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충남 홍성·예산 용봉산 (381m)■ 산행일시: 2010년 3월 27일 (일)■ 산악회 : 화성발안중고등학교 동문회 산악회 (40명)

예당평야에 우뚝선 충남의 금강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봄철 건조주의보에 따라 산행지마다 산불 감시원이 산행을 제지하는 일이 종종 있다. 떠나기 전 가고자 하는 산행지의 등반 가능 여부부터 미리 파악할 일이다. 또한 산행을 하더라도 가급적 화기를 지니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 바로 충남 홍성의 용봉산이다. 용봉산은 산자락 아래 온천욕은 물론 지척의 남당항에서 횟거리도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예당평야에 들어서고 있는 충청남도 도청 건물로 인해 주변 경관이 일시에 바뀔 수 있으니 시간을 내 역사의 단면을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화성시 향남면에 소재한 발안 중·고등학교 동문들과 함께 홍성청소년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원점회귀 산행을 가졌다.

   

■ 역사의 산실 용봉사

고려시대 1천여명의 승려들이 거주했다는 용봉사로 오르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단조롭기만 하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세우며 10여분을 걷자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백제 고찰인 용봉사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작은 절 규모로 인해 많은 승려들이 수도했다는 거대도량으로 보이지 않는다.

"용봉사의 자리는 지금보다 북서쪽에 위치한 풍양 조씨의 묘터입니다. 백제 말기에 건립돼 있던 것을 1905년 풍양 조씨 문중에서 묘를 쓰겠다고 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게 된 것인데 지금의 건물은 80년대 거라 비교적 현대식 건물에 가깝습니다." 맨발로 산을 다니는 유윤희(54·사업)씨의 입을 빌려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한편 용봉사에는 조선 숙종 16년(1690년) 5월에 그려진 보물 1262호인 '영산회괘불탱화'가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탱화 작품으로 손꼽히는 '영산회괘불탱화'는 매년 4월 초파일 탱화를 내걸고 의식을 봉행하고 있어 이즈음에는 일반인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절 뒤편 200m 위쪽에 자리한 마애석불은 보물 355호로 지정돼 있으니 한 번쯤 둘러보자.

마애석불에 이르면 본격적인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용봉산과 수암산을 잇는 길이다. 밋밋한 충남의 평원을 가르는 금북정맥의 한 자락으로 솟은 용봉산의 위용은 능선에 서면서부터 시작되므로 서둘러가기보단 여유를 갖는 산행을 권한다.

   


■ 갯내음 가득한 기묘한 형상의 바윗길

한 굽이를 돌거나 바위를 넘어서면 다른 형태의 바위 모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바위지대인 악귀봉에 올라서자 한여름에 가깝던 작년 6월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던 이른 아침에 오른 용봉산에서 바라본 발 아래 세상은 바닷물처럼 들어찬 안개에 잠긴 예당평야와 그 위로 솟은 몇 개 봉우리가 마치 섬들처럼 보였다. 섬과 섬 사이를 표류하는 주인 잃은 배처럼 몇 대의 차량이 아직 끄지 못한 불을 밝히고 지나가던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봉산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풍경만큼은 가히 일품이다. 어떤 이는 충남도청이 이전하면 번잡한 도시풍경으로 인해 지금같은 용봉산 주변의 풍경을 즐길 수 없을 거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용봉산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이 또다른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산행 즐거움은 올망졸망한 바위 사이를 지나거나 넘으며 바위틈의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는 앙증맞은 소나무를 감상하는 것을 보며 느낄 수 있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던 자리에 생긴 나무계단에서 오가는 이들이 많을 때는 정체되기도 하는 모습에 가족과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행지다. 가슴이 확하며 한순간 터져 나갈 듯한 시원함과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로운 매력이 용봉산만의 매력이다. 최영 장군 활터를 지나 홍성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산행을 마감했지만 산행 동안 느낀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 산행 안내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9번국도~홍성~용봉사

서해안고속도로~해미나들목~예산읍~세심천온천~용봉산청소년 수련원

■ 등산로

용봉초등학교~미륵불~용봉산~악귀봉~수암산~덕산온천(3시간)

용봉사~병풍바위~악귀봉~노적봉~최영 장군 활터~청소년수련원(2시간20분)

   

※ 화성 발안 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 "동문화합·지역발전 두손잡은 선후배"

화성 발안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는 지역 발전과 동문 화합이라는 목적으로 활동하는 동문 산악회다. 연말에는 모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불우이웃돕기 또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안성시 부시장을 지내고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재직중인 홍광표(58) 발안중고교 동문회 산악회장은 "지역사회라는게 도연명처럼 귀거래사나 쓰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보다 소외되고 낙후된 모습들을 하나씩 지워내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보다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출신 학교의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훌륭히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말로 보다 많은 동문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산악회장 홍광표 010-3069-3008 산행대장 이규범 010-9671-7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