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관악산-삼성산 이어 오르기
● 산행일시 : 2008. 11. 9(일) 10:30 ~ 15:45
● 누구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과천향교(10:45)-연주암(11:50)-관악산정상(12:20)-깔닥고개(12:42)-학바위능선(13:51)-무너미고개(14:20)-삼성산KT안테나(14:51)-삼성산국기봉(15:20)-안양유원지(16:10)-1번국도(16:50)
날씨가 쌀쌀하다. 그래도 일요일 아침 떠나본다. 가까운 산으로...
오늘은 관악산-삼성산 이어 오르기로 작정하고 떠난길이다. 전철로 과천역에 내리니 따로 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저 등산복에 배낭을 멘 사람들 뒤를 따르면 될 정도로 등산객이 많다. 하여튼 과천역 11번출구로 나와 김밥 2줄을 사 넣고 많은 등산객을 따라 조선 태조 7년(1398년) 무학대사의 제자 열이 세웠다는 시흥향교(과천향교)에 도착한다. 과천향교는 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으로 최치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18성현과 공자를 비롯한 중국 5성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과천향교 입구의 벤치에서 맨발이 된다.
서울시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도 과천시와 안양시에 걸쳐있는 관악산(632m)은 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5악(嶽)’의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험난하고 바위경치가 뛰어나다. 10월 4일 감악산 맨발산행에 이어 두 번째 ‘악’자 들어가는 산의 맨발 도전이다.
관악산의 등산로는 정말 여러 갈래다. 출발점이 과천, 사당역 4번 출구로 한 남현동, 낙성대, 서울대 산공학관, 서울대 입구, 안양유원지등 어디서 출발해도 나름의 맛과 멋이 있는 산이다. 나는 그중 과천향교를 출발하여 연주암으로 향한다. 악(嶽)자 들어가는 산 답게 올라가는 길도 바위 투성이로 그리 편한길은 아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계곡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이 아름답다. 가뭄으로 물이 없는게 흠이긴 하지만.... 이 계곡을 조선말 시와 그림에 능했던 신위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호를 따 ‘자하동천’이라고 한단다. 그렇게 1시간여만에 도착한 연주암. 신라 의상대사가 677년 창건한 절로 그 앞에는 3층 석탑이 있고, 이 석탑은 조선 태종의 둘째 왕자인 효령대군에 의해 세워 졌다고 한다. 연주암도 많은 등산객과 참배객등으로 만원사례가 따로 없다. 특히나 등산객을 위한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데 그 줄이 어찌나 길은지 줄서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연주대로 향한다. 종각뒤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가는데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들로 정체가 심하다. 아마 나의 산행중 가장 많은 인파에 휩싸인듯하다. 올라가는 길 전망대에서 본 연주대는 아름답다. 기암절벽의 정상에 붙어있듯 서있는 것이 꼭 새의 둥지처럼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주대)
그렇게 오른 관악산 정상이다. 그곳에서 연주대로 향하는 길은 너무 길고 느려 연주대를 둘러보는 일은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정상에서 조망되는 주위 풍경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서쪽으로 내가 가야할 삼성산을 비롯해 내가 작년에 두차례에 걸쳐 걸었던 광교산-백운산-청계산의 시원한 산줄기가 각자 자기가 가장 아름답지 않느냐고 서로 풍광을 뽐낸다. 요즈음 부쩍 외도를 하고 있는 나에게 내애인 광교산이 내색없이 먼 발치에서 관악산과의 데이트를 지켜보고 있다
(암능을 지나기 위해 대기중인 등산객들)
연주대를 떠나 하산길을 연주암 뒤쪽으로 난 암능길을 택한다. 깔닥고개를 지나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는데 헬리콥터가 정상 주변을 맴돈다. 혹시 부상자가 생긴게 아닌가 하는데 자세히 보니 mbc방송국 헬리콥터였다. 아마도 많은 인파가 모인 관악산풍경을 뉴스에 내보내기 위해서 인가보다. 맨발로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 암능들을 한 마리 다람쥐가 되어 오르내리며 길을 재촉한다. 원래는 팔봉능선이 목표였는데 길을 잘못들어 학바위능선으로 하산하게 되었는데 이 학바위능선도 아기자기한 암능으로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이 학바위능선이 경기도와 서울 관악구를 가르는 경계를 맡고 있다고 한다. 여러 암능들을 거치고 점심도 먹고 계곡건너 팔봉능선도 감상하며 관악산 정상을 떠나 2시간여만에 도착한 무너미고개, 좌측으로는 안양유원지가 나오고, 우측으로는 서울대입구 방향이고 직진하면 삼성산이다. 이때의 시간이 14시20분. 좌냐 우냐 직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나 원래 마음 먹었던대로 삼성산을 향한다.
(삼성산 중턱에서 바로본 관악산. 중앙의 능선이 내가 타고 내려온 학바위능선이다)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삼성산KT안테나가 있는봉에 도착이다. 삼성산과는 첫 맛선자리이다. 아기자기한 암능들로 이루어진것이 다음번 언젠가는 장군봉-KT봉-국기봉을 잇는 삼성산 암능을 타 보련다. KT안테나가 봉우리를 잡아먹고는 있지만, 이곳에서의 주변 조망도 좋다. 지나온 관악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저멀리 서해바다도 보인다. 스모그인지 안개인지 때문에 선명하지는 못하지만...
(관악의 단풍이다)
KT안테나봉에서 국기봉에 이르는 능선길도 암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발이라서 좀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국기봉에 이른다. 누구의 정성인지 모르지만 제법 깨끗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저멀리 광교산, 백운산, 청계산이 옛날 여인들이 나무목간통 수증기속에 나신을 들어내듯 흐릿하게 모습을 뽐내고 있고, 또 한쪽으로는 수리산이 지난주 데이트가 너무 좋았노라고 인사를 해온다. 오늘 지나온 관악산은 바로 코앞에서 산중에 나만한 산 보았느냐며, 다음번 꼭 다시 한번 찿아 달라고 그 웅장함을 뽑낸다.
(국기봉에서 휴식중인 나, 대여섯시간을 맨발로 걸었더니 좀 피곤했나보다.....ㅎㅎㅎ )
이제 안양유원지로 하산이다. 하산길도 제법 많은 돌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안양유원지 끝자락에서 시멘트포장도로를 가야 하니까 등산화를 꺼내 신는다. 그리고 안양유원지를 통과하여 1번국도로 내려오는 약 3km의 도로 양쪽으로는 음식점이 즐비하게 있어 내 코끝을 간질이지만 어쩌랴 혼자인것을.... 혼자 음식점을 찿기는 좀 청승맞을거 같아 포기한다. 어째든 오늘도 관악산-삼성산 이어 오르기로 약 12-3km를 맨발걷기로 해냈다. 아마 지금까지 4개월에 걸친 약 200km에 이르는 맨발 산행중 가장 난코스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러나 앞으로 더 힘든 난코스나 악천후라도 계속해볼것이다. 나의 맨발걷기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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