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수묵화속 한점 신선이 되어 거닌 백덕산

맨발나그네 2011. 2. 10. 13:00

수묵화속 한점 신선이 되어 거닌 백덕산

 

● 산 행 지 : 백덕산(1349m, 강원도 영월군, 평창군, 횡성군에 걸쳐있음)

● 산행일시 : 2011년 2월 6일 (日)               

● 누 구 랑 : 수원하늘채산악회

● 산행코스 : 문재~923.6봉~사자산~당재~작은당재~1275봉~백덕산정상~1261봉~관음골~관음사

● 사진은 ? : 수원하늘채산악회 회원여러분

 

 

오래간만에 수원하늘채산악회와의 만남이다.

작년 2월 7일 강능의 괘방산 산행에 함께했으니 꼭 일년만의 해후이다.

만차인 상태에서 혹시 빈자리가 생기면 연락주십사고 카페에 글을 올렸건만 카페지기님이 즉답으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고 자주 함께 하지 못함이 죄송할 따름이다.

 

 

 

백덕산은 강원 영월군 수주면과 평창군 방림면, 횡성군 안흥면등 3개군에 걸쳐있는 산으로 해발 1349m이니 꽤 높은 산이다.

봄이면 야생화가 흐러러지게 피는 천국이요, 여름이면 계곡마다 소(沼)가 넘쳐 청량감을 더하며, 가을이면 계곡주변의 단풍이 일품인 그런 산이라 한다.

물론 겨울이면 많은 적설량으로 눈꽃이 만발하여 겨울산의 극치를 보여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백덕산을 신선의 놀이터라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백덕산 바로 옆에는 신선바위봉이 자리 잡고 있었나보다.

더군다나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5대 적멸보궁이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에 이어 이곳 백덕산의 자락에 자리잡은 법흥사에 있다고 하니 그 또한 백덕산이 예사 산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런 백덕산과의 데이트를 위해 나선 길이다.

 

백덕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여러갈래의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다.

오늘의 들머리는 횡성군과 평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문재이다.

문재 터널지나 방림쪽 횡성군 안흥면이라는 입간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급경사여서 숨을 몰아쉬게 하지만 얼마 안있어 능선길과 만난다.

벌써부터 나무가지 사이로 주변의 조망이 그럴듯하여 모두들 기대되는 산길이다.

 

 

그렇게 925봉을 만나고, 약 20여분을 앞으로 전진하니 헬기장과의 조우이다.

광활하게 펼치진 산줄기들이 동서남북 모두를 아우른다.

그곳에서 모두들 즐겁게 산야를 조망하고 사진도 찍는다.

다시 눈속에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산죽 군락과 벗삼아 30여분 오르니 1125m봉 삼거리이다.

1125m봉 정상에는 사자산이란 팻말이 있는데 아마도 잘못된 표식인듯 싶다.

 

그곳에서 좀 이른 점심상을 펼치고 점심을 해결한다.

노루귀님표 라떡만두국(라면,떡국,만두)은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별미이다.

 당재~작은당재를 거쳐 백덕산 정상에 이른다.

며칠동안의 푹한 날씨로 인하여 남쪽면은 눈이 거의 녹아있고, 북쪽면은 아직 제법 쌓인 눈길이다.

겨울 백덕산은 능선을 걸으면서 보는 설경의 파노라마가 장관이라 한다.

그러나 1125m봉부터 조금씩 뿌리기 시작한 눈발로 세상천지는 회색빛으로 도배되어 우리에게 설경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날씨로 인하여 기대했던 눈꽃이나 상고대도 없으니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등산로 주변으로 산죽의 푸르름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1350m에 이르는 높은 산임에도 활엽수 고목들이 빼곡히 들어서 천연 원시림의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의 숲을 수채화요, 가을의 숲을 유화라 한다면 눈속에 잎을 떨구고 나목으로 여백의 미를 만드는 겨울숲은 수묵화와 같다.

그 수묵화속의 한점 신선이 되어 백덕산이 내준 품을 따라 잠시 운우지정을 나누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가끔씩 만나게 되는 바위들도 인상적이다.

어떤 바위는 시루떡을 쌓아논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바위는 헌책을 쌓아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세상 풍상 모두를 끌어 안은듯 N자 형태로 굽어져 오가는 이를 맞고 있는 나무 앞에서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정상주변은 암능과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어렵게 정상을 밟은 일행에게 설경의 파노라마 대신 위안을 준다.

하산은 전망대 바위를 거쳐 용바위를 거치는 연재기골로의 하산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1261m봉으로 해서 관음골로의 하산이다.

 

백덕산 정상에서 1261m봉에 이르는 길도 제법 암능이 많아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1261봉 삼거리에서 우측 관음골로 방향을 잡는다.

경사가 급하고 얼어 있어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가끔씩 활엽수림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늙은 소나무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탄성을 자아낸다.

하류로 내려 올 수록 계곡이 얼어 있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영롱한 빛을 발하며 태고의 원시림과 조화를 이룬 계곡의 얼음이 여름에 다시 한번 들려줄 것을 당부하는 듯 하다.

 

관음사를 둘러보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 하늘채산악회의 총대장 금부처님의 연출에 잠시 초딩시절의 소풍때를 회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백덕산과의 운우지정

비록 만개한 눈꽃이 있어 가슴 벅찬 설레임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흰눈덮인 유장한 능선을 굽어보며 가슴 뻥 뚤리는 조망에는 실패했지만 넉넉한 육산에 안겨 태고의 원시림과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해발 1349m, 산행거리10여km로 6시간에 걸친 대장정이어서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을 가리고 있던 혼탁은 어느새 머얼리 빠져나가 눈과 마음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백덕산의 신령스러운 공기가 눈을 씻어주고, 폐부를 씻어준 덕분이리라.

산이 있음이 내겐 행복이다.