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맨발이 되어보다
오늘이 대설이라죠. 그래서 그런지 서해남부 지방은 그제부터 많은 눈이 내렸고, 중부지방도 많지는 않았지만 어제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에 보니 눈이 오고 있고, 날씨도 춥고하여 산행하기가 꽤가 났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일요일도 어머니 생신 때문에 내애인 광교산과의 데이트를 못했으니 삐질까 염려되어 나선 길입니다. 오후 2시 경기대를 출발하여 시작한 데이트입니다. 물론 그동안 맨발로 해오던 산행을 날씨 관계로 등산화를 신고 시작하였죠. 그러나 경기대 기점 약 1.7km를 지나 백련수 약수터로 갈라지는 삼거리길에서 등산화를 벗었습니다. 형제봉까지는 약 1.8km이니 그 구간만 맨발이 되보기로 했습니다.
경기대에서 백련수 갈림길까지 오는 동안 몸은 적당히 열도 나고 땀도 나던 참이라 괜찮았지만 맨발로 찬 대지와의 만남은 경이로왔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겨울철 맨발을 좋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가을이나 겨울의 맨발 산행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따뜻함을 유지해야할 발이 오히려 냉하게 됨에 신체를 더 경직되게 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렇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겨울철 맨발이 심신수련의 한 방법이라고도 합니다. 하여튼 내가 맨발이 된것은 겨울철 추위를 무척 타는 나 자신과의 한판 싸움이었습니다. 처음 칠팔백미터는 나의 발가락들이 “주인님 발시려 못견디겠습니다. 등산화 신읍시다”라고 아우성입니다. 그후 사오백미터는 견딜만 했습니다. 형제봉을 이삼백미터 남겨두고는 방부목으로 된 계단입니다. 계단은 얼어있거나 젖어있어 찬기운이 전신을 감싸는듯 합니다. 발바닥과 발가락들이 아까보다 더 아우성입니다. 그래도 참아봅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모두 실성한 사람 보듯 눈길을 보내옵니다. 그래도 목표로 했던 형제봉까지 맨발로 걸었습니다. 약 1.8km의 거리를 25분정도 걸려 맨발이 되어 본것입니다. 형제봉에 도착하여 등산화를 신습니다. 그런데 발바닥이 그야말로 엉망인데 씻을 물도 없고 설령 물이 있다고 하여도 찬물에 발담그기가 그럴거 같습니다. 그냥 수건으로 흙을 털어내고 양말과 등산화를 신었습니다. 발이 무척 고마워합니다. 다시 따듯한 기운이 발끝까지 전달됩니다.
형제봉을 떠나 종루봉을 거쳐 토끼재로 해서 상광교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겨울 산행은 골짜기 무성하든 푸른잎 다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찬바람을 맞는 겨울나무의 삭막함이 좋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되어 잎을 내고 그잎은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자태를 뽐낼 희망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것입니다. 이렇게 산은 우리에게 계곡과 능선과 봉우리로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 보게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의 모양새로 다시 한번 인생을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자연을 알고 도를 안다는것은 어렵겠지만 뭐 편안한 마음으로 가장 쉽게 가장 자연스럽게 행하고 구하면 되는 것입니다.
광교산에는 몇 개의 시가 적혀있는 시비가 있습니다. 김소월의 ‘산유화’는 경기대에서 문암골 갈림길 사이에 있습니다.
박재삼 시인의 '산에서'는 형제봉 못미쳐 에 있습니다.
나옹선사의 시는 종루봉 정자안에 걸려있죠. 내가 종루봉에 들릴적마다 읽고 또 읽으며 감상하는 시랍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사방댐에서 상광교 버스종점사이에 있습니다.
수원북중3학년학생의 ‘광교산’이라는 시는 시루봉에서 억새밭사이에 있는데 오늘 나의 등산 코스는 아니어서 다른분이 찍은 사진을 퍼다 실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약 7km에 이르는 광교산과의 데이트중 약 1.8km를 맨발로 걸어봤습니다. 좀더 숙달이 되었다면 문제 없겠지만 나에게는 아직은 겨울철 맨발은 무리인것 같군요. 그래서 내년봄 따듯해질때까지는 맨발 산행을 접을까 하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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