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로 도드람산을 가다

맨발나그네 2009. 6. 26. 06:53

      맨발로 도드람산을 가다

 

● 산행일시 : 2009년 3월 28일 (土) 10:20 ~ 13:20

(소요시간 3시간 00분, 휴식 포함)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원들이랑 벙개로

● 산행코스 : 

 ● 사진은 ? : 산7000 부회장이신 이규범님 작

 

 

산이 있음이 내겐 행복입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려운 고비마다 같이 있어준 것이 바로 광교산입니다.

1991년 사업을 한답시고 직장을 뛰쳐나와 어려웠을때 매일 새벽 광교산 시루봉을 7~8개월간 오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이후 어려운 고비마다 말없이 나를 품에 안아 준 것이 바로 광교산입니다.

산은 묻지 않습니다.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나를 바라 볼 뿐입니다.

그런 광교산은 내 애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부쩍 내애인 광교산을 내팽개치고 바람난 수캐 꼴이 되어 이산 저산을 헤메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학동문들과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광교산을 만나는 날인데, 그만 외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 애인 광교산은 이해 해줄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산행을 하게된 일행은 산7000의 아주 멋진 회원님들과의 데이트이기 때문입니다.

도드람산. 이름이 아주 앙증맞은 해발 349m의 자그마한 산입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암릉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천시 일원에서는 ‘이천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기암괴석이 절묘한 경관을 이루는 돌산입니다.

도드람산이란 이름은 ‘돋(돼지)울음산’에서 왔답니다.

한자 이름으로는 돼지 저(猪)자에 울 명(鳴)자를 써서 ‘저명산’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저명산’보다는 ‘도드람산’이 훨씬 듣기 좋습니다.

이 도드람산은 효자가 병에 걸린 노모를 위해 밧줄에 매달려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줄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에 돼지 울음소리를 듣고 올라와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라 합니다.

이산은 내 애인 광교산을 제외한다면 내가 가장 많이 와 본 산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그동안 예닐곱번은 왔던거 같습니다.

1989년 2월 25일 다니던 금호전기(주) 직장 산악회의 시산제 때 왔었던 사진입니다.

 

 

1995년 9월 17일 가족들과 함께 오른적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사진을 보니, 그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 였던거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세월이 흘러 오늘의 이시점을 되돌아 보면, 아마도 지금의 이 사진들을 보며, 내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오늘이었다고 이야기 할 겁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요.

 

 

 

도드람산은 어떤 길을 택해도 3시간 안쪽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4개의 봉우리를 넘으면서 암릉을 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암릉을 타는 아기자기한 맛으로만 따지자면 수도권에서는 이만한 곳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첫번째 난관이군요.

여자 회원들이 약간 고생을 한 구간입니다.

그래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맨발인 나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 경기 일원의 툭 트인 조망도 훌륭합니다.

 

 

정상인 효자봉으로 향하는 암릉지대입니다.

두 발로 숲길을 오르는 등산과, 암릉을 오르는 등산은 참 다릅니다.

둘 다 산을 오르는 것이긴 하되, 숲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 사이로 불쑥불쑥 여러 생각이 끼어들곤 합니다.

그러나 손발을 다 써가며 암릉에 오를 때는 그럴 여력이 없읍니다.

오로지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입니다.

바위를 더듬으며 손은 잡을 곳을 찾고, 발은 디딜 곳을 찾습니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싸악 지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더군다나 맨발일때는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정도 지나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산행길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초행에도 코스를 찾아가기 쉽습니다. 지도 없이 이정표만으로도 거뜬합니다.

도드람산은 4개의 봉우리를 모두 암릉을 타고 넘을 수도 있고, 암릉을 넘을 자신이 없다면 우회로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봉우리마다 우회로로 암봉의 뒷면으로 접근해서, 담 높이 정도의 바위만 가볍게 오르면 위험없이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암릉을 오르는 재미의 절반쯤은 ‘전망’이 아닐까.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는 암봉 끝에 오르면 툭 트인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나무는 물론이고, 일대에 시선을 가로막는 높은 산도 없어서 조망이 끝내줍니다.

설봉산이 눈 아래로 펼쳐지고 중부고속도로와 이천휴게소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입니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함께 ‘효자봉’이란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아마도 효자와 돼지의 전설에서 따와서 붙인 이름일것입니다.

 

 

내뒤로 보이는 두분은 부부랍니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올라왔다는 군요.

와인과 아주 멋진 유리 와인잔까지 준비해 오셨더군요.

멋있어 보였습니다.

남편분이 돼지 두루치기도 하시고.......

거기서 한잔 얻어 마신 와인은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등산로의 오르막길 끝부터 바위지대가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 도드람산의 백미인 암릉을 타는 재미가 시작됩니다.

암릉을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디딜 곳도 많고 잡을 곳도 많습니다.

간혹 아슬아슬한 곳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보자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지역은 많이  등산로가 폐쇠되어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내려서는 쪽이 직벽이라 밧줄을 잡거나 ㄷ자 모양의 쇠파이프 지지대를 딛고 내려가야 합니다.

전망대에 이르기 전에 돼지굴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난리입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산길을 따라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나무기둥을 세워놓고 밧줄로 난간을 세운 곳인데,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긴 하지만 지금껏 넘어온 암봉들에서 내려다본 경관에 비하면 더 나을 것은 없습니다.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모두들 푸짐하게 차려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첫번째 뒤풀이 장소인 토끼탕집앞에서 착칵입니다.

 

 

 

 2번째 뒤풀이 입니다.

3번째 뒤풀이까지 하고 헤어집니다.

정말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