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남이 본 맨발나그네

[스크랩] 경인일보가 본 맨발맨 유윤희 선배

맨발나그네 2009. 6. 26. 07:40

(며칠전 경인일보를 읽다보니 맨발맨 유윤희 선배님의 맨발 기사가 있어 옮겨 봅니다)

 

 

지리산 둘레길 '삶의 길'을 찾다

느릿느릿… 한발한발… 욕심 벗어던지고… 사람·자연·생명 서로를 보듬는 화합의 공간
2009년 05월 22일 (금) 이준배 acejoon@kyeongin.com
   
 

지리산 둘레길은 생명의 길, 사색의 길이다.

그동안 우리는 잘 닦여진 신작로, 산을 깎아 만든 지방도, 인근 시·군을 연결하는 국도, 국토를 가로지르는 쭉 뻗은 고속도로만을 길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런 길들은 사람이 아닌 차들을 위한 차도일뿐이다.

옛날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수많은 길들이 있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미명 하에 어느새 그런 길들은 수많은 차량의 홍수에 밀려 하나둘 사라져가고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시간들도 점차 잊혀져갔다. 이제 다시 지리산에 그 길이 꽃피고 있다. 단순한 이동통로의 도구가 아닌 인간과 자연이 만나 생명을 사색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그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산길이지만 수직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라 수평으로 이어져 정상 정복을 목표로 삼지 않아도 된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급변하는 시대에 남들보다 뒤처질세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이런 지리산 둘레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잠시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본연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것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이들의 공통적인 소망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천에 핀 생명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어느새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만든다. 또한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허황된 욕심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쉬어가며 때묻은 마음을 닦아내는 시간이 바로 둘레길을 걷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인생에 속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느림의 미학'처럼 지리산의 너르고 풍성한 품에 나 자신을 내던져보는 건 어떨까.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지리산 '비밀의 길' 속살 훔쳐보다

코끝엔 흙냄새… 촉촉한 빗방울도 축복한 그곳…
2009년 05월 22일 (금) 이준배 acejoon@kyeongin.com
■ 국내 첫 장거리 도보길,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은 높기도 하지만 산세가 넓기로도 유명하다. 주봉인 천왕봉(1천915m)을 비롯 반야봉(1천732m), 노고단(1천507m) 등 해발 1천500m가 넘는 고봉만도 20여개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지리산은 3개도(전남·전북·경남)에 걸쳐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바로 이런 거대한 지리산을 품고 있는 5개 시·군(구례·남원·하동·산청·함양)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이어주는 300여㎞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의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면서 다양한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적극 활용해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가는 '산티아고의 길'처럼 해외에서는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 비교적 많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지리산 북부 전라북도 남원과 경상남도 함양을 이어주는 옛 고갯길을 중심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진 다랑이 논과 산촌마을들을 만나고 산사를 지나 강으로 이어지는 풍경 같은 길,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을 잇는 길에 첫 손님을 받아들였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011년 총 300여㎞ 지리산 둘레를 완벽하게 한 바퀴 도는 순환형 도보길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지리산이 22일 제3구간에 새롭게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다. 기존 전북 남원의 지리산 안내센터에서 경남 함양 세동마을까지 약 30㎞에 이어 함양 세동~산청, 남원 월평~주천 간의 구간이 개통되면 5월 하순쯤 지리산길의 총길이는 약 70㎞로 늘어나게 된다.

사단법인 숲길의 한승명 운영팀장은 "길가에 핀 민들레 한 송이 꺾는 걸 우리는 하찮게 여기지만 작지만 하나의 온전한 생명"이라며 "지리산 둘레길은 바로 이 수많은 생명이 살아숨쉬는 생명길"이라고 밝혔다.

   

■ 지리산 둘레길을 사색하다

지리산 방문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당일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첫날부터 비옷에 우산까지 중무장하고 길을 나선다. 첫날 매동마을에 도착, 금계마을까지의 1구간 다랭이 길을 출발한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은 마을의 형상이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앞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바라보이고, 뒤로는 울창한 대숲과 솔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지리산의 맑은 계곡물을 따라 울창한 숲길이 펼쳐진다. 다랑논이 많아 다랭이길이라고 붙여진 1구간의 논둑길은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난다.

수령이 수백년 넘은 개서어나무 고목과 말도 건네고 상황마을까지 지리산길은 산허리를 타고 수평으로 이어진다. 장대비만 아니라면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만한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상황마을의 밭길과 논두렁길은 지리산 쪽으로 시야가 훤히 열려 있는데 이날은 낮게 깔린 비구름으로 인해 자태를 꼭꼭 숨겨 아쉬움이 컸다. 맑은 날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지리산 서북릉의 덕두산(1천150m), 바래봉(1천165m)뿐 아니라 40여 ㎞의 지리산 주릉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고 한다.

마지막 전라도 마을인 상황마을에서 첫 경상도 마을인 창원마을 사이에는 해발 700m의 등구재가 있다. 거북이 등 형상의 등구재는 널찍한 신작로가 뚫리기 전까지 두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옛길이었다. 창원마을 사람들은 근처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는 남원 인월장을 오갈 때 이 고갯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등구재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곧게 뻗은 낙엽송 숲길로 나오고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창원마을의 다랑이논길이 나온다. 첩첩산중 한 가운데 층층 계단처럼 자리한 논두렁이 이채롭고 앞으로는 지리산이 내다보여 시야가 탁 트인다.

   

이날 비오는 와중에 신발까지 벗어젖히고 맨발로 둘레길을 완주한 유윤희(53·현대소방설비)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산을 찾을 때마다 신발을 벗고 산과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한다"며 "처음엔 밤가시에 찔리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젠 오히려 뭔가 신으면 더 갑갑하다"며 활짝 웃었다. (확대하였슴)

해가 기울자 지리산 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이번 특별취재에 함께 참여한 바우산악회와 화성시 등산동호인들이 방에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어느새 친구가 된다. 나이도, 사는 곳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이 함께 걷는 사이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자신을 보여준다. 도예가 이명희(45·여)씨와 김석렬(45·골드산악회 고문)씨는 동갑이라는 공감대로 말을 트고 사람들 앞에서 한 사람은 화음을 넣고 한 사람은 '설악가'라는 시를 읊으며 사람들에게 멋진 무대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둘레길 탐방에 함께 동행한 바우산악회 조경기(59·아주대학병원 신경학과 과장) 박사는 "산에 오면 사람들이 모두 마음을 열게 된다"며 "특히 지리산은 30년 전 보건소장으로 지낸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고향을 찾은 기분"이라며 감상에 젖는다.

이튿날 다행히 비가 잦아들었다. 해님은 술래잡기 하듯 여전히 구름 뒤로 얼굴을 감추고 있지만 비가 그치니 한결 걸음걸음이 가볍다. 아침에 금계마을을 출발, 추송마을 벽송사, 송대마을을 지나 세동마을까지 길은 이어진다.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으로 주로 숲길로 이뤄져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끝까지 남아 싸움을 벌이던 빨치산 루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가파른 길을 따라 시누대숲이 자라고 있고 산허리를 따라 좁은 오솔길과 급한 경사가 계속되고 바위를 깨서 계단처럼 만든 옛길이 연결된다. 고도가 높은 편이라 길옆 큰 수백년 묵은 소나무 아래 바위턱에 앉아 내려다보는 계곡 아래 마을이 장관이다. 또 이곳에선 산중턱 벽송사와 서암 등 사찰에 들러 운치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특히 벽송사와 등을 맞대고 있는 서암은 바위절이다. 사천왕에서 비로자나불, 용왕까지 바위에 오롯이 새겨놓아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전각들도 바위 안에 자리잡고 있어 이채롭다.

   

■ 코스 정보=지리산 동구인 남원시 인월면 소재지의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35-0850·www. trail.or.kr)

■ 숙박=지리산길 제1구간이 지나는 곳에는 매동마을회관(011-524-5325), '꼬부랑길 황토구들한옥'(중황마을, 010-3320-0275), 가온누리펜션(금계마을, 010-2909-1726), 나마스테(금계마을, 011-504-6516) 등의 민박과 펜션이 있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인 매동마을에도 서성자(011-568-2455), 이길춘(063-636-3549), 이영오(063-636-3505)씨 등의 민박집을 포함해 20여 곳이 있다.

■ 가는길

승용차=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37번 국지도)→인월교차로(좌회전)→신촌교차로(우회전, 지리산 방면)→인월사거리(직진, 60번 국지도)→지리산길 안내센터.

대중교통= 제1구간 시작점인 매동마을 앞을 지나는 버스는 30~50분 간격으로 인월버스터미널(063-636-2000)에서 출발. 금계마을에서 인월로 나가는 버스는 하루 5회(08:00, 10:30, 16:20, 18:50, 19:50) 운행하지만, 3㎞ 거리의 마천버스터미널(055-962-5017)에서는 약 30분 간격으로 인월행 버스 출발. 택시로는 인월에서 매동마을까지(063-636-2162) 요금이 7천원 선, 금계마을에서 마천까지(055-962-5110)는 4천원 선.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출처 : 발안중.고교총동문카페
글쓴이 : 이순이 17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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