을 몸에 받기 위해서는 따뜻해야하고 땅이 건조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춥고 등산로가 젖어있을때는 음의 기운이 세서 오히려 몸의 기운을 잃게 된다고 한다. 어째거나 438계단을 올라 토끼재에 이르니 여기서부터 시루봉까지는 걸을만하다. 날씨도 따뜻해진데다 양지바른 능선길이어서 맨발로 걷기가 수월하다. 시루봉을 거쳐 억새밭에서 잠깐의 휴식을 갖으며, 막걸리로 고시레도 하고 한잔 걸쳐본다. 백운봉에 들려서도 고시레도하고 막걸리도 한모금 마시고..... 오늘은 취중산행이 될려나보다.

 (광교산-백운산-모락산 산행지도)

 

 (상광교버스종점에서의 들머리. 맨발걷기 체험 도로가 놓여있다)

 

 

 

 (늦가을 사방댐에서 토끼재에 이르는 등산로)

 

 

     (토끼재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길에 있는 풍경)

 

 

(시루봉)

 

 

  11월 들어 2일날 수리산의 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암봉의 네봉우리가 발산하는 멀티오르가즘을 감상하였으며, 9일날은 관악산-삼성산으로 이어지는 멀티거시기를 감상하였는데, 오늘 광교산-백운산-모락산의 멀티거시기를 감상하려니 작은 흥분이 닥아온다. 더군다나 수리산의 네봉우리가 아니라 명색이 ‘산’이란 이름이 들어간 세산의 멀티거시기를 음미하려니 가슴이 꽁당꽁당 뛴다. 더군다나 오늘 산행코스에서 보면 수리산, 관악산, 삼성산이 바로 코앞에 보이니 그녀들의 질투까지 감당해야하지만, 못본체 내 본분인 광교산-백운산-모락산과의 데이트에 열중할 뿐이다.  

 

 

  바야흐로 계절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 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화려한 옷맵시를 뽐내던 낙엽들도 그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겨울채비에 돌입했다. 그래서 등산로는 낙엽천지다. 토끼재에서 시루봉까지는 그래도 등산객이 많아 낙엽이 짓이겨져 볼품없지만, 백운산에서 모락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여서 낙엽이 많이 쌓여있다. 맨발로 낙엽을 밟는 감촉이 무지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낙엽으로 인해 오르막길이나 내리막에서는 미끄러져 여간 힘이 든게 아니다. 발바닥이야 푹신한 요위처럼 호강이지만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들은 별안간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이코스는 지난 2월달 한번 거친 코스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초심자가 가고자 할때는 백운산-모락산 구간은 신경을 써야한다. 안내표지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락산이 보이므로 그곳을 향하면 되고, 그나마 등산객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을 참고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낙엽에 미끄러지며, 낙엽 밟는 소리에 취해 모락산 중턱 약수터 못미쳐 바위에 오른 시간이 13시다. 이곳에서 막걸리로 고시레도 하고 김밥을 안주삼아 또 몇모금 마신다.

 

 

  13시 35분 모락산이다. 모락산은 385m로 낮은 산이지만 암봉이 연이어 솟아있고 숲이 우겨져 있어 암봉을 오르내리는 아기자기한 산행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조망이 좋아 북쪽의 관악산, 동쪽의 청계산, 백운산, 광교산을 볼 수 있고 서쪽으로 수리산이 건너다 보인다. 근래 발행된 지도에는 모락산(帽洛山) 으로 표기 되어있지만 모락산(慕洛山)이 옳은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다고한다. 조선시대 제7대 임금인 세조가 12세기에 등극한 단종을 사사하고 왕위에 오른 것을 목격한 임영대군(1418~1469 세종대왕의 넷째아들)은 왕위도 좋지만 혈족간에 살생까지한 세조에게 반감이 생겨 매일 이산에 올라 옛 중국의 수도인 낙양을 사모하여 소임하였다하여 모락산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해진다고한다. 그럴듯한 모락산 이름의 유래는 또 있다고한다. 임진왜란 당시 인근의 백성들이 모두 왜병을 피해 모락산의 한 굴에 피난을 갔다고 한다. 하지만 한 어린이가 빠져 이 아이는 가족을 잃고 울고 있었다. 결국 왜병은 이 아이를 발견하고 굴에 불을 질러 굴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몰살시켰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산은 사람들을 '몰아서 죽였다'는 의미로 모락산이 되었다고 한다. 또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는 수원 화산에 있는 자기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융륭에 일년에 한번씩 성묘를 다녔다. 정조의 능행은 과천의 남태령을 넘어 인덕원에서 잠시 쉬고난 후 모락산 아래를 지나 1번 국도 수원과 의왕 경계의 지지대고개를 넘어 수원으로 들어가는 노정이었다. 그 당시 발간된 원행정례(園行定例)와 전주 이씨 임영대군파 족보에는 한결같이 모락산(慕洛山)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모락산 정상에서 이생각 저생각하며 한참을 쉬었다. 오늘 광교산-백운산-모락산을 지나오면서, 또 항상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 산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골을 오르면 능선이 있고 그 능선을 한참가다보면 봉우리도 나오고, 그런가 하면 다시 골로 내려서야 하고, 때로는 낭떠러지를 만나게되고, 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도 하지 않는가. 그게 재물이 되었든, 건강이 되었든, 행복이 되었든, 각자는 주어진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에 따라, 아니면 외부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의 곡선을 그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작년 이맘때만 해도 펀드하나 가입되 있지 않으면 팔불출이었지만, 오늘 이시점에서 그 펀드 때문에 눈물짓는 사람이 어디 하나둘이던가?

 

 

  바위위에서 비스듬히 누워 해바라기를 하며 괜한 공상으로 잠시 시간을 보낸후 하산한다. 정상에서 GS아파트에 이르는 길은 아기자기한 암능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행의 재미를 쏠쏠하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4시간여에 걸쳐 약 12-3km의 맨발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